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요리칼럼 10] 요리 그리고 인간

인간 진화의 바탕은 요리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을 대보라고 하면 무엇이 있을까?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오기 마련이다. 어떤 이는 사회성을 이루는 동물이라 할 것이고, 더 나아가 어떤 이는 생각을 하는 동물이라는 답을 내놓을 것이다. 허나, 필자가 생각하는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은 인간은 엄연히 '요리'를 할 줄 아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확실히 요리 하는 동물은 지구상에 인간뿐일 것이다. 사바나의 초원에서도, 밀림이 우거진 정글에서도, 수많은 동물들은 자신이 얻은 사냥감을 그 자리에서 혹은 자신의 보금자리에 모아 두었다가 그대로 먹는 생식을 한다. 자신이 얻은 사냥감을 재료 삼아 이것저것 섞고 칼로 잘라서 먹기 편하게 만든 후 불에 익혀서 먹는 방식의 식습관은 오롯이 인간만의 능력이자 문화인 셈이다. 이처럼 당연하게 생각하던 '요리'는 인간들에게 과연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오늘은 이를 가지고 조금은 과학적으로 접근해 보려 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잡식 동물이다. 물론 요즘에 들어서는 후천적으로 본인의 선택으로 채식만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인간은 이제껏 잡식 동물의 생활을 이어왔다. 인간을 비롯한 대부분의 잡식 동물들이 선호하는 영양성분은 무엇일까? 비록 우리 식단의 절반 이상은 탄수화물로 이루어져 있지만, 본능적으로 선호하는 성분은 바로 단백질과 지방이다. 왜냐하면, 단백질은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소중한 영양분이기 때문이다. 단백질은 비단 근육뿐만 아니라 신경 및 내장과 뇌 조직에 이르기까지 우리 몸의 수많은 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지방 또한 세포막을 형성하거나 장기가 안전할 수 있도록 몸에 쌓여 보호막을 형성한다. 이렇듯 단백질과 지방은 중요한 영양분이고, 탄수화물은 이 두 성분이 허무하게 소모되지 않도록 에너지를 소모할 때 대신 소비되는 성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인간은 고대부터 무리 지어 사냥을 나가면서 더 많은 단백질을 찾아 나섰고 이족보행을 통한 높은 지구력을 바탕으로 많은 고기를 얻을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 요리의 위대함이 나오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요리 서적을 보면 인간이 최초로 행한 조리방법은 '구이'이다. 사냥해온 고기를 어둠, 추위로부터 피하고자 피워두었던 불에 데워 먹었던 것이다. 고기를 불에 구우면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고기에 있던 단백질이 열을 만나면서 아미노산과 당으로 분해되고 맛과 질감이 상승하는 현상이다. 고기를 먹는 모든 포유류는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맛과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고 또 굉장히 선호한다.

이는 취향을 떠나 유전자에 각인 되어 있는 것인데, 그 이유는 이렇게 고기를 구워서 먹으면 단백질을 더 많이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고기를 구워 먹으며 얻은 단백질은 우선, 인간의 신체 발달에 기여하였다. 사냥이 주를 이루었던 구석기 시대에는 인간의 평균 신장이 180cm에 달했을 정도였다. 현재 대한민국 남성의 평균신장이 176cm 정도임을 생각해 보았을 때 이는 어마어마한 수치이다.

그리고 남은 단백질은 뇌로 이어졌는데, 이는 인간이 더더욱 똑똑해질 수 있는 직접적 계기가 되었으니 가히 동물계에 '에너지 혁명'을 몸소 보여줬다고 할 수 있겠다. 



요리의 장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육식 동물들이 익힌 고기만을 먹는다면 어떨까? 그러면 이는 곧 심각한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바로 고기가 열을 만나면서 그 안에 있던 비타민들이 파괴되어 영양결핍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스테이크 옆에 샐러드를 곁들이듯이 채소를 곁들여 먹는 방식을 알았고 비타민과 같은 영양소도 충분히 섭취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인간은 불을 바탕으로 한 요리를 시작함으로써 기존의 다른 동물들과 차별화되어 뇌가 발달하고 나아가 도구를 사용하고 지금까지 다다를 수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음식을 섭취할 때에는 모든 '요리'라는 일련의 과정이 인류 진화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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