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진의 역사문화칼럼 10] 지옥의 문이 열렸다

트럼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다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

세계 3대 유일신 종교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 모두의 성지이자 중동의 화약고이다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중세 때부터 수많은 사람이 피를 흘렸고 현재까지도 첨예한 대립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이러한 예루살렘을 놓고 얼마 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이스라엘은 현재 미 대사관을 포함한 86개국 외국 대사관이 모두 텔아비브에 위치해 있다반면 의회, 대법원, 대통령 관저 등 모든 주요 행정기관들은 예루살렘에 두고 자신들의 수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팔레스타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국제사회 또한 지난 70년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을 통해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지난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견지해온 중립적 입장이 깨지고 말았다.

   

그렇다면 팔레스타인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예루살렘은 선지자 무함마드가 승천했던 곳으로 이슬람에 있어 이곳은 메카, 메디나에 이어 세 번째로 중요한 성지이다심지어 무슬림들은 이곳 예루살렘을 향해 첫 18개월 동안 절을 해야 했는데 이는 구약을 믿는 무슬림 역시 유대인과 마찬가지로 아브라함의 자손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대인에게도 예루살렘은 솔로몬 시대 때부터 다른 어느 곳보다 중요하고 신성한 성지로 여겨져 왔다이곳에는 솔로몬 성전과 헤롯성전 등 유대교의 가장 중요한 성전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무슬림들이 예루살렘을 정복한 후 1400년 동안 이곳을 지배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대인들은 이곳을 찾아와 예배드리는 것을 종교적 의무로 생각했다. 이처럼 예루살렘은 유대인들로서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성지인 것이다

 

 

 

1947년 유엔 결의로 국제법상 중립지대로남아있는, 이렇듯 두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민감한 지역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왜 이러한 선언을 했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인 출신으로 과거의 미국대통령들과는 정치적 성향이 달랐다미국에서는 대선후보가 되면 유대인 로비단체의 모임에 가는 게 관례인데 거기에 가면 대선후보들은 모두 미국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한다고 한다.

 

트럼프도 과거 대통령들도 똑같은 약속을 했지만 과거 대통령들은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예루살렘 문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자 간 협상에 의해 결정한다는 공감대가 국제사회에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실행에 옮기려 하고 있다이는 트럼프에게 거액을 준 유대인 거부뿐 아니라 또 다른 지지 세력인 백인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의 요구가 작용한 것으로 이들은 이스라엘의 건국과 예루살렘 점유 자체를 하느님의 역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예루살렘을 무슬림에게 양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으로 보았다.

 

또한, 최근 30%대에 머무르는 낮은 지지율과 지지부진한 북핵문제로 인한 국내 정치 위기의 돌파구를 찾기 위함도 한몫을 하고 있으며 이에 더해 트럼프의 사위가 유대인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다결국 이러한 선언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트럼프의 개인적 성향에다 정치적 배경, 가족관계까지 작동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실 트럼프의 선언 자체는 큰 충격을 주지 않지만 미 행정부가 대사관 건물 설계를 발주하는 등 구체적인 실행에 들어가면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이번 선언으로 폭발 직전의 화약으로 가득 찬 중동지역에서 앞으로 피해를 입을 수많은 희생자를 생각하면 너무도 안타까울 뿐이다.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의 고립주의를 낳고, 이러한 분란의 야기는 미국의 이익은 물론 국제 사회의 공익과도 부합되지 않는다.

 

평화롭던 이슬람 세계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분열로 독립해 나가면서 영국 등 서유럽 제국주의자들이 심어 놓은 비극 때문에 이렇듯 끝없는 피와 눈물을 흘리고 있다땅을 빼앗긴 채 2000년이 넘는 세월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설움과 핍박을 받은 이스라엘의 고통도 이해가 가지만 또한 2000년 동안 뿌리 내리고 살다 쫓겨난 팔레스타인의 고통도 일제 식민지를 겪은 우리로서는 각별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세계 인구 30억의 신앙적 중심지 예루살렘

지금은 중무장한 이스라엘 병사로 넘쳐나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불안한지만, 언젠가는 서로 다른 신앙과 서로 다른 색깔들을 인정하며 공존할 수 있기를, 모든 사람들이 신의 은총으로 하루빨리 평화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칼럼소개: 역사와 문화에 관련된 다양하고 흥미로운 주제들을 찾아  칼럼을 통해 쉽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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