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지의 영화칼럼(2)] 고전의 재해석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다

프랑켄슈타인, 셜록 홈즈 : 명작의 재해석

고전이라 불리는 소설을 영화나 드라마 또는 연극으로 각색한 작품들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다. 유명한 소설일수록 원작의 감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얼마나 신선한 스토리 구성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각색은 1차적 창작물에 대한 2차적 가공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창작의 스펙트럼이 제한될 수 있지만 그만큼 매력적이면서도 친근한 소재로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아온 캐릭터들을 활용하다 보니 자연스레 얻게 되는 대중의 관심은 연출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각색의 과정에서는 인물이나 사건, 시대적 배경까지 모두 고려하여 약간의 변화를 주면서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을 관객에게 어필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이 경우 원작에서 눈에 띄지 않았던 배경적 요소에 관심을 기울여 색다른 전개를 보여주는 경우도 있고 원작에 등장하는 부수적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원작과 다른 이야기를 녹여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근대에 인기를 끌었던 소설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고전적인 문학작품을 재해석한 예시는 많지만 그중에서도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셜록 홈즈’는 대중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재창작의 가능성이 충분히 발굴된 캐릭터들이다. 사실 프랑켄슈타인과 홈즈는 모두 원작에서 지적 능력이 뛰어난 남성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이러한 캐릭터들의 재해석에서는 주인공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뻔한 전개로 인해 작품 전체가 지루해질 위험성이 있다. 그래서 원작보다 심한 역경을 전제한 뒤 주인공 이외에 다른 인물들을 조수나 조력자로 끌어들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천재성을 지닌 인물의 묘사 측면에서는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요소가 작품 대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데 주인공의 성장 배경이나 과거의 경험 등을 이용해 감성을 자극하고 주인공의 인간적 면모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변화를 끌어내는 경우도 흔하다.


이렇듯 인물 위주의 각색은 어느 정도 패턴화되어 있어 보는 이들에게 피로감을 주기도 하며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원작의 주인공을 지나치게 왜곡하는 경우 관객들의 반발을 사기도 한다. 2014년에 개봉한 ‘프랑켄슈타인 : 불멸의 영웅’은 1818년의 괴기소설 속 괴물을 21세기의 영웅으로 묘사하면서 변화를 추구했지만, 후드티와 코트를 입고 나타나 선한 쪽에 서서 싸우는 모습은 원작과는 괴리가 컸다. 그뿐 아니라 판타지와 액션 사이의 모호한 장르에서 히어로 물의 특징까지 가미된 설정은 후반부로 갈수록 수습할 수 없는 결점이 되어버렸다.


 


이 밖에도 시대적 배경을 현대로 하여 프랑켄슈타인을 재해석한 사례는 2015년에 개봉한 ‘프랑켄슈타인’이 있는데 이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는 편이다. 원작에 등장하는 창조물을 인공 로봇으로 설정한 점과 창조주를 과학자 부부로 내세운 부분에서는 상당히 흥미로웠으나 공포물의 특성과 원작의 메시지를 융합하려던 시도가 다소 억지스러운 결말로 이어져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프랑켄슈타인의 경우 현대적 해석이 가미된 작품들이 획기적인 수준의 대중적 관심을 얻거나 작품성을 인정받은 사례가 거의 없다. 이는 유명한 작품의 매력적 소재에 대한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아서 코난 도일 경의 소설 ‘셜록 홈즈’는 여러 세대의 ‘홈즈’ 캐릭터를 생산해 내며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셜록 홈즈가 현대에 범죄, 수사물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켜 줄 공급원이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디테일한 인물 및 배경 묘사가 그 가능성을 확대하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2010년부터 방영된 영국 BBC의 ‘셜록’ 시리즈는 드라마로 전 세계적 명성을 얻은 뒤 영미권에서 시즌마다 영화관에서 방영하는 등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에 ‘셜록 : 유령신부’가 개봉하기도 했다. 드라마 ‘셜록’의 경우 현대라는 설정에서 홈즈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등 원작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존재했지만 원작의 스토리라인을 기발한 발상으로 각색하면서 홈즈를 현대로 소환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셜록 홈즈’ 소설의 재해석에 성공한 또 다른 작품으로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셜록으로 분했던‘ 셜록 홈즈’ 시리즈가 있는데 2009년에 개봉하여 후속작 ‘셜록홈즈 : 그림자게임’까지 내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작품의 경우에도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을 기반으로 빅토리아 시대라는 배경을 독창적인 에피소드를 그려내는 데에 활용하여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셜록 홈즈나 프랑켄슈타인 이외에도 재해석될 여지가 있는 고전 작품이 많기에 앞으로도 여러 각생 영화들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물과 배경의 묘사가 각색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유명한 소설에 등장하는 소재를 차용하는 만큼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도록 돕는 영화가 등장하기를 바라본다.




칼럼 소개 : 고전 문학작품을 재해석한 여러 영화를 보면서 각색의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고민해보고 연출적 특징이나 인물의 묘사에 따라 대중의 반응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프랑켄슈타인과 셜록 홈즈라는 두 사례를 분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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