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진의 역사문화칼럼 15] 21세기에 만난 다산선생 (3부)

목민심서의 사회사상과 현대 사회복지정책 적용에 관하여

 

3)목민심서에 나타난 공직자의 리더십과 현대복지에의 반영

 

목민심서에 나타난 공직자의 리더십

 
‘율기’ 편에서 목민관이 지켜야 할 원칙 중 ‘청렴 결백한 마음가짐으로 검소하게 생활하며 청탁을 받아서는 안 된다’라는 구절을 통해 무엇보다도 ‘청렴’을 공직자의 본연의 임무이자 모든 선과 덕의 뿌리로 보았다. 청렴하지 아니하고서는 목민관이 될 수 없음을 천명하며 청백리 정신이 국가와 사회발전에 매우 중요한 덕목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현재 사회적 쟁점인 고위공직자들의 뇌물수수와 부정청탁 등의 청렴성과 자질, 윤리의식의 부재에 경종을 울리며 시사하는 바가 큰 내용임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절약과 베풂을 공직자의 으뜸가는 임무로 보았다. “내 창고에 여유가 있어야 바야흐로 남들에게 베풀 수 있다. 나라의 재물을 훔쳐서 사사로이 사람을 도와주는 것은 예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통해 제대로 베풀고자 한다면 평소 절약을 통해 비축하고, 공금 집행에 있어 목적과 용도에 맞게 쓰도록 고민함으로써 검약과 베풂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찾아야 할 것임을 강조하였다. 더불어 공물 보기를 사물처럼 한다면 이는 어진 목민관이고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지 못하는 자는 결국 실패한 리더임을 말하고 있다. (한양원, 2009)
 
세 번째로 법 집행에 있어 최고의 원칙과 기준을 인도주의적 판단에 두었다. 힘없는 백성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하며 민생의 필요와 법의 잣대가 충돌할 때는 곤궁한 백성의 필요를 먼저 돌봐야 함을 주장하였다. 이는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공직자의 자세를 강조함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네 번째로 재난과 질병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는 것은 모든 공직에 있는 리더들의 중요한 임무이다. 관질과 구재는 공정한 집행으로 적기에 적소에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재난의 발생을 예상하여 미리 대비함으로써 슬기롭게 위기에 대처하는 하는 것이 지혜로운 리더의 자세로 보았다.
 
다섯 번째로 다산은 위정자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장애인에 대한 세금감면과 군역 면제를 주장하고 독거노인, 고아, 가난한 자와 같은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여 백성들의 절실한 필요를 살피는 것이 진정한 공직자로서 갖추어야 할 자세임을 강조하였다. 이는 다산이 생각하는 목민이란 단 한 사람의 백성일지라도 그 은택을 입도록 하겠다는 애민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여섯 번째로는 목민관이 백성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잘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임을 주문하고 있는데 이는 공직자로서 백성을 섬기는 궁극적 목표가 배불리 먹이고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 농기구와 베틀을 만들어서 경작과 길쌈을 권장하고, 손수레를 만들어 백성들이 편리하게 농사 짓도록 하며 벽돌과 기와 굽는 법을 가르쳐서 온 성안을 벽돌과 기와집으로 만들게 하였다. 특히 새로운 기술의 중요성 강조와 기술자들을 보호, 생산성 증대를 통해 재화를 풍부하게 할 것을 주장하며 백성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였다. (금장태, 2005)
 
이는 현대의 “공무원은 국민전체의 봉사자로서 친절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라는 공무원법의 내용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목민관이 교민이나 경제업무를 지휘할 시 반드시 현장에 직접 나가 백성들과 접촉하며 그 생활의 실태를 파악, 포상과 징계를 해야 할 대상자를 선정해야 함을 강조했던 부분은 탁상공론을 경계하고 백성들의 삶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하는 공직자만이 올바른 리더임을 강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목민사상에서 현대복지가 반영해야 할 정책
 
현대의 복지는 현재의 목민관에 해당하는 공무원들이 국민에게 복지정책을 실행할 때 권위의식이나 시혜라는 의식을 가지지 않은 채 나라의 주인인 국민을 섬긴다는 인식을 가지고 시행해야 한다.
 
첫째, 기후 변화로 인한 폭염, 혹한, 태풍, 집중호우, 지진 등으로 현재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으며, 또한 매해 반복되는 조류 독감이나 사스, 신종플루와 같은 전염병도 자연재해와 같은 동일한 위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재해로 인한 인명 피해와 재산의 손실을 막기 위해 재해에 대한 예방과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국민들의 삶의 향상에 중요하고 필수적인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치안을 철저히 하고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며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국방을 튼튼히 하는 정책들이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셋째, 현대사회에서는 농사를 짓기 위해 치수해야 할 필요성은 감소하였으나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되는 우리나라의 경우 여전히 물을 관리하는 것은 중요한 사안이다. 최근 집중호우가 내리면 중요한 지하철 역사가 잠기거나 하수도에서 물이 역류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 일부 지방에서는 가뭄이 오래 지속되어 저수지가 마르고 물을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하수도 시설을 잘 정비하고 가뭄과 홍수를 대비한 효율적인 물 관리를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추진해야 함이 시급하다 하겠다. (김효건, 2014)
 
넷째, 공무원의 비리를 청산하고 횡포를 방지하여야 한다.
 
행정부에서는 공무원에 대한 교육과 감시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하며 공무원들은 스스로를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현재 논의가 진행중인 공수처의 설치는 무척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겠다.
 
다섯째, 현대의 학교에서 지식의 전달만을 중심으로 하여 윤리나 인격의 연마는 소홀히 하고 있는데 학교는 지식의 교육과 동시에 예를 가르치는 곳이 되어야 한다.
 
현대의 우리사회는 이미 서구화되어 가정과 사회의 윤리가 많이 상실되었다. 우리의 전통규범인 효, 제, 자의 가치를 부활시켜 가정과 사회의 원리로서 기강을 세울 수 있다면 가정 내의 역할 부재로 일어나는 청소년의 강력범죄나 가정폭력과 같은 범죄들을 현저하게 감소시킬 것이다.
 
지금까지 공직자의 리더십과 목민사상에서 현대복지가 반영해야 할 정책에 대해 알아보았다.
 
다산의 학문과 사상이 한국사상사에서 지닌 의의는 유교에 바탕을 두면서도 이를 새롭게 해석하여 조선의 사회에서 요구되는 합리적 제도와 효율성을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바탕에 도덕성과 민본사상을 두어 인간사회의 품격과 향상을 동시에 실현하는 길을 열어 주고 현시대의 법률이나 제도가 도덕성과 단절된 기능으로 운영되는 데 다른 문제점을 극복하는 데 소중한 지침이 되고 있다. (금장태, 2005)
 
 
특히 제2강 율기 편 ‘청심’에 ‘목민관이 청렴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도둑으로 지목하여 마을을 지나갈 때 더러운 욕설이 높을 것이니 부끄러운 일이다.’는 구절에서 현재 우리사회를 빗대어 보며 엘리트주의와 공직자 윤리는 올바른 인성과 가치관이 없이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사상누각임을 배울 수 있었다. 목민심서의 사상과 정책에 대해 현대의 다양한 사회문제와 연계하여 탐구함으로써 옛사람들의 삶과 경험이 녹아있는 지혜를 배우고 사회를 보는 시각을 넓힐 수 있었다.
 
우리시대는 경제적 빈곤을 극복하고 생산과 기술의 개발에서 놀라운 성과를 이루었지만, 동시에 욕구의 절제를 잃고 예법과 공공의식이 혼동에 빠지며 사회 전반적으로 도덕적 붕괴가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어떻게 경제적 발전을 유지하면서 품위 있는 도덕적 가치관을 확보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중요하다 하겠다. 다산은 유교 경전을 재해석하면서 도덕을 근본으로 하고 경제를 말단으로 하는 견해를 받아들이면서도 이 두 가지가 상호보완적 역할을 해야 함을 밝히고 있다
 
근대 이후 개인주의가 중시되면서 가족적 유대나 사회 공동체의 결속이 약화되고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이 강조되면서 사회 내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바로 이러한 현실에서 다산 사상은 우리가 실현해야 할 바람직한 통합의 원리에 대한 중요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록 조선시대와 현대사회가 다르기는 하나 이 같은 통합의 원리가 바탕이 된 목민사상이 녹아있는 정책들이 실제 정책입안에 반영되고 현대의 공무원들이 목민사상을 지침으로 국민들을 위한 사회복지를 시행한다면 진정한 복지국가로 발돋움 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참고문헌 : 한양원(2009) 한눈에 익히는 목민심서, 나무의 꿈, pp124-126, 금장태(1999) 다산 정약용- 유학과 서학의 창조적 종합자, 살림출판, pp140-141 Pp32-35 김효건(2014) 정약용의 목민심서와 사회복지사상과의 관계에 관한 연구, 한영 신학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pp124-126
 
 

칼럼소개: 역사와 문화에 관련된 다양하고 흥미로운 주제들을 찾아  칼럼을 통해 쉽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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