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성준의 스포츠칼럼 16] 모두가 최고였던, 아름다웠던,

UCL 8강의 아름다웠던 경기들

UCL 8강이 모두 끝이 났다. 늘 최고의 경기를 보여주는 UCL이었지만, 올해의 8강 토너먼트는 더욱 특별했다. 로마, 세비야, 리버풀과 같은 상대적약팀과 그와 대적하는 레알, 유벤투스, 바르사, 뮌헨, 맨시티 모두 180분의 혈투동안 최선을 다하며 그들의 챔스 8강 자격을 증명했으며, 그들의 팬, 그리고 전 세계의 축구 시청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었다

 

비록 8팀은 진출과 탈락이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게 되었지만, 그들의 투지와 스포츠맨십, 열정은 최고였다. 지난 3월과 4월에 걸쳐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던 소중한 최고의 팀의 경기들을 이 칼럼과 함께 복기해보자.

 

뮌헨 v 세비야 :1차전 2:1(뮌헨), 2차전 0:0() 합산 2:1 뮌헨 4

싱거울 것이라고 예상되었던 이 두 팀 간의 맞대결은 의외로 치열했다. 1차전, ‘생각보다 강한’, ‘맨유를 물리치고 올라온세비야가 뮌헨을 당황케 했고, 그것이 점수 차가 더 벌어지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키퍼 다비드 소리아와 수비수 렁글레를 포함해 세비야의 모든 선수가 온 힘을 다했던 덕분에, 가장 싱겁게 끝날 것이라던 이 경기는 오히려 8강 네 경기 중 가장 1차전 점수 차가 적은 경기가 되었다

 

하지만 1차전에 힘을 모두 쏟아 부은 탓인지, 2차전에 지나치게 수비적으로 나온 탓인지, 그들의 기적은 거기까지였다. 그러나, 명실상부 세계 최강으로 꼽히던 바이에른 뮌헨을 180분 동안 고작 2실점으로 막았다는 점, 그들의 챔스 역사를 다시 썼다는 점에서 세비야의 아름다운 도전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리버풀 v 맨시티 :1차전 3:0(리버풀), 2차전 2:1(리버풀)합산 5:1 리버풀 4

이 대진이 성사되었을 때, 축구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챔피언스리그에서 같은 리그의 팀이 대결해서의 아쉬움과, 그들이 매 맞대결에서 보여준 대단한 경기에서 기인된 기대감이 그 엇갈린 감정들이었다. 하지만, 두 팀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집중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물론 양 팀 간의 대결은 이번 8강 토너먼트 중 유일한 1, 2차전에 같은 승자가 나온 경기였기 때문에, 결과론적으로는 일방적이긴 했다. 매번 안타깝게도 클롭의 전술을 넘지 못했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번에도 클롭 감독의 게겐프레싱에 당해 8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챔스 대진 덕분에 클롭은 최초로 과르디올라에게 단일 시즌 3패를 안겨준 감독이 되었다

 

리버풀의 최강 공격진인 채임벌린-마네-피르미누-살라가 공격포인트 대부분을 책임졌고, 밀너가 중심이 된 중원은 쉽사리 무너지지 않았으며, 반 다이크가 온 뒤로 장점이 된 과거 리버풀의 최고의 약점, 수비도 제 몫을 다했다. 점점 완성되어가는 그 자체를 선보이며, 리버풀은 자신들의 4강 진출 역량을 증명했다.

  

 

             

유벤투스 v 레알 :1차전 3:0(레알) 2차전 3:1(유베)합산 4:3 레알 4

세리에 A 6연패의 신화와 3년간 2번의 챔스 결승 무대를 밟은 유벤투스와 챔스 2연패의 세계 최강팀, 레알 마드리드의 8강 토너먼트 경기는 단연코 이번 챔피언스리그에서 최고의 명경기였다. 하지만, 180분 중 첫 90분은 최고의 경기가 되기에는 부족했다. 유벤투스가 자신들의 홈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3:0 완패를 당한 것이다. 그 전까지는 대등한 경기를 하고 있었지만, 호날두의 바이시클킥 골과 디발라의 퇴장으로 급격히 분위기가 기울어 유벤투스에게는 굴욕을, 레알에게는 안도감을 주는 결과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강력한 위닝 멘탈리티를 가진 유벤투스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원정팀의 지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침착하게 한골 한골을 만들어내더니 기어코 레알의 홈구장 전광판에 0:3이라는 점수를 새겼다. 이대로라면, 전날 로마의 기적에 이은 베르나베우의 기적이 쓰여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하지만, 그들에게 7번의 준우승이라는 불운을 준 챔스의 신은 이번에도 유베의 편이 아니었다. 유벤투스와 부폰의 간절했던 빅 이어의 꿈은 호날두의 PK한 방으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이번 8강 최고의 매치업은 그렇게 끝났다

 

레알 마드리드는 챔스 DNA를 다시금 증명했다. 비록 합산에서 패하긴 했어도, 유벤투스의 경기는 엄청났다. 자신들이 겪은 홈 3:0 완패를 다른 팀도 아닌 레알에게 복수할 뻔 한 것은 웬만해선 불가능한 일이다. 그들은 그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 그렇기에 유벤투스의 팬들은 실망할 필요가 없다. 떳떳하게, 어깨를 펴고 자신들의 팀이 강팀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그들은 아름다웠다.

 

 

 

바르셀로나 v 로마 :1차전 4:1(바르사) 2차전 3:0(로마)합산 4:4 로마 4

로마의 이번 8강 키워드는 기적이었다. 그들은 1차전 캄프 누에서 4:1로 패했다. 세계최강 중 하나인 바르셀로나에게 불운 섞인 패배를 당했다. 준비는 빼어났고, 경기력도 좋았지만, 데 로시와 마놀라스의 자책골로 패배를 당했다. 로마의 유효슈팅 중 바르셀로나의 골문으로 들어간 것도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에딘 제코의 골이었다. 그리고 이 골이 다음 주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지을 골이라는 것을 그들은 몰랐다. 운명의 2차전 로마 선수들은 달라진 눈빛을 보이며 자신들의 홈으로 돌아와 경기를 치렀다

 

90분 내내 최고 수준의 압박과 제공권을 보여주며, 제코의 골, 데 로시의 골로 기적의 밑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경기 종료 약 10분전, 젱기즈 윈데르는 소중한 코너킥을 마놀라스의 이마를 향해 쏘았다. 마놀라스는, 자신의 1차전 자책골을 떠올리며, 니어 포스트로 달리면서, 파 포스트를 향해 힘차게 고개를 돌렸다. 그의 이마에 맞은 볼은 방향 그대로 떠서, 테어 슈테겐이 막을 수 없는 방향으로 낙하했다

 

그리고 골망이 흔들렸다. 로마가 34년만에 맞이한 기적의 순간이었고, 토티의 눈앞, 그의 보좌관이자 이제는 든든한 주장이 된 데 로시의 눈앞에서 일어난 대사건이었다. 로마 선수들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최고의 경기를 했고, 그들은 기적을 썼다.

 

이렇게 우리에게 무한한 감동을 준 올해 챔스의 8강 네 경기를 모두 살펴보았다. 여느 때와 같이 네 팀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으며, 그러나 여느 때와 달리 모두 각자의 감동을 품고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최강을 상대했던 세비야, 게겐프레싱 탈출 직전까지 갔던 맨시티, 기적의 희생양이 된 바르사,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진한 감동을 준 유벤투스까지, 비록 패자로 분류되었으나, 이들도 세계 최강의 팀들 중 하나라는 것을 자신들이 증명했다. 끝내기 전, 승자와 패자를 막론하고 이번 8팀에게 할 말이 있다.

 

올해에도 축구라는 스포츠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은 시즌을 모두 성공적으로 치루길 바라겠습니다. 당신들이 승자이건, 패자이건, 이토록 아름다운 정신을 보여준 당신들은 모두 최고입니다.”

 

 

 칼럼소개 : 성준의 스포츠칼럼 90는 주로 해외축구에 대한 분석과 축구계의 여러가지 사건들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을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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