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은의 미래생활 칼럼 6]사물인터넷 - 편리함속에 존재하는 원하지 않는 노출

긴 머리를 단아하게 올리고 정장 치마에 하이힐을 싣고 사무실에서 노트북으로 업무를 하는 한 여성이 갑자기 시계를 보고는 스마트폰을 꺼내어 어딘가로 버튼을 눌러 신호를 보낸다. 퇴근 시간에 맞추어 집안 온도와 식사준비를 위한 전기밥솥이나 오븐 등 전자제품을 컨트롤 하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TV 광고에서 자주 보는 모습이다. 어떤 광고에는 직장에서 집에 있는 로봇청소기를 작동시켜 청소하는가 하면 이 로봇청소기로 집 안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도 있다. 사람이 없어도 된다. 이러한 모습들은 이제 더 이상 미래의 생활이 아니다.


이런 시계도 상상해 볼 수도 있다. 이전에는 아침에 출근 시간을 맞추어 알람이 울리던 시계가 이젠 시계 스스로 알람의 시간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이 시계가 도시의 교통정보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있다면 교통체증으로 인해 출근에 걸리는 시간이 증가하면 시계는 알아서 알람을 30분 더 일찍 울리게 하고 출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냉장고 TV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집안 곳곳에 있는 모든 사물이 스스로 판단하고 살아서 움직이듯 사용될 수 있다면 어떠할까? 이러한 모든 일은 사물인터넷으로 가능해진다. 먼저 사물인터넷의 정의를 보면 인터넷을 기반으로 모든 사물을 연결하여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의 정보를 상호 소통하는 지능형 기술 및 서비스를 말한다. 영어 머리글자를 따서 '아이오티(IoT)'라 약칭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기술이나 환경을 일컫는다.


지금도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은 주변에서 적잖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사물인터넷이 여는 세상은 이보다 조금 더 신기하다. 지금까진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들이 정보를 주고받으려면 인간의 ‘조작’이 개입돼야 했다. 사물인터넷 시대가 열리면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는 사람의 도움 없이 서로 알아서 정보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블루투스나 근거리무선통신, 센서데이터, 네트워크가 이들의 자율적인 소통을 돕는 기술이 된다. 이러한 사물인터넷은 1999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의 오토아이디센터소장 케빈애시턴이 향후 RFID(전파식별)와 기타 센서를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사물에 탑재한 사물인터넷이 구축되리라 전망하면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 시장분석 자료 등에 사용되면서 대중화되었다.

이러한 사물인터넷을 사용하는 기업사례를 살펴보면 조금 더 그 유용함을 알 수 있는데 그 사례로는 다음과 같다. 먼저 드론 운송 서비스 예정인 아마존이다. 아마존의 CEO 제프베조스는 2013년 12월 미 CBS 방송 ‘60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드론배달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른바 프라임 에어로 불리는 이 서비스는 소형 무인기 드론을 이용해 30분 이내에 물류를 고객의 집까지 배송하는 서비스이다. 고객이 주문하면 주문한 물품이 항공 운송 전용 케이스에 담겨 컨베이어 벨트에 오르고 이 케이스는 배달 드론의 대기 장소에 정확히 배달되며 드론은 이 케이스를 들고 고객의 집으로 날아오른다. 이 드론은 GPS를 이용해 인터넷에 입력된 고객의 주소로 자동으로 날아가고 고객은 30분 만에 주문한 물품을 받아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실현하지는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시스코가 있다. 시스코는 여러 IT업체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사물인터넷을 추진하는 기업이다. 시스코는 스마트 홈 수준을 넘어서 스마트 시티를 건설하고자 했다. 시스코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사물에 센싱과 네트워킹을 이용해 도시의 변화를 끌어냈다. 상습정체와 교통 혼잡, 주차문제로 악명이 높은 바르셀로나의 본지구에 스마트 주차장을 건립했다. 스마트 주차장은 주차장 바닥에 차를 인식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해 차가 주차한 후 나갈 때 정산하는 주차 티켓 결재에 따른 시간 소모를 줄이고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주차상황을 시민들에게 실시간 제공하여 시민들이 주차장의 빈공간 위치를 손쉽게 파악하도록 해주어 바르셀로나의 도로혼잡이 약 14% 개선 되고 시민들은 주차를 위해 낭비했던 시간과 연료를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사물인터넷이 마냥 좋은 건 아닐 수도 있다. 웃지 못할 상상을 해보자. 비만 때문에 음식섭취를 제한하라는 의사의 지시를 받은 사람이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냉장고가 경고음의 사이렌 소리를 낸다면 어떠할까? 이 냉장고는 병원의 정보시스템과 네트워크 되어 있어서 냉장고는 이 사람의 처방을 정확히 알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경고음을 내며 이 경고음이 가족들에게, 또는 병원으로 전달된다면 어떠할까? 사실 유쾌하지는 않다. 하지만 기분은 좀 상하더라도 건강상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가 냉장고가 아닌 다른 사람이 알게 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바로 여기서 사물인터넷의 문제점이 있다. 보안이다. 더욱이 사물인터넷의 보안은 현재 초보적인 단계라고 한다



기존의 정보유출은 사용자가 먼저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즉 인터넷 공간이나 컴퓨터에 정보를 저장하지 않으면 유출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사물인터넷 환경에선 사용자가 제공하지 않은 정보들도 누군가에 의해 수집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 상용화돼 있는 홈 CCTV는 사용자들이 외부에서도 실시간으로 집안을 확인하고 싶어 하므로 대부분 제품이 인터넷에 연결돼 있다. 만약 해커가 이 CCTV 화면을 하이재킹 한다면 실내의 상황을 가택침입 없이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이 자체만으로도 불법이지만 이는 자칫 더 큰 범죄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


이처럼 사물인터넷은 보안이라는 위험요소를 지니고 있으면서 작게는 우리 집안의 곳곳에서부터 크게는 국가나 우리가 사는 지구 전체를 새로운 환경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 미국의 과학소설 작가이자 대중강연가인 브루스 스털링은 <사물인터넷에 대한 서사적 투쟁>에서 “사물인터넷의 최종단계는 전 지구의 모든 물건에 저렴하게 연결되어 향기나 냄새처럼 어디든지 퍼져있는 스마트 먼지 같이 퍼져 기술이 사회를 변혁시키는 것이다”라고 했다.


제4차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이러한 사물인터넷은 미국에서는 여러 부문에 도입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늦은 편이다. 2016년에 조사한 ‘사물인터넷의 성장여건을 만드는 적절한 투자와 정책’에 대한 평가점수를 보면 52.2점으로 일본 호주 독일에 이어 우리나라는 12위 수준이라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법적인 규제가 심해 투자비용을 많이 잃어버리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가 미래에 대한 준비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도 조금 더 효율적인 면에서 미래를 만들어 나갈 준비가 되어야 하겠다. 사물인터넷은 우리의 삶을 더 편리하게 하고 생활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다. 하지만 그에 따른 보안의 문제도 갈수록 더 심각해질 것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는 어떤 물건을 인터넷에 연결할 때 한번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으며. 모든 것이 연결되는 세상에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칼럼소개 : 미래생활에서 인공지능과 더불어 우리의 삶을 가장 편리하게 만들어 줄 사물인터넷을 소개하고, 또한 사물인터넷이 만들어내는 위험인 보안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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