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진의 역사문화칼럼 5] Fat은 유죄?! 무죄?! 뚱뚱함은 왜 비난 받아야 하는가

비만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고찰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은 굶주리는데 10억이 넘는 인구는 과체중이다."

"지방 흡입 약에 몇 달치 월급을 날리는 여자들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지구 반대편에서는  뚱뚱해지려고 애쓰는 여자들이 옷을 잔뜩 껴입고  저울에 올라가는 곳이 있다."

"날씬한 사람이 뚱뚱하다고 말하면 재미있어 하지만 뚱뚱한 사람이 자신이 뚱뚱하다고 말하면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스타벅스에서 저지방 음료를 주문하면서도 휘핑크림은 잔뜩 얹어 먹는다."

 

위의 사례들은 우리가 ‘Fat’을 대하는 관점과 시각, 이율배반적인 행동들이다.

 

 

‘Fat’ 이란 단어는 민족에 따라 의미가 다양하고 복잡하다명사로서 물질인 지방이나 음식인 기름을 가리키기도 하고, 사람 몸을 묘사하는 형용사로 뚱뚱하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기름진 음식과 뚱뚱한 몸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부의 상징인 반면, 현대 서구사회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의 상징이다. 또한, 수치심, 걱정, 불안, 경멸을 뜻하기도 한다<이코노미스트>와 같은 다양한 매체들은 논박할 여지가 없는 통계와 증거들을 들이밀며 비만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뚱뚱하다고 해서 죽는 것은 아니지만, 비만한 사람은 여러 질병에 걸려 일찍 죽게 될 위험성이 높다. 비만은 전쟁, 말라리아, 에이즈를 제외하고 전 세계 인류의 최고 사망 원인인 심장병의 주요 발병 요인이다.”

 

이렇듯 명백한 증거와 통계를 앞에 두고도 사람들은 왜 자신들이 살이 찌도록 놔두는 걸까아마도 현실의 삶은 훨씬 더 복잡하기 때문일 것이다우리가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서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건강, 뷰티, 피트니스 산업이 반세기 동안 엄청난 재원과 창의력을 동원하여 마른 몸의 미덕을 설파해왔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 프로그램, 살 빼는 약, 피트니스 클럽 회원권 또는 라이트저지방식품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다. 이렇듯 많은 돈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사람들은 더 날씬해져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결과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다이어트의 효과가 별로 없기 때문에 비만 인구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의 76%는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3년 뒤에 다이어트 이전보다 살이 더 찌며, 5년 뒤에는 95%나 살이 더 찐다고 한다또한, 지방 소비와 동시에 라이트또는 저지방식품의 소비가 증가하는데 이는 사람들이 지방을 더 많이 섭취하면서 한편으로는 기름진 음식을 먹는데 대한 죄책감을 줄이려고 저지방 식품을 먹는다는 것이다.

 

선진국 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도 사람들은 점점 더 뚱뚱해져서, 사모아는 도시 인구의 75%가 비만이다점점 많은 사람이 도시로 이동하여 고지방, 고열량, 인스턴트식품을 먹고 시간의 대부분을 의자에 앉아 생활한다는 사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Fat’이 일반인식처럼 단순히 나쁘게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곳이 있다세계의 모든 곳에서 뚱뚱한 몸을 비난하고 낙인찍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니제르에서는 살찐 몸을 매력이 있고 이상적인 몸매라고 생각한다이들에게 있어 뚱뚱한 몸매는 곧 존재 이유이며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찐 살은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될 능력을 나타낸다아프리카의 많은 종족들은 미혼의 처자를 가두어 놓고 살을 찌우게 하는 일이 수 세기 동안 지켜 내려온 전통이었다젖니가 빠질 때부터 사춘기가 될 때까지 소녀들은 여자 친척들의 감시를 받으며, 매일 엄청난 양의 우유와 죽을 먹는다. 살이 찌면 사춘기도 빨리 오고 아이도 빨리 낳을 수 있는데 이 사회에서 여성의 결혼 적령기는 사춘기이기 때문이다소녀들은 이제 살찌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스스로 깨달으며 성인이 되어서도 뚱뚱한 몸매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이상적인 신체상은 그 사회가 추구하는 문화적 가치는 물론 환경, 경제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어떤 종류의 몸이 더 아름다운지 결정하는데 관여한다는 것이다일반적으로 음식이 귀한 곳에서는 뚱뚱한 몸을 이상적으로 생각하며, 음식물이 풍부한 지역에서는 마른 몸을 선망한다역사적으로 음식이 풍부했던 사회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역사에 기록된 80% 가량은 통통한 여성상을 선호해 왔다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니제르인들이 가지고 있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지배적 관념은 여자는 뚱뚱하고 남자는 마른 것을 당연하고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한다그들은 마른 여자는 남자 같고통통한 남자는 여자 같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음식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경제체제가 갖추어지고 사회문화적인 큰 변화를 겪으면서 현대 세계의 많은 곳에서 서구의 날씬한 신체를 이상형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는 본질적으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다고 생각하는 서양의 사고방식의 변화 때문이었고 이로 인해 여성의 몸이 남성의 몸으로 대표되는 특징인 단단한 근육이나 과장되지 않은 곡선을 닮아 가는데 기인하고 있다산업사회 이후 여자에게도 정확하고 부지런히 돌아가는 기계처럼 날씬하고 효율적인 신체를 통해 철저한 자기관리와 근면, 성실한 가치들을 투영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상적 몸매는 역사적으로 인간 사회에 반복해서 나타나는 인간이 관여하는 문화적 노동이다이상적 몸매에 도달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삶을 의미 있게 하고 자신을 만족시키며, 한 사회가 규정한 미의 즐거움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늘날 현대 여성들에게 그것은 힘들고 때로는 병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어 버렸다.

 

 

 

 

이상적 몸매가 뚱뚱한 것이든 마른 것이든 이상적 몸매라는 기준 자체를 없애기는 어렵다. 또한, 앞으로도 우리 몸을 어떤 특정한 형태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다만 뚱뚱한 몸, 마른 몸과 같은 구별들이 사회에 따라 달리 평가되는 문화가 만들어낸 구성물일 뿐이라는 것을 인지한다면, 이상적 몸매를 대하는 우리 자신의 태도를 주체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올바른 판단 속에 나름의 미를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스스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진정한 아름다움의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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