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의 수의학칼럼 1] 동물이 행복한지 어떻게 알아요?

동물권리(Animal Right) 와 동물복지(Animal Welfare)

 

주말에 유기동물 입양캠페인 봉사를 다녀왔다.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아이들, 아니 새로운 주인을 만나야만 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마음이 많이 착잡했다. 글을 쓰는 지금, 낮의 햇살을 받으며 내 무릎 위에는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 나의 강아지가 있다. 나의 강아지를 보면서 주말에 만났던 아이들이 떠올랐고, 이 극명한 대비상황 속에서 동물들의 복지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문제는 '그들이 논리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가?' 나 '그들이 말할 줄 아는가?'가 아니라 '그들이 고통을 느끼는가?'다." 라는 공리주의자 제레미 벤담의 이 말에 나는 큰 공감을 느낀다.

 

영국의 RSPCA는 세계 최초의 동물복지단체다.

 

그리고 아마도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동물보호단체일 것이다.  RSPCA는 Royal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의 약자로 ‘동물학대 방지를 위한 협회’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단체는 1824년 6월 영국의 Arthur Broome에 의해 정식으로 탄생했고, 1840년 빅토리아 여왕이 이 단체에 Royal이라는 이름을 내리게 되었다. RSPCA의 독특한 특징 중의 하나는 감찰관(inspector)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시민들이 제보하는 각종 동물학대의 현장을 직접 감찰하고 사실로 확인되는 경우 법률적인 처벌을 가능케 하는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다. 현재 RSPCA는 영국 내에 200여개의 지부를 두고 현지의 동물센터나 의료기관의 협력 하에 수백만의 애완동물, 가축, 야생동물들을 위해 열성적으로 일하고 있다.

 

영국은 프리덤푸드 (Freedom Food) 라는 인증마크가 붙은 제품을 판매한다. 이는 RSPCA에서 인증한 동물복지를 고려한 관리방식으로 생산된 상품이라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현재 많은 나라에서 동물복지는 품질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며 구매의사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추어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동물복지형 농장인증이나 동물복지형 달걀과 같은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동물복지란 무엇일까?

 

흔히 동물권리 (Animal Right) 와 동물복지 (Animal Welfare) 개념을 혼동하여 생각하기 쉬운데, 동물복지는 동물권리보다 존 더 유연한 개념이다. 동물권리란, 사람에게도 인권이 있듯이 동물에게도 마땅히 누릴 권리가 있다는 철학적 개념으로, 인간을 위해 동물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물복지는 동물을 이용하되 살아있는 동안만큼은 그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은 좋은 동물복지를 ‘건강하고, 편안하고, 영양상태가 양호하고, 안전하고,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수 있고, 통증. 고통. 두려움과 같은 불쾌한 상태를 겪지 않는 상태’ 라고 정의하고 있다.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은 새롭거나 생소한 것이 아니다. 반려동물 보호자, 동물원 관리자, 축산업자, 수의사는 항상 그들의 보살핌 안에서 동물의 상태가 양호한 지에 대한 염려를 항상 가지고 있었다. 또한 동물의 신체적, 정신적 안녕을 보장하고자 노력해왔다. 하지만 동물복지라는 개념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1964년 Ruth Harrison의 ‘동물기계 (Animal Machines)’라는 책이 발간되면서부터 이다. 이로 인해서 공장식 축산이라는 용어가 소개되었으며, 이러한 방식이 가진 많은 문제점들이 제시되었다. 이 책으로 인해 대중은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고통 받는 수많은 동물에 대해 자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문제의 해결방법으로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방식으로 동물복지가 대중의 각광을 받게 되었다.

 

동물복지의 증진이 비단 동물뿐만이 아니라 우리 인간에게도 이로움을 줄 수 있다는 여러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 것일까? 복지를 측정하는 방법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지만, 질병과 상해의 측정은 동물복지의 지표로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으며, 많은 종의 농장동물 복지평가에 주도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또한 심각한 면역력의 저하를 초래하는 스트레스 또한 동물복지에서 중요한 점이다. 스트레스가 심각하거나 장기간 유지될 때 병적인 상태로 발전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구제역, 조류독감, 살충제 달걀 파동 등 가축의 건강상태는 그것을 섭취하는 사람의 건강에 밀접한 영향을 준다. 더 이상 가축의 질병을 항생제나 살충제로 막는 것이 아니라 위생관리와 동물이 스트레스를 안받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동물복지의 증진과 우리들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기에 이 둘은 서로 비례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이를 위해 나의 목숨을 내어 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동물은 우리를 위해 목숨을 내어준다. 이런 동물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해 볼 때라고 생각한다. 동물복지는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이며, 인간을 돕고 인간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 것이다.

 

 

 

우리 인간은 도덕적인 존재이다. 하지만 그 도덕적인 범주는 어디까지일까? 동물복지의 저명한 교수 DM Broom은 우리가 동물을 이용하고 그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면, 우리는 그들의 삶의 질을 돌봐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삶의 질이 곧 복지이다. 그렇다면 동물의 복지상태, 다시 말해 그들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동물의 복지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식은 그들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요즘 기분은 어떠니?” “지내는데 불편한 것은 없니?” 이렇게 물어보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질문에 답을 구할 수 없다. 동물이 말을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물에게 전반적인 상태를 물어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까닭에 우리는 동물의 복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하나하나 체크해 나가는 것에서 동물복지평가가 시작된다.

 

요즘 반려인 천만 시대로 동물관련 이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 관심이 반려동물을 넘어 농장동물, 실험동물, 전시동물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대통령 선거에도 동물복지 공약이 들어갈 만큼 관심이 뜨겁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동물복지의 발전을 위해서는 동물복지 관련 전문인력의 확충과 연구가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동물복지가 앞으로 실질적으로 좀 더 발전해서, 모든 가축농장의 농장동물, 동물원의 전시동물, 실험실의 실험동물 들도 모두 복지적으로 양호한 상태로 행복을 누리고 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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