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지의 영화 칼럼 5] Get out, 그들의 외침

예상대로 흘러가는, 예상치 못한 편견을 발견하다

이질감을 느낄 만한 타자의 출현은 새로운 스토리를 생성하기에 적절한 이벤트가 된다. 코미디언인 조던 필의 감독 데뷔작 <겟 아웃>에서도 마찬가지다. 여자친구 집에 방문한다는 설정은 흑인이자 외지인인 주인공이 한적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집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사건이 발생하길 기대하게 만든다. 

이러한 경향은 영화 <곡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누가 혹은 무엇이 수많은 끔찍한 일들의 원인인지 알 수 없으나 일본에서 온 외지인에게 시작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가 일본인이기 때문에 언어로써 원활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의심은 확장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영화에서 관객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인물 설정은 영화의 전개 방향에 대한 ‘예상’을 관객들에게 요구한다.



<겟 아웃>에서 이러한 ‘예상’을 이끌어내는 방식은 주목할 만 하다. 남자친구를 가족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여자가 그를 집으로 데려가는 일은 일상적인 사건이다. 누구든 사랑하는 연인의 존재를 가족에게 알리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그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주인공인 그와 함께 우리도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걱정을 이어간다.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하고 있다는 그 사실이 우리를 성찰하게 한다. 

스릴러 장르의 클리셰적인 요소를 많이 담고 있어 로튼 토마토 신선도 99%라는 수식어가 다소 과장된 듯 보이기는 하지만 이 영화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미국이 표방하는 자유와 평등이 아직까지 선언적인 수준에서 크게 발전하지 못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의 차별이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것이었다면 최근의 인종차별 양상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교묘하다. 파티에 참석한 크리스에게 다른 가족들이 건네는 말들은 무언가 콕 집어 잘못되었다고 말하기는 힘드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다. 특히 흑인이 가진 신체적 이점에 대해 칭찬하듯 던지는 말들은 처음 만난 사람에게 하기에는 곱씹어 볼수록 부적절하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는 머릿속에서 은연중에 하게 된 어떤 “예상” 때문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경찰차 소리가 나면서 누군가가 도착하자 왠지 영화 초반에 등장했던 백인 경찰이 다시 나타날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가 가진 인종적 편견을 ‘면허’를 확인하려는 끈질긴 태도로 형상화했던 앞부분을 떠올리면서 그 백인 경찰이 차에서 내려 크리스에게 총구를 겨눌 것만 같았다. 크리스가 두 손을 들고 있었다 하더라도 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차에서 내린 사람은 크리스의 친구 ‘로드’였다. 그 때부터 해피엔딩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지만 개운하지는 않았다. 백인이든 흑인이든 경찰은 스스로의 직무를 다할 뿐이다. 차에서 내린 이가 백인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연출은 우리가 사회적으로도 아직까지 인종차별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그리고 ‘로드’의 다소 유쾌한 대사들이 공포의 기운을 조금씩 사그라들게 만들면서 관객들은  ‘로드’라는 캐릭터로부터 흑인 문화의 매력을 느낀다. 조던 필의 코미디적 요소가 영화의 긴장감을 완화하기 위해 삽입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흑인 간의 유대와 공유된 문화에 대한 은근한 동경을 형성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대목에서 나는 래퍼 Macklemore의 ‘White Privilege Ⅱ’라는 곡의 가사가 떠올랐다. ‘We talk like, dance like, and we just stand by.’, ‘We take all we want from black culture, but will we show up for Black lives?’ 미국에서도 그렇지만 전 세계적으로도 힙합과 같은 흑인문화는 사랑 받고 있다. 그들의 문화는 누리려고 하면서도 그들을 존중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분명 문제가 된다. 조던 필 또한 자신의 코미디를 사랑해주는 팬들에게 이와 비슷한 메시지를 한 번 쯤은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다. 


칼럼 소개 : 간과할 수 있는 사소한 부분까지 날카롭게 분석하여 영화 해석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영화의 일상적 의미를 인정하면서도 독특한 발상으로 비상식적 접근을 시도하여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의미를 파헤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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