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으로 감춘 황색 저널리즘의 미소 <1. 위키트리(WIKITREE)>

최근 필자는 페이스북 앱에서 '위키트리'와 '인사이트' 페이지 팔로우를 취소했다. 더는 필자의 뉴스피드에는 똑같은 내용의 기사가 두 개나 올라오지 않는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나 쓰일 만한 유치한 소제목도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뉴스피드가 말끔해졌다. 위의 두 페이지를 이용하면서 '내가 기사를 읽는 건지 찌라시를 읽는 건지' 헷갈렸던 날들이 가끔은 그리울 정도로 뉴스피드의 업데이트 속도는 현저하게 느려졌다.


하지만 필자는 앞으로도 저 페이지들의 좋아요 버튼을 다시 누를 생각은 없다. 넘쳐나는 정보와 가공할만한 기사 작성 속도는 지금까지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언론과의 만남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게 정보를 습득하고, 그 정보는 우리의 머릿속에 고스란히 저장된다. 그 정보를 다시 만나게 되는 곳은 생각보다 놀라운 곳이다. 석 달 전 봤던 기사는 또다시 똑같은 제목과 똑같은 내용으로 등장한다. 심지어 제목과 내용이 미묘하게 다른 기사가 한 시간 간격으로 다른 페이지의 이름을 달고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필자는 두 페이지의 존재를 말끔하게 지우기로 했다. 그리고 팔로우를 취소했다.





위키트리가 택한 신속성과 개방성


기사에서 신속성은 생명과도 같다. 텔레비전으로 TV를 보고 있다가도 뉴스 속보라도 나온다면 제일 먼저 속보를 내보내는 채널로 리모컨 버튼이 움직이게 마련이다. 스포츠 뉴스도 마찬가지이다. 야구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기자들은 시시때때로 기사를 수정해가며 9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기사 작성을 마친 뒤 작성 완료 버튼을 누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NEWs(새로운 것들)'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말해주듯이, 새로운 것들을 빠르게 알려주는 뉴스에서 신속성은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그런데 인터넷의 발달로 신속성을 겨루는 것의 의미는 사라지게 되었다. 누구나 소식을 접한 사람이라면, 즉석에서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고, 작성 완료 버튼만 누름으로써 소식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언론사의 포화 상태와 더불어, 기자들의 형편없는 필력과 어휘력이 가미된 패스트 뉴스들은 일반인들이 쓴 글들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2009년 4월 'WIKITREE'라는 이름을 가진 인터넷 신문 사이트가 등장한다. 위키트리는 개방성을 강조하며 위키 형식의 인터넷 신문 사이트를 표방했는데, 위키 형식이란 누구나 참여하여 글을 작성하고 편집이 가능한 형태를 일컫는다. 이처럼 개방성과 함께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데 성공한 위키트리는 현재 네이버 뉴스 스탠드 서비스 개시와 함께 페이스북서 대략 백오십만 명이 '좋아요'를 누른 명실상부한 인터넷 언론의 선두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전해지는 위키트리의 기사들은 독자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왔는데, 특히 위키트리가 인사이트의 기사 베끼기 행위를 지적한 기사를 올리자 오히려 댓글로 많은 수의 사람들이 위키트리와 인사이트의 차이(황색 언론으로서의 행태)를 느끼지 못하겠다며 이를 지적한 위키트리 측을 '유사언론'이라 조롱하는 댓글들이 이어졌다. 이처럼 위키트리의 패스트 뉴스들은 정확한 정보 전달이라는 언론의 참가치를 잃은 채, 신속성과 개방성에만 주목함으로써 많은 독자의 비판을 받는 상태이다.


위키트리가 책임져야 할 '팔로워'의 무게


이처럼 위키트리는 인터넷 언론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그대로 떠안고 SNS 시장에 진출한 것이나 다름없다. 위키트리는 SBS, 조선일보, 한겨레 등의 주요 언론사들의 팔로워 수보다 1.5배에서 많게는 3배나 많은 수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 지상파 채널 중 가장 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SBS 뉴스 페이지보다도 오십만 명이 많다. 이처럼 위키트리는 페이스북에서 인사이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팔로워 수를 보유한 언론 사 페이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인사이트와 더불어 패스트 뉴스를 통해 자극적 소재를 통한 '독자 끌어모으기' 행태는 기존의 인터넷 언론이 가지고 있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언론으로서의 순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두 언론사의 기사 및 자료 무단 복사 행위는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로써 사실 국내 대부분의 중소 인터넷 언론사들이 행하고 있는 행위지만 위키트리가 인사이트의 표절 행위를 가지고 비판하는 기사를 냄으로써 페이스북 내 독자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위키트리 페이스북 페이지에 12월 23일에 게시된 글


이처럼 단순하고 자극적인 기사를 통해 가십적 요소만을 추구하는 위키트리의 모습은 독자들의 올바른 정보 습득을 방해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언론사로서 저널리즘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모습을 무시한 채 하나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언론의 추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행태라고 생각된다.


이제까지 우리가 접해왔던 언론의 모습은 기사를 읽는 행위를 하거나 TV를 시청하는 것을 통해 우리가 선택적으로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었지만, SNS로 확장된 언론의 모습은 우리가 단순히 스마트폰을 가지고 SNS를 하는 것만으로도 언론을 통해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습득하는 것이다.


이전의 언론의 문제점이 무비판적 수용이었다면, 지금의 언론의 문제점은 무의식적 수용이 이루어짐으로써 어떠한 비판을 거칠 사고 과정조차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신이 5분간 사용한 페이스북 앱은 위키트리나 인사이트 같은 페이지를 통해 당신에게 무수히 많은 정보를 제공하였다. 당신이 뉴스를 읽으려 노력하지 않았어도 말이다. 그리고 그 정보는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수용되어 당신의 잠재의식 속에 자리 잡을 것이다. 과연 위키트리는 당신의 잠재의식 속에 자리 잡을 가치가 있는 기사를 써내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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