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실의 언어칼럼 6] 나를 찾아주는 버츄 프로젝트 마지막 이야기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멸망하리

이렇게 한 달을 진행했다. 주저하던 학생들도 주위에 작은 관심을 보내기 시작했고 보드에는 소소하지만 기분 좋은 칭찬들이 가득했다. 나는 친구들이 보여준 이 관심과 사랑이 더 구체적인 결실로 다가가길 바랐다. 그래서 담임선생님과 협의하여 '미덕 상'을 수여하기로 했다. 한 달여간 쓴 미덕 용지는 60장. 꼼꼼히 읽어보았다. 그중 미덕을 하나라도 받은 학생은 32명 중 23명이었다. 미덕의 종류도 다양했다. 초연함, 한결같음, 용서 등 이 기회가 아니었다면 스쳐 지나갔을 감정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되도록 정성평가에 가깝도록 3명의 학생을 선정했다. 친구가 구체적으로 미덕의 이유를 밝힌 학생, 미덕의 종류가 다양한 학생, 가장 많은 변화를 주고받은 학생을 선정했다. 

상장의 문구도 고심해서 적었다.' 당신은 우리의 아기천사 상' , '당신은 우리의 오로나민씨 상' '당신의 다정함에 반함 상' 진짜 상장용지에 그럴싸하게 만들었다. 이 상장이 주는 친구들과 받는 친구들 모두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으면 했다. 상장 수여 날, 우리는 먹을 것을 준비해놓고 호명되는 친구들을 애정이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호명된 친구들은 상장을 받고 부끄러워했지만 입가에 걸린 웃음이 참 귀여웠다.

버츄 프로젝트 1기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현재는 2기가 끝났고 상장 수여가 남았다. 2기 때는 더 많은 친구가 참여해 70장 가까이 용지가 모였다. 프로젝트는 우리에게 생각지 못했던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다. 주위에 주는 작은 관심과 사랑,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말과 글이 세상을 얼마나 빛나게 만드는지 말이다. 작은 것에도 고마워하는 마음,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다. 사랑을 받는 것도 기분 좋지만 주는 것 또한 가슴 벅찬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는 세상이 걱정된다. 작은 것에 고마워하는 방법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서 말이다. 삶과 인생은 커다란 몇 개의 사건들과 운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학교 갈 때 엄마가 "우리 딸, 잘 다녀와"라고 해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 좋아하는 친구가 바뀐 머리 모양을 알아차려 주는 설렘의 순간들이 모여 평범하지만 완벽한 하루를 이루고, 또 그 하루가 촘촘히 모여 인생을 만드는 것이다. 그 순간들이 그냥 흘러가 버리지 않고 인생의 한 부분으로 남아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작은 실험으로 이런 사실을 일깨워주고 싶었다. 다행히 나를 비롯한 친구들은 몸으로 이 진리를 체득한 것 같아 참 다행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그 순간들을 인생에서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책 속 구절로 글을 마무리 짓고 싶다.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멸망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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