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석의 사회 칼럼 4] 친구가 친구같지 않은 무한경쟁 체제

 

 

 

 

"친구들이 친구같지가 않아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있어 21세기 사회는 참으로 냉정하다. 특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땅, 대한민국은 특히 더하다. 유년기부터 육지로 나온 물고기처럼 무한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쳐온 10대 청춘들에게 묻는다. "우리의 사랑하는 친구들이, 너무나도 정다운 우리 이웃들이, 어째서 우리가 가장 적대시하고 견제할 수밖에 없는 대상이 되었을까."

 

지난 4일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사립 일반계 심석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2학년 인문과정반 학생들끼리 다툼이 일어난 것이었다. 사건의 원인은 바로 시험대비를 위한 '요점노트' 때문이었다. 먼저 A 학생이 수업시간에 놓친 내용을 기록하기 위해 B 학생에게 노트를 빌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B 친구가 '자신이 수업시간에 놓치지 않고 정리한 내용'을 빌려줄 수 없다는 것을 이유로 A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어쩌면 사소한 일이라 생각될 수 있는 문제에도 불구하고, 두 학생의 견해차는 말다툼으로까지 이어졌다. A 학생에 입장에서는 '친구를 경쟁자로 여긴다는 B 학생의 태도'가, B 학생의 입장에서는 '수업시간 선생님 말씀을 놓치지 않고 시험을 위해 소비한 자신의 노력을 함부로 보여 달라고 부탁하는 A 학생의 태도'가 분명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를 결코 사소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A 학생은 '자신의 시험 성적'을 위해 수업에 열심히 임한 B 학생의 요점노트가 필요했을 것이고, B 학생 역시 '자신의 시험 성적'을 위해 친구임과 동시에 경쟁 상대인 A가 자신의 정리 노트를 보고 자신보다 나은 성적을 받는 것을 우려했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무한경쟁 체제 속에서, 어느덧 자신에게 소중한 친구를 포함해 타인을 경쟁상대로 여기며 자신의 것을 지키고자 하는 심리에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또한, 이렇게 생각했기에, 칼럼을 연재하는 필자는 A 학생과 B 학생의 뜻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친구가 친구 같지 않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적어도 10대 청소년들에게는, 이러한 현실이 일상화되어버렸다는 점이다.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교육계, "학벌주의 해체, 무한경쟁에서 공존협력 교육으로"

이렇듯 무한 경쟁체계의 대학 입시 문제와 더불어 많은 교육계 인사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월 5일 "새로운 대한민국에서는 새로운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며 "새 정부 교육정책의 출발은 교육부의 지난 과오에 대한 자기성찰을 전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김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하고 "학교와 교육 전 영역에 깊게 뿌리 내린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과감하게 걷어내고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공존의 가치를 내면화하는 교육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같이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김 부총리는 이날 교육부 자체 개혁의 필요성도 강조했는데, "권력의 오만함으로 비쳤던 교육정책과 제도를 처음부터 새롭게 점검하고 바로잡아야 한다"며 이전까지의 교육 체계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언급하기도 하며 새로운 대한민국 교육사회에 대한 시작을 알렸다. 수백만 수험생들의 입시경쟁을 향한 땀과 눈물로 굳어진 무한경쟁 시대의 끝이 도래하고 있는 것일까. 교육계의 행보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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