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의 스포츠 칼럼 9] 이기고도 찝찝한, 우리나라 축구의현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결국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마냥 기분 좋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상대적으로 약체인 나라들을 상대하며 골문을 여는 데 실패했고, 본선 진출을 겨우 확정 지은 것이기 때문이다. 4승 3무 3패를 기록한 대표팀은 1위 이란에 이어 시리아와 우즈베키스탄을 제쳐 2위를 기록했다. 가시밭길이 가득한 여정이었다. 도중에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되고, 신태용 감독이 새로 부임하였다. 그러나 대표팀의 다소 암울한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이란 전 이후, 캡틴 김영권은 ‘관중들의 함성 때문의 선수 간의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다’ 라는 무책임한 말로 팬들의 원망을 샀고, 이어진 우즈벡 전에서도 수비 불안을 노출하며 안정감을 주는데 실패했다. 또한 손흥민은 잦은 볼 터치 실수와 골 결정력 부족을 나타내며 에이스로서의 존재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맞대결에서는 전반은 팽팽했지만, 후반에서는 우리나라가 압도적으로 밀어붙였다. 그러나 서로 슈팅을 하지 않고, 득점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에서도 패스를 주고받으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후반 중반에 고요한 이 맞은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잘 드러난다. 슛하면 들어갈 가능성이 충분한 우측 페널티 박스 안쪽에서 볼을 잡아 일대일 기회를 맞았지만, 목표를 알 수 없는 크로스로 기회를 날려버렸다. 또한, 그 후 이어진 슛 기회에서도 골 결정력이 부족함이 드러났다. 이동국의 일대일 상황에서는 골키퍼한테 막혔고, 손흥민의 두 번째 슈팅은 어이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극심한 골 가뭄에 시달리는 한국 팬들로서는 정말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그렇게 아쉽게 경기가 종료되며, 한국은 복잡은 경우의 수를 따져야 했다. 아직 종료되지 않은 이란과 시리아의 경기 결과에 따라 본선 진출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었다. 시리아가 최강국 이란을 상대로 예상 밖의 선전을 펼치며 후반 막판에 2대2 동점을 만들었다. 그 후 약 5분 남짓 남은 상황에서 시리아가 역전에 성공하면, 한국이 시리아에 3위로 밀려나 본선 진출에 실패할 수도 있었다. 다행히 이변은 없었고, 우리나라는 승리를 거두지 못함으로써 자력이 아닌 이란 덕분에 힘겹게 올라가게 되었다.

 

냉정하게 우리나라 축구의 현주소를 바라보자면, 월드컵 본선 32개국 중 최하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시아권에서도 힘겨운 승부를 펼치는데, 유럽, 남미 강호들과의 경기는 불 보듯 뻔하다. 이번 경기에서 필자가 발견한 문제점은 느슨한 압박과 패스의 정확성이다. 전반 초반에는, 우리나라가 공격을 주도해 나갔다. 그러나 이겨야만 했던 우즈베키스탄도 역시 공격적으로 나왔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우즈베키스탄이 공을 소유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대표팀은 수비라인을 점차 내렸다.

 

그러다 방심한 순간, 중거리 슛을 여러 번 허용했고, 한번은 골대를 맞추는 아찔한 일도 생겼다. 만약 압박하고, 수비라인을 올려서 적극적인 수비를 했다면 우리나라의 공격전개가 수월하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패스 정확도가 매우 떨어져 보였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한 번에 전개되는 패스는 계속 너무 길었고, 세트피스에서 사인도 전혀 맞지 않았다. 어쩌다 공격진에서 역습을 진행할 때는 적절한 패스 타이밍을 찾지 못해 허둥대다 다시 볼을 뺏기고는 했다. 또 앞서 말한 지나치게 이타적인 플레이로 슈팅을 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렇듯 찝찝한 결과지만, 앞으로 기대할 만한 부분도 많다. 처음으로 대표팀에 승선 된 전북의 수비수 김민재는 안정된 수비로 대표팀의 수비진 중 가장 견고함을 보여주었다. 또한, 대표팀에 돌아온 왼발의 마법사 염기훈은 투입되자마자 경기의 분위기를 바꾸었다. 날카로운 왼발 패스와 크로스로 연이어 우즈베키스탄의 간담을 서늘케 했고, 최고참인 만큼 솔선수범해서 이를 악물고 뛰었다. 염기훈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자신이 박지성, 이영표에게서 배운 것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더 열심히 뛰었다고 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남은 9개월간 이동국, 염기훈 과 같은 고참 선수들이 중심을 잡고, 그 밑에서 선수들이 경쟁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류성의 스포츠칼럼 소개

: 세상의 다양한 스포츠 이슈들을 매달 5일 정기적으로 다룬다. 매달 다른 주제에 대하여 날카롭게 비판하고 필자의 입장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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