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실의 언어칼럼 8] 올해의 선택 탑 5, 신카이 마코토의 책<언어의 정원>

나의 언어를 찾고 너의 언어를 듣는다

이번 해에 내가 한 선택 중 탑 5안에 드는 선택이 있다. 바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언어의 정원'이라는 책을 읽은 것이다. 작가 신카이 마코토는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영화감독이다. 사실 이 책도 '언어의 정원'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쓰인 책이지만 나는 책으로 정말 어마어마한 감동을 하였다. 얼마나 큰 감동이었냐면, 평생 '언어의 정원'이라는 영화를 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다. 왜냐하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상상한 장면들이 너무 소중해서 이것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영상으로 구현한 영화를 보면 다음에 읽었을 때 영화 속 장면이 생각나니까 말이다.

 

 

 

 

이 소설은 한여름의 장마철을 배경으로 구두장이의 꿈을 가진 타카오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워서 고독한 유키노라는 국어 선생님의 이야기다. 이 두 인물을 바탕으로 주변인물을의 고민과 아픔까지 이야기하고, 이것이 마치 톱니바퀴 물리듯 딱 맞아떨어져서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이야기를 구성한다. 묘사된 배경도 너무 아름다워서(볼 순 없지만 내 상상 속에서) 소설이 끝나는 게 정말 아쉬울 정도였다. 그런데 읽는 내내 왜 제목이 '언어의 정원'인지 궁금했다. 특히 언어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왜 제목이 '언어의 정원'일까?

 

답은 작가의 말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애니메이션으로 담을 수 있는 표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껴 책을 썼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미아가 된 듯한 표정'은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하기 어려우므로 글로써 나머지 부분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동시에 감독은 말로 표현하는 것 또한 아쉬운 점이 많다고 말하면서, 백 마디 말보다 한 장면으로 더 많은 감동을 줄 수 있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여기서 감독이 '언어의 정원'이라고 이름을 지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감독은 세상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언어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영화 속에서 타카오는 구두로 자신의 열정과 사랑을 말하고, 유키오는 고전 작품의 시를 통해서 진심을 전달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또한 마찬가지다. 세상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이라는 감독만의 언어로 전하고 있다. 각자의 언어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즉, 자신만의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과 상대방의 언어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언어의 정원'이라는 제목으로 표현한 것이다. 정원에는 서로 다른 식물들이 모여 하나의 숲을 이루니까 말이다.

 

나는 이 메시지가 지금 우리에게 참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언어를 찾지 못하고 헤매는 청춘들이 얼마나 많은가? 내 목소리 높이기 급급해 주변의 언어를 듣지 못하는 경우는? 언어는 단순히 외적으로 들리는 소리 이상의 가치가 있다. 몸짓이라는 말이 있듯이 소리만이 언어가 아니다. 진심을 담아내는 도구, 그것이 바로 언어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내면의 언어를 통해 존재가치를 탐색할 수 있고, 상대방의 내면 언어를 들음으로써 공감과 위로를 할 수 있다. 나의 언어를 찾고, 너의 언어를 듣고 싶은 사람들에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책 '언어의 정원'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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