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요리칼럼 4] 유럽에서 소곱창을?

생각보다 비슷한 이탈리아와 우리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의 국가, 툭하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툭 하고 꺼지는 냄비근성의 국민, 축구를 너무나 좋아해서 축구 얘기 하나로 싸움도 벌이는 남자들, 그리고 누구보다 마늘을 사랑하는 식습관을 가진 사람들의 나라.


어딘가 굉장히 익숙한 모습이지만 위에서 말하는 국가는 한국이 아니다. 지중해에 위치한 아름다운 국가, 로마의 역사를 간직한 나라 이탈리아의 이야기다.



아시아 동방에 위치한 나라의 식습관과 유럽에 위치한 나라의 식습관을 비교해보자 한다면 비슷한 것이 하나도 없을 것 같지만 뜻밖에 이탈리아와 대한민국은 비슷한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 마늘과 고추를 즐기는 한국의 식습관은 이탈리아의 마늘을 즐기는 식습관과 페페론치노(이탈리아의 고추품종)를 즐기는 습관과 닮아있다. 알리오 올리오와 같이 마늘만으로 만드는 파스타를 보고 있자면 오히려 '이 사람들은 우리보다 더 마늘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멸치액젓과 같이 멸치를 절여서 만드는 엔초비라는 조미료를 즐겨 사용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음식을 즐기는 방법조차 비슷해서 스칼페타 (Scarpetta)라 하여 음식을 다 먹고 나서는 빵으로 그릇에 남은 소스를 싹싹 긁어먹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파스타를 파는 곳에서 빵을 내지 않으면 남은 소스를 빵으로 깨끗이 닦아 먹을 수 없지 않냐고 불평하는 손님들이 있을 정도인데 마치 그릇을 깨끗하게 비워 먹어야 잘 먹었다고 칭찬하는 한국인들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은가? 



이탈리아 남부로 내려갈수록 더욱더 우리나라와 점점 더 비슷해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정점에 있는 음식이 바로 소 곱창 토마토 스튜를 먹는 모습이다. 유럽을 비롯한 서방의 국가들은 한국과 같은 동방의 국가들과 달리 육식을 즐기고 고기를 자주 접할 수 있었기에 그 부속물인 내장을 먹는 문화가 해기스(양 또는 소의 내장에 채소를 넣고 만드는 영국 전통음식) 나 소시지를 만들어 먹는 정도에서 그친다.


그 중 해기스는 유럽인들 사이에서 혐오 음식으로 분류되고 있어 ‘서양에 가면 내장들을 헐값에 먹을 수 있다’라는 이야기가 떠돌아다닐 정도이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헐값에 먹기는커녕 한국에서 먹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값을 지급해야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내장을 즐겨 먹는 곳이다. 이탈리아 남부에서는 소 곱창과 토마토, 마늘 등을 넣어 만든 스튜와 곱창, 양을 토마토에 볶아 먹는 요리, 심지어는 소뇌를 튀겨먹는 체르벨로 후리또 라는 음식까지 있을 정도다.


또한, 이탈리아에는 유럽에서 쉬이 볼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선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는 식재료에 대한 공통분모를 또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오징어, 문어, 주꾸미를 먹는 모습이다.



영국과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는 이 재료들을 특유의 기괴한 모습, 미끄덩거리는 촉감과 식감 때문에 피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나폴리에서는 시장에서 주꾸미를 진열해놓고 파는 걸 보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예 유명 이탈리아 셰프가 유튜브에서 주꾸미를 이용해 파스타를 만드는 영상이 있을 정도, 문어를 악마처럼 여기던 여타 유럽 국가들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이와 같은 이탈리아의 식습관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는 프랑스 음식보다도 이탈리아 음식이 더욱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게 아닐까? 이를 계기로 앞으로는 이탈리아 하면 파스타, 피자와 리조또만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얼큰하고 매콤한 음식, 소 곱창과 주꾸미 요리 가진 입으로 통하는 형제의 국가 이탈리아를 떠올려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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