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축구] 조나탄도 데얀도 아닌 자책골로 끝난 슈퍼매치

82번째 슈퍼매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

시작은 창대했지만, 끝은 미비했다.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KEB 하나은행 K LEAGUE CLASSIC 2017, 26R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경기는 곽광선(수원)이 자책골을 기록하며 0:1 원정팀 서울의 승리로 끝이 났다.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였다. 최근 7경기 무패(6승 1무) 행진을 기록하던 수원은 지난 수요일 치른 FA컵 8강에서 연장접전 끝에 광주FC를 2:1로 누르고 4강에 올랐다. 반면 FA컵과 ACL에서 탈락한 FC서울은 리그에 모든 전력을 가동하고 있었다. 또한, 이번 슈퍼매치는 조나탄과 데얀의 득점왕 대결, 그리고 윤일록과 염기훈의 도움왕 대결로 경기 전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조나탄은 발목부상으로 전반 45분 일찌감치 그라운드를 떠났고 윤일록과 염기훈, 데얀의 발도 침묵을 지켰다. 

전반부터 양 팀은 중요한 기회를 서로 주고받았으나 골까지는 한발 부족했다.


서울과 수원은 전반까지 모든 측면에서 호각을 이뤘다. 팽팽하던 경기는 후반 16분 서울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고요한(서울)이 팀 동료인 이상호에게 올려준 땅볼 크로스가 우연히 곽광선(수원)의 발에 맞고 골문으로 향하며 뜻하지 않은 자책골로 기록되었다. 전형적인 패싱플레이를 주도하는 주세종을 빼고 공수를 오가며 부지런히 움직이는 고요함을 선발로 출장시킨 황선홍 감독의 선택이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또 수비라인에서는 김원균과 황현수를 선발로 내세우며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수원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사전에 차단했다. 

그럼에도 이번 슈퍼매치의 열기가 뜨거웠던 이유는 양 팀의 골키퍼인 신화용(34·수원)과 양한빈(26·서울)의 눈부신 선방쇼 덕분이었다. 수원과 서울은 각각 16(9), 14(7)의 슈팅을 기록하며 슈퍼매치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이번 경기에서 골이 많이 터지지 않은 이유는 필드플레이어의 슈팅 정확도가 낮았던 것이 아니라 골키퍼들의 선방이 눈부셨기 때문이다.


신화용은 전반 19번 데얀의 헤딩슛을 동물적 반사신경으로 쳐낸 것을 시작으로 서울의 슈팅을 모조리 막아냈다. 이날 데얀은 득점 선두 경쟁을 의식이라도 한 듯 수원의 골문을 계속해서 두드렸지만 모두 신화용의 손에 막혔다. 신화용은 경기 이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치러진 인터뷰에서 "서울이라고 특별히 다를 것은 없다. 다른 팀과 똑같이 준비한다."라고 밝히며 자신의 클래스를 입증했다.

양한빈도 만만치 않았다. 전반 32분 염기훈의 프리킥을 몸을 날려 막은 뒤 고승범의 세컨볼도 안정적으로 절감했다. 서울이 한 점 차 리드를 뒤에도 계속되는 수원의 총공세를 잘 막아내며 1:0 승리에 헌신했다. 후반 26분에는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산토스가 슈팅으로 연결하였으나 이 역시 재빠르게 쳐냈다.


비록 한 점 차 승부로 골은 많이 나지 않은 채 경기가 종료되었지만 양 팀 골키퍼의 명품 선방 쇼에 수준 높은 경기력을 2만 8천여 팬들에게 선사했다.


오늘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승점 3점을 획득한 서울은 다소 커 보였던 승점 차를 좁히며 5위에 자리매김했다. 1위 전북과의 승점 차는 10점이지만 차차 분위기를 만들어간다면 충분히 우승까지도 노려볼 만 한 승점 차다.


황선홍(서울) 감독은 "많은 팬이 와줘서 승리할 수 있었다. 늘 응원해주시는 팬분들께 감사드린다."라면서도 "후반에 수차례 좋은 기회가 많았는데 추가득점에 실패한 것이 아쉽다."며 1:0 승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듯했다. 서정원(수원)감독도 "우리 팀을 좋은 위치에서 이끌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서울은 최근 치러진 경기서 하위권에 있는 대구FC, 전남드래곤즈, 상주상무 등을 상대로 승점 3점을 가져가지 못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5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의 성적은 7위로 하위스플릿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수 시즌 간 그랬듯 서울은 대부분의 선수가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페이스가 좋아지는 기이한 현상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이번 승리도 그 시점과 맞물린다. 

서울은 최근 열린 9경기에서 6승 1무 2패를 기록 중이다. 승률이 눈에 띄게 올라갔고 순위 변화도 눈에 띈다. 7월 19일 5위를 탈환한 이래 차차 순위를 올리고 있다. '올라갈 팀은 올라가고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Up Tean is Up, Down Team is Down)' 장난 섞인 표현이 마치 서울을 연상케 한다.


14일 월드컵 최종예선 2연전에 나설 A대표팀 명단 발표를 앞두고 치러진 이번 슈퍼매치는 대표팀 선수 선발에 있어 최고의 경기였다. 양 팀은 홈경기와 원정경기를 각각 한 번씩 치른 뒤 A매치 휴식기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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