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은의 미래생활 칼럼 3] 생명의 존엄성을 지켜줄 인체장기 칩

인체장기 칩의 개발과 그 효용성

인류가 지구에 살기 시작하면서 계속되어온 죽음에서의 자유는 인간의 역사 속 곳곳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중국 진시황의 불노장생의 이야기는 인간이 죽음을 회피하고픈 열망의 한 예이다. 이런 죽음은 인간의 노화와 병과 관련이 있는데 지금 현시대에서도 진시황처럼 인간은 꾸준히 영원한 삶은 아니더라도 생명의 연장을 꿈꾸고 있다. 방법이 조금 다를 뿐이지 수많은 생명을 위태롭게 하면서 지금도 인간은 조금 더 살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동물실험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인간에게 발생하는 여러 가지 질병을 치료할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 전세계적으로 이루어지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것이 합법인지 위법인지를 생각해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법에 의하면 동물실험이 금지된 대상 외의 동물실험은 합법이라고 한다. 동물보호법 제 23조에 의하면 동물실험은 인류의 복지 증진과 동물 생명의 존엄성을 고려하여 실시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말은 인간의 생명의 연장을 위해서는 동물실험을 해도 된다는 말로 해석된다.


최근 영국의 한 제약회사 실험실에서 행해지고 있는 동물 생체실험의 모습이 공개되어 충격을 주었다. 수십 마리의 토끼들이 플라스틱 기계에 옴짝달싹 할 수 없이 묶인 채 약물 실험을 당하는 것이었다. 더욱이 이 토끼 실험에서 사용된 의약품이 병을 고치는 치료제가 아니라 성형시술에 쓰이는 약물임이 밝혀지면서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이러한 동물실험은 반대의 목소리도 높지만 찬성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여기서 동물실험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영국생체실험폐지연대'(BUAV)이 공개한 영상에는, 수십 마리의 토끼들이 플라스틱 기계에 옴짝달싹 할 수 없이 묶인 채 약물 실험을 당하는 현장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출처: BUAV>


다만 어떻게 하면 또 다른 생명을 지키며 인간이 꿈꾸는 삶도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다행히도 동물실험에 대한 대체방법이 최근에는 많이 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인체 내에서 일어나는 소화 흡수 대사과정을 연속 재현할 수 있는 위 장 간 생체모사 바이오칩이 동물실험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고 실현단계에 와 있다고 한다. 미래의 인류는 또 다른 형태로 영생을 연구해 나갈 수가 있다는 것이다이 바이오칩의 이름은 인체 장기 칩이라고 한다.


사실 동물실험은 윤리적인 문제도 있지만 그 효용성이 떨어진다. 실제 인간과 다르기 때문에 동물실험에 성공한다고 해도 인간에게 사용시 동일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라는 것이었다. 인간 장기와 동일한 형태나 반응을 보이는 것이 필요한데 살아있는 인간 장기를 찾을 수는 없고 찾는다고 해도 이식하기에도 모자라는 실정이라 실험에 사용하기에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실정이었다. 이에 새로운 기술이 마이크로칩에 인간장기의 기능적인 부분을 축소된 크기로 재현해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2010년 비스 연구소의 도널드 잉버박사가 최초의 장기 칩인 폐 칩을 개발했고, 지금까지 다양한 그룹이 폐 간 신장 심장 골수 각막의 축소모형을 만드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장기의 축소 모형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인체 장기 칩은 USB 장치와 비슷한 크기다. 칩 안에는 직경 1 밀리미터 이하의 초소형 유체튜브가 해당기관에서 떼어 낸 인체 세포와 함께 복잡한 패턴을 이루고 있다. 영양소혈액실험 약물과 같은 시험용 화합물을 튜브에 넣으면 세포들이 살아있는 장기의 핵심기능일부를 모사하고, 도관을 지나는 공기가 인간의 호흡을 대단히 정확하게 모사하게 된다. 그동안 박테리아가 들어간 혈액을 다른 튜브에 넣으면 과학자들은 세포가 감염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할 수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사람도 동물도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이 기술을 통해 과학자들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생물학적, 생리학적인 행태를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신약 개발 현장에서는 이런 장기 칩을 사용하는 실험실이 크게 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하버드대 위스 연구소(Wyss Institute)는 사람의 폐와 유사한 렁 온 칩(Lung on a chip)’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고 하며 캘리포니아 주 버클리대는 사람 심장과 비슷한 환경을 구축한 핫 온 칩(heart-on-a-chip)’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신장, 창자, 근육, , 피부 등 다양한 인체 세포들을 적용한 칩들이 세계 각국에서 개발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장기 칩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다. 망막병증 등 안과 질환을 연구할 수 있는 아이온어칩을 개발하고 있으며. 인공피부를 개발해 화제이다. 유럽은 2013년부터 화장품 개발을 위한 동물 사용을 완전히 금지했고, 우리나라도 동물실험을 한 화장품의 수입과 판매를 제한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번 인공피부 칩은 유효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여러 가지 칩을 동시에 적용한 후 인체로부터 복합적인 반응을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심장세포의 핫 온 칩과 함께 간세포를 담고 있는 리버 온 칩(liver-on-chip)’을 동시 적용해 신약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측정하는 일이 가능하다.


하지만 칩 제작에 사용되고 있는 플라스틱 성분도 아직 완전하지 못하고 세포에 투입할 수 있는 혈액배양에 대한 문제 등 칩 개발에는 아직도 여러 가지 난제가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미국의 하버드대 위스 연구소(Wyss Institute)에서 최근 개발한 렁 온 칩(Lung on a chip)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당뇨병이나 고혈압에 힘들어 한다. 이러한 병들은 발병 후 치료가 되기 힘들다고 하는데 얼마 전에는 칩을 이용해서 내분비 세포가 혈류로 호르몬을 분비하는 방법을 모방하게 함으로써 당뇨약에 대한 결정적 실험을 수행했다고 하는 소식도 있다.


맞춤형 약물에 장기 칩을 활용할 방법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론상으로는 환자 자신의 몸에서 얻은 줄기세포를 이용해서 이러한 마이크로칩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든 마이크로칩을 활용하면 성공 가능성이 보다 높은 개인화된 치료법을 알아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모두 꿈같은 이야기들이다.

인류가 살아오면서 병들고 지쳐 생명을 연장할 수 없던 시대에서 이제 우리 바로 앞에 놓인 미래는 병들어 생명을 잃는 일은 드물어지고 조금 더 오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려있다그런데 아쉽게도 이런 인체 장기 칩이 생물학/ 화학/방사선 무기에 대한 반응을 실험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한다. 다른 의미로 보면 무기개발실험에도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런 과학적 산물이 군사적으로 사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윤리적인 이유로 이러한 실험은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군과 바이오 국방에 관련된 연구자들은 또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한다. 부디 생명을 살리는 연구가 생명을 죽이는 연구로 거듭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멀지않은 미래에 인체 장기 칩은 생명의 존엄성을 지켜내고 인류의 삶을 더욱 더 인간답게 영위하게 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칼럼소개 : 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는 지금과는 다른 세계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나날이 변화하는 우리의 생활 !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글을 통해 같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