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실의 언어칼럼 5] 나를 찾아주는 버츄 프로젝트 두번째 이야기

오고 가는 미덕으로 우리가 변했다.

4월과 5월, 3학년 4반에서는 버츄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친구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미덕을 찾아 칭찬해 주는 작은 프로젝트였다. 제대로 된 홍보활동도 없었고, 어떤 강요도 없는 순도 100%의 자율활동이었다. 눈에 잘 띄는 출입문 옆에 게시판을 붙여두었고 직접 만든 용지와 압정을 준비해 둔 게 다였다. 과연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바쁜 3학년 학생들이 관심을 보일까 궁금했다.


※‘버츄 프로젝트(The Virtues Project)’ : 아이들에게 ‘아름답고 갸륵한 덕행’인 미덕을 가르치는 미덕교육. 캐나다 정신과 의사인 린다 캐벌린 포포프 등이 창안


첫날에는 여학생들이 주로 관심을 가졌다. "진실아, 이게 뭐야?" 내가 설명해주면 신기해하면서 곧바로 주변 친구들의 정말로 '소소한' 칭찬을 적어서 붙였다. - 000, 미덕:친절, 오늘 날짜를 물어보았는데 귀찮아하지 않고 친절하게 대답해줌 - 붙이는 친구도 즐거워했고, 미덕 칭찬을 받은 친구는 뭐 이런 것도 쓰냐며 웃었지만, 자신도 다른 친구의 작은 칭찬을 관찰해 적어주었다. 그렇게 첫날에는 참 작은 행동들로부터 발견된 미덕들이 게시판을 메웠다.

둘째 날에는 선생님들이 관심을 보이셨다. -000, 미덕:희생, 자신의 다리를 부러뜨려 반 친구들을 위해 액땜함- 같은 미덕 용지를 보고서는 웃으셨고, 담임선생님께서 참 부지런하다고 이야기하셨다. 담임선생님께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진행한다고 하자  더 놀란 눈치셨다. 그리고 반에 단 7명 밖에 없는 남학생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직접 참여하지는 않고 서로에게 자랑하듯 자신의 미덕을 나열하는, 귀여운 모습을 보였다.


3일 정도가 지나자 학생들이 여전히 참여하기는 했지만, 그 참여가 여학생에게만 한정되었다. 그래서 나는 남학생 1명을 칭찬해주기로 마음먹고 그 친구를 관찰했다. 내가 관찰한 친구는 학업에 많은 열의가 있는 친구는 아니었지만, 수업시간에 적절한 농담과 재치로 가라앉은 반 분위기를 띄울 줄 아는 친구였다. 그래서 나는 그 친구의 -000, 미덕:도움, 모두가 피곤한 월요일 1교시 수학 시간에 농담을 해 분위기를 띄워주는 비타민의 역할을 해줌- 도움이라는 미덕을 찾아 칭찬해주었다. 그 친구가 미덕을 발견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정말 궁금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 친구는 "야! 누가 내가 비타민이래!!"하면서 동네방네 뛰어다녔다. 정말 말 한마디인데도 온종일 들어오시는 교과 선생님께 자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덕분에 그 친구를 보면서 우리 반도 온종일 웃었다. 평소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고 선생님들께서 제일 수업하기 어려운 반이라고 하셨는데, 그 날만큼은 수업 장학을 하는 것처럼 정말 최고의 분위기였다.



기뻐하는 친구 덕분에 덩달아 나도 입꼬리가 올라갔다. 정말로 칭찬을 받은 것보다 더 기뻤고, 그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웃음이 났다. 참여하는 것도 준비하는 것도 별거 아니었던 이 프로젝트는 자꾸 우리를 바꾸고 있었다. 미덕을 발견하는 친구는 상대방을 기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기쁨, 받는 친구는 누군가 자신의 사소한 것까지 알아준다는 그 기쁨을 느꼈다. 어쨌든 그 미덕 용지 덕분에 남학생들도 참여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이 미덕 용지는 한마디의 말로 천천히, 교실을 바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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