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채원의 철학칼럼 10] 잃은 것을 찾는 까닭

계산이 아닌 정언명령에서 시작하는 독도 되찾기

밤에 나무에 끈이 묶여 도망치지 못했던 낙타는 끈이 풀어진 낮에도 도망가지 않는다. 묶여있었던 밤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독도 및 다른 문제들을 통해 과거 역사를 부정하고 제국주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정한론'21세기에 부활시키려 한다. 어쩌면 우리도 지금 이 낙타와 같은 상황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끈이 풀려있음을 자각하고, 슬픈 과거로부터 도망쳐야 한다. 그래서 독도를 지켜, 한국의 역사적 자긍심과 당당함을 세계에 보여주어야 한다. 묶여있는 낙타가 아닌, 사막을 자유롭게 뛰노는 낙타로서.

 

 

독도를 지켜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은 독도의 가치다. 여러 국가의 해군과 공군의 이동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 군사적 가치가 있고 배타적 경제 수역을 적용시 주변 바다에 묻힌 수많은 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 영해·영공에 대한 지리적 가치가 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과연 이 가치 때문에 우리가 독도를 포기하지 않고 지켜야하는 것일까? 어쩌면 그것은 선조들이 그 땅을 지키려고 했던 이유를 퇴색시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독도의용수비대가 독도에 韓國領을 새긴 것은 그저 독도가 오래 전부터 엄연한 우리 땅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독도가 큰 가치가 없는 섬이었다면 우리는 일본이 독도를 자신들의 영토라 주장해도 대응하지 않았을 것인가? 독도의 가치는 독도 되찾기에 있어 단지 부가적인 이유일 뿐이다. 우리가 우리의 영토를 지키는 이유는 그에서 파생되는 이익을 따지는 계산적 차원에서 진행되어서는 안되고 우리에게 오는 이익여부(행복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해야 하는 칸트의 정언명령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한제국 칙령 발표로 일본보다 5년 빨리 조선은 독도 영유권을 국제적으로 공표했고 1941년 연합국 최고사령부는 독도를 일본영토에서 제외시켰다. 512년 이사부가 우산도를 점령했을 때부터 독도는 한국영토라는 역사적 증거가 있으며 대한민국이 일본보다 독도에 가깝고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다. 우리가 독도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서 시작해야만 한다.

 

이제 또 하나의 문제는 세계 사람들에게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어떻게 인식시킬 것이냐에 있다. 독도를 일말의 여지없이 완전한 대한민국의 영토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들의 노력이 더욱 많이 필요할 것이고, 그에 대한 성공적인 사례가 몇 년전 뉴욕타임즈에 기재됐던 독도 광고이다. 독도는 한국땅이라고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사례와 비교해가며 외국인들이 한국의 독도 소유의 당위성을 인식하도록 한 광고였다. 또 외국인들이 독도를 리앙쿠르 암초로 알고 있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언급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정부는 이 문제에 있어서 반드시 앞장서야 한다. 지금까지 정치적인 이유로 과거 역사에 대한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 청산이 시작될 조짐이 보이는 현 정부에게 우리는 조금의 기대감은 품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윤동주 '길'의 마지막 부분이다. 윤동주에게 잃은 것은 본질적 자아였지만, 우리가 잃은 것은 독도와 민족의 역사·발전이다. 우리가 하나하나의 개인이 아닌 공동체로서 존재하는 것은 그 공동체 안에서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수많은 구성원들의 목표 중 하나는 완전한 독도 되찾기이어야 한다.

 

 

한 차례 잃어버렸었다. 명백히 우리의 것이었던 독도를. 한 번 겪어본 상실감은 지독해서 우리는 어렵사리 다시 찾은 그것을 놓을 수 없다. 지켜야 하는 것이다. 조상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역사가 담긴, 그 땅을.

 

칼럼 소개 : 철학은 우리에게 낯선 학문이 아닙니다. 한 가지 논제에 수많은 가치와 관점을 담을 수 있고,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흥미로운 학문이며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따뜻한 학문입니다. 칼럼을 통해 쉽고 재미있는 철학으로 한 발짝 다가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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