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실의 언어칼럼 7] 분홍색 코끼리를 절대 생각하지 마세요!

사는 대로 말하지 말고, 말하는 대로 살아라.

얼마 전 세 얼간이라는 영화를 봤다. 전까지는 별로 흥미가 없던 영화인지라 볼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음에도 그냥 넘어갔었는데, 왠지 그 날은 꼭 이 영화가 보고 싶었다. 상상했던 분위기와 달리 정말 유쾌하고 신나는 영화였다. 담고 있는 메시지마저 너무 가슴에 와닿아서 눈물 콧물 쏙 빼며 봤다. 오늘은 이 영화의 핵심을 담은 말에 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알 이즈 웰.(All is well)' 모든 게 잘 될 거라는 의미이다. 영화의 주인공 세 얼간이 중 제일 얼간이(?)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이 말을 하기 시작하면 모든 문제가 술술 풀리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비결이 무엇일까?

 

 

 

 

 

비결은 바로 '언어'에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언뜻 보면 내뱉는 대로 나오는 것 같지만 추상적인 개념이나 생각들이 뇌의 복잡한 회로를 거쳐 언어라는 도구를 통해서 표현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생각이 언어를 이루고, 언어가 곧 생각을 이루는 것이다. 실험을 해보자. 내가 하는 명령을 따르면 된다. 분홍색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아라. 어떤가? 분홍색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았는가? 아무도 이 명령을 수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듣는 순간, 낯선 분홍색 코끼리를 생각해 버렸기 때문이다. 뒤에 '~하지 말아라.'는 부정어가 따라왔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눈앞에 분홍색 코끼리를 떠올렸다. 즉, 우리는 언어에 지배당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종종 친구들 사이에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유독 부정적으로 말하는 친구가 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자기에게 내뱉은 말로 자신을 옭아매고 정체한다. 분홍색 코끼리를 떠올린 셈이다. 알 이즈 웰 했다면 어떤 능력을 발휘했을지 궁금하다. 물론 긍정적인 사고와 말이 만능통치약이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것에 의존해 어떤 노력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긍정적인 말로 상황을 바라보는 안목을 넓게 가지고, 잘 될 거야 라는 말을 실현하기 위해 해야 할 구체적인 노력까지 생각해보는 사람이 되라는 뜻이다. 

 

 

격언 중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산다.'라는 말이 있다. 인간의 상상과 생각하는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이야기하는 말이다. 나는 이 격언을 '사는 대로 말하지 말고, 말하는 대로 살아라.'라고 바꾸고 싶다. 언어의 힘은 무궁무진하다. 왜냐하면, 달의 뒷면을 볼 수 있는 눈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국 내 세계를 송두리째 바꾼다. 해보자. '알 이즈 웰.(All is well)' 그리고 나를 반짝반짝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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