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진의 스포츠칼럼 1] 레스터 시티, 이제는 꿈에서 깨어나야 할 때


지난 2015-201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에서 가장 큰 이변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전 세계 그 어떤 축구 팬이라도 당연히 '여우군단' 레스터 시티의 우승을 말할 것이다.

0.02%의 엄청난 확률을 깨고 리그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레스터 시티의 핵심에는 제이미 바디, 리야드 마레즈, 대니얼 드링크워터 등 훌륭한 선수들의 활약이 있었지만, 오랜 세월 동안 잠잠했던 그들의 숨겨진 잠재력을 찾아내면서 구단 창단 이래 최초의 우승을 일궈낸 진정한 주역, 클라우디오 라니에리가 큰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그들의 각본 없는 드라마는 다음 해인 2016-2017시즌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지난 28일, 리버풀과의 홈경기를 제외하면 10경기 동안 단 한 경기만을 승리, 무려 7경기나 승점 3점을 내주면서 지난 시즌의 모습은 절대 찾아볼 수 없는 현재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 이란 말은 이런 상황 속에서 사용하는 것일까. 좋지 못한 상황들의 연속에, 레스터 시티는 지난 24일 라니에리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과연 레스터 시티의 팬들에게 한 편의 영화 같은 우승을 안겨주었던 '명장' 라니에리를 단 1년 채도 지나지 않아 강등위험에 처했다는 이유로 인해 경질한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제는 꿈에서 깨야한다


레스터 시티의 극단적인 결정은 많은 축구팬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레스터 시티는 왜 강등 확정도 아니 뿐 더러 아직 많은 시간이 남은 이러한 상황에 라니에리의 경질을 결정한 것일까. 또한, 세비야 FC와의 UEFA 챔피언스 리그 16강에 집중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라니에리와의 이별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일까.

어쩌면 지난해 레스터 시티의 우승은 하나의 꿈일 수도 있다. 하지만 꿈은 언젠가 깨게 마련이다. 레스터는 꿈에서 깨야 할 이 시기에 아직도 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 레스터 시티는 지난 2013-2014 시즌까지만 해도 잉글랜드 2부리그인 챔피언십에 속해있는, 국내 팬들에는 이름조차 생소한 구단이었다. 그런 레스터 시티는 2014-2015시즌에 1부리그에 승격하면서 리그 14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강등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그런 구단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5-2016시즌, 과거 유벤투스와 AS로마, 첼시 FC 등에서 감독으로 활동하며 큰 업적은 없지만 다양한 커리어를 보유하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를 부임시키면서 강등권만 탈출해도 다행스러운 팀에서 한순간에 리그 정상 구단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여서였을까. 현재 리그 15위를 달리면서 아슬아슬하게 강등권을 피해가고 있는 레스터 시티는 팀의 역사에 남을 '명장' 라니에리를 기적이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경질하였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렇다면 지난시즌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던 라니에리를 경질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름대로 레스터 시티에게 이유는 있었다. 물론 아직 꿈에서 깨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 이유는 이렇다.

우선, 정상을 달렸던 지난 시즌과 달리 현재에는 강등권 팀들에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난 시즌의 챔피언이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데, 그 이전까지의 기록은 모두 잊은 것이었다. 현재 레스터시티는 강등권의 시작인 리그 18위에 위치한 크리스털 팰리스와 승점 단 2점 차이로 어쩌면 EPL 역사상 최초로 전년도 우승팀의 강등이라는 치욕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두 번째로는 라니에리의 전술적 한계를 이야기할 수 있다. 지난 시즌 그들은 4-4-2 포메이션을 사용하여 기적 같은 우승을 일궈냈다. 하지만 이번 시즌 그들의 전술은 다른 팀에게 더는 효과적이지 못했고 새로운 전술을 시도했지만 실패적인 결과를 보이며 지난 시즌의 모습은 다시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특히 핵심선수들의 부진이 팀의 하락으로 이어졌는데, 지난 시즌 24득점으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제이미 바디는 라니에리가 지휘했던(28일 리버풀전 제외) 이번 시즌 단 5득점으로 확실히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지난 시즌 바디와 함께 최고의 선수로 손꼽혔던 리야드 마레즈 역시 부진을 피할 수 없었다.

또, 선수들과의 불화설이 그들의 발목을 붙잡았는데, 현재까지 레스터 시티는 모든 불화설이 그저 소문에 불과하다고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캉테의 공백을 매우지 못한 점, 여름 이적 시장의 실패 등 다양한 이유가 언급되고 있다.


앞으로의 레스터시티는?


레스터 시티의 팬들이 아무리 그를 그리워한다고 할지라도 그는 이미 떠났다.

경질 이후 며칠도 지나지 않아 이탈리아, 중국 심지어 대표팀 등 많은 러브콜이 있었지만, 라니에리의 차기 행선지는 'EPL 복귀'가 유력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레스터 시티는 수석코치 크레이그 셰익스피어 감독대행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과연 어떤 감독이 레스터를 담당하게 될지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잉글랜드 현지에서는 강등권 팀들을 위기에서 구해내기로 유명하며, 과거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을 4강까지 올리며 국내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소방수' 거스 히딩크 감독 부임설이 나오고 있으며, 최근 크리스털 팰리스와 이별한 앨런 파듀와 로베르토 만치니의 부임설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로베르토 만치니는 잉글랜드행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이며 현재 임시감독을 맡은 크레이그 셰익스피어 역시 정식 감독에 대한 욕심을 보이면서 레스터 시티를 구할 차기 감독은 누가 될 수 있을지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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