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우의 사회 칼럼] 말하지 못하는 설움은 누가 풀어줄까

요양 병원의 화학적 구속에 관하여

코로나 사태는 진정될 듯 진정되지 않으며 2020년 3월 20일 실시된 요양 병원의 '면회 금지' 또한 6개월째 지속 중이다. 요양병원에 있는 부모를 볼 수 있게 해 달라는 국민 청원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을 듣고도 '면회 금지'에 대해 한 번도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그저 보호자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어르신들에 안타까움을 느낄 뿐 그 이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여 본 적은 없었다. 이런 내 생각을 바꿔 이 칼럼을 쓰게 만들어준 것은 우연히 KBS 시사 기획 창의 '감시받지 못한 약물'을 보게 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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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2일 방영된 시사 기획 창의 이번 주제는 일부 요양원의 실태를 드러냈다. 에어컨 고장으로 인해 땀으로 흠뻑 젖은 시트에서 더워도 몸을 움직이지 못해 누워만 있는 환자, 간호사의 일을 대신에 하는 간병인, 한 환자당 1분의 시간도 채 있지 않고 나가는 의사 등 코로나 사태 이후 감시의 사각지대가 된 요양원의 모습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이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요양병원의 노인들을 ‘화학적 구속(약물을 이용하여 인위적으로 환자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하기 위해 항정신병약을 처방, 투약한다는 것이다.1

 

취재 결과 처방받은 약물들은 미국 FDA에서 노인에게 투약 시 위험성을 경고하는 19가지 항정신병제들이었고, 우리나라 천 오백여 개 요양병원 가운데 90% 넘는 곳이 이 약물들을 처방하고 있었다. 약을 처방받은 환자 중 약이 필요한 정신질환자는 단 3.7%에 불과하고, 대다수의 처방받은 환자는 ‘치매 환자’였다. 심지어 치매도 정신질환도 없는 일반 노인의 처방 비율도 7.3%나 되었다.2 안타까운 점은 보호자가 없는 지금 노인이 의견을 피력할 방법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호하기 위해 실시한 면회 금지는 더는 ‘약’이 아닌 ‘악’이 되었다. 요양 시설의 경우 노인 인구가 많아지며 자연스럽게 수요가 증가하게 되었다. 만약, 우리가 지금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문제는 사그라지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커질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항정신병제 처방에 대한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 해당 약물의 처방량과 처방 시 의무적으로 보호자에게 알리도록 경고가 아닌 강력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보호자에게 동의를 받지 않고 행해지는 악행을 철저히 밝히고, 앞으로 이러한 일이 없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이다. 요양병원의 노인들은 말도 할 수 없고,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가능한 분들도 극소수인 취약계층이다. 우리가 이 불편한 진실을 눈을 감고, 귀를 막아 안 듣게 된다면 말하지 못하는 노인들의 설움은 누가 풀어줄 수 있을까?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1,2 참고: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02905&re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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