[김희수의 수의학 칼럼 7] 미안해요, 고마웠어요

동물유기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늘어나는 반려동물 인구수만큼 버려지는 동물도 매년 늘고 있다. 휴가철엔 특히나 버려지는 동물들의 수가 급증한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약 10만 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했다고 하는데, 그중 약 30% 정도에 해당하는 3만 2천여 마리가 6월에서 8월 사이에 발생했다고 한다. 이 숫자들은 지자체 보호소에 입소 된 동물들에 대한 숫자일 뿐 보호소에 들어오지 못하고 길에서 사고를 당하거나 떠돌이 생활을 하거나 다른 사람이 데려가거나 식용견 판매업자가 데려가는 숫자까지 더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동물이 길 위에서 버려지는데, 휴가철뿐만 아니라, 명절에도 버려지는 동물이 많다. 보통 버리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은 되도록 동물을 멀리 버리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다. 혹시라도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멀리 버리게 되는데, 휴가철이나 명절 때 멀리 간 김에 버리는 경우가 급증한다고 할 수 있다.

 

유기된 동물들은 발견되면 보호소에 보내진다. 유기동물 보호소에 들어간 동물은 10일간 공고를 해서 주인을 찾아주게 되는데, 공고 기간이 지나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새 주인을 찾아주는 노력을 시작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유기동물들이 새롭게 보호소로 들어오기 때문에 천천히 새 가정을 찾아줄 여유가 없어서 많은 동물이 안락사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 외에는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훔쳐 먹으며 버티거나 로드킬을 당해서 죽기도 하고, 보통은 질병이나 영양 부족으로 죽게 된다. 그리고 식용으로 팔려가는 강아지도 있고, 품종견의 경우 새끼를 낳는 일을 시키는 강아지 공장으로 가서 죽을 때까지 새끼를 낳게 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대부분 이렇게 다치거나 병들어 비참하게 죽어간다는 것이고, 동물들은 죽을 때까지 버린 그 주인을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반려동물과 같이 살기로 마음먹을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반려동물 유기의 대표적인 이유가 진학, 취업, 이사, 결혼, 출산이라고 한다. 이런 것들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일이고, 사정이야 어떻든 수명이 20년 가까이 되는 동물과 같이 살기로 마음먹을 때는 그런 것까지 함께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 정도의 노력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물들이 나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과 끝까지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런 의지와 환경과 금전적인 뒷받침이 되는 지까지 냉정하게 생각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절대 순간의 유행이나 귀여움 때문에 쉽게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

 

 

동물 유기,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제일 중요한 것은 지금과 같은 대량 생산 방식을 막아야 한다. 강아지 공장과 같은 시스템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현재 운영하고 있는 반려동물 등록제를 동물의 소유자가 아니라 생산자가 하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 현행법은 동물을 유기했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는데, 사실 한해 10만 마리씩 유기동물이 발생하지만 2017년의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왜냐하면 등록이 안 되어 있는 개를 누군가가 버렸다면 소유주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과태료는 효력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생산되자마자 등록을 해서 판매할 때 소유주 등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생산하고 쉽게 사고 버리는 이 모든 행위가 한쪽에서는 죽을 때까지 동물을 좁은 곳에 갇혀 새끼를 낳게 만들고, 건강이 안 좋은 새끼를 만들며, 이런 개들이 가정으로 가 어설프게 관리되거나 버려지는 학대를 낳게 되는 것이다.

 

반려동물은 가족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지만 동물 권리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낮다. 동물보호법이 강화됐지만 동물을 생명으로 법에 명시한 국가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이다. 인도, 브라질, 스위스, 독일,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이집트 등은 헌법에 동물보호를 명시한 나라다. 대한민국은 민법에 인간 이외에 유체물을 물건으로 정의하고 있어 물건으로 취급 받는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 키우던 동물이 지루해지거나 여건이 안돼서 버리는 행위는 한 생명을 죽음까지 이르게 하지만 쓰레기 무단투기 처벌처럼 과태료만 부과된다.

 

생명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법이 강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새 주변에서 반려견이 아프다는 소식을 많이 듣는다. 반려견을 오래 키운 사람들이 많다 보니 어느덧 노령견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의 수명은 인간보다 짧고 언젠가 모든 생명은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특집 보도 부문에서 퓰리처 상을 받은, 노견과 함께 사는 가족 가운데 60 가족을 추려 짧은 반려견 이야기와 사진을 담은 ‘노견 만세’라는 책이 최근 국내에 나왔다. 원제는 ‘나이든 개들이 최고의 개들(OLD DOGS are the best dogs)’이다. 책에는 개들은 자신들이 노쇠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해한다고 했다. 또 강아지가 노견이 될 때까지, 반려견이 나이 먹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자신의 삶의 축소판을 지켜보는 일이며 우리도 언젠가 분명히 그날을 맞이하게 되며, 삶의 의미는 그것이 끝나는 데 있다고 적었다.

 

우리 집엔 7살 된 강아지와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입양한 1살 된 강아지가 있다.

 

예전에는 이 아이들이 나이 들어 죽으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는데 이젠 오래 행복하게 살다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죽기를 바란다. 중요한 것은 남은 시간이 얼마이든, 걱정이나 슬픔에 빠져 우왕좌왕하기보다 더 많이 사랑하고 아껴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반려'라는 말이 여러 의미가 있는데, 함께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거부하거나 되돌린다는 의미도 있다. 우리가 함께하고 있는 반려동물은 어떤 의미의 반려동물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