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진의 Human In Sports 7] 타이 리그 출신 정우근, 11년만에 한국 무대에 선 이유

"빠르고 공격적인 축구 보여주겠다" 수원FC 정우근을 만나다

"Human In Sports Project HIS Project)는 그라운드 위에서 활동하는 선수들만을 바라보는 스포츠 팬들에게 , 스포츠 내의 다양한 직업들을 알려줌으로써 스포츠를 바라보는 넓은 시야를 제공하기 위한 스포츠 직업인 단독 인터뷰 기사입니다."



지난 1일, 드디어 K리그가 2018시즌의 첫 출발을 알렸다. 역시나 첫 경기부터 선수들은 관중들의 큰 호응 속에서 치열한 경기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들보다는 조금 늦게 출발하는, 리그1의 경기가 진행되는 순간에도 끝까지 훈련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바로 K리그2(챌린지) 소속 클럽 선수들이 그 주인공이다.

그들은 앞서 언급했던 리그1의 선수들보다는 조금은 덜 주목받을 수도 있겠지만, 열정만큼은 절대로 리그1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 이들이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치열한 승격 싸움이 예고되는 가운데, 새 시즌을 준비하는 클럽들은 조금이라도 뒤처지지 않게 전력보강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중에서도 유독 수원FC에는 조금 독특한 커리어를 보유한 한국인 공격수가 새롭게 얼굴을 보였다. 그의 이름은 바로 정우근. 국내 팬들에게 있어서는 다소 생소한 이름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는 고교 시절에 브라질을 거쳐 오랫동안 태국 프로 무대에서 팀의 핵심 공격수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수준급의 선수이다. 태국 내에서는 '카카' 라는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던 그는, 이번 시즌 리그2의 수원FC에서 첫 한국 무대를 뛰게 된다.

다음은 지난 1일, 수원역 근처 카페에서 만난 수원FC의 새 얼굴 정우근 선수와 나눈 내용이다.

.수원역 근처 카페에서 만난 정우근 선수ⓒ 류호진


갑작스러운 한국행 "그럼에도 즐기고 싶어"

-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11년 만에 한국 무대에서 처음 뛰게 된 수원FC 공격수 정우근이라고 합니다."

-  갑작스럽게 한국행을 결정하시게 된 이유와 한국에 오시게 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사실 전에도 수원FC에서 연락이 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태국 구단에서 활동 중이었죠. 태국 리그에서의 다음 시즌 계획까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웃음) 그런데 어느 날 갑작스럽게 감독님께서 직접 연락이 오셨고, 저는 큰 선수도 아닌데 유명 선수 출신이신 감독님께서 직접 연락을 해주셨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했습니다.
연락 중에는 감독님께서 계속 제게 높임말을 쓰셨고, 제가 오랜 시간 동안 타지에서 생활하다 보니 한국에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 쉬운 결정이 아니겠지만 그래도 같이 잘 해보고 싶다는 한 마디에 제 마음이 크게 흔들린 것 같습니다. 한국에 온 소감은, 솔직히 아직도 잘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아직은 그냥 즐기고 싶은 마음입니다. (웃음)"

- 한국 팬들 사이에서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본인은 어떤 선수(강점)인가요?
"일단 저는 태국에서 처음 프로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굳이 강점을 뽑는다면 유럽이나 남미 선수들이 많은 리그 내에서 그들에게 밀리지 않고 많은 득점 기록을 올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 태국 리그는 어떤 곳인지?
"처음에 제가 갔을 당시만 하더라도 활성화가 많이 되지 않은 리그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국가대표 선수들도 있고, 국가대표에서 활동하셨던 감독분들도 많습니다. 나라가 워낙 커서 그런지 일단 클럽 수 자체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 때문인지 선수 공급도 원활하게 이루어지죠. 한 경기에 몇천, 몇만 명의 관중들이 모일 정도이니 과거보다 지금은 엄청나게 활성화되어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타이 리그 시절의 정우근ⓒ 정우근 제공


- 태국에서 많은 득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골은?
"매 골이 중요했지만 제일 힘들었던 골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재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늘 두 자릿수 득점을 목표로 두었고 그것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시즌에는 구단의 포메이션이 바뀌고 제 포지션도 제가 평소 활동했던 포지션이 아닌 곳으로 이동하게 되었죠.
그렇게 되면서 시즌이 끝나갈 때까지 9득점에 그쳤는데 거의 마지막 경기에 제가 동점 골을 기록하면서 팀은 패배를 피하고, 저는 두 자릿수 득점으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죠."

- 브라질과 태국에 오랜 기간 동안 있었는데 언어, 문화적 어려움은 없었나요?
"고교 시절 브라질로 건너가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제가 브라질에 갔을 시기에는 이미 많은 한국 유소년 선수들이 브라질에 거주하고 있었죠. 그래서 브라질에서는 큰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태국은 특별하게도 국민들이 케이팝에 관심이 많아서 한국인은 유독 환영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이 사람들이 친절했죠. 언어적 문제는 학교와 학원을 따로 다니진 못했지만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발전된 것 같습니다. (웃음)"

정우근 "국내 팬들과 소통하려 노력 중"

- 양발을 자유롭게 사용한다고 들었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제가 대전 동신 중학교에 있었을 당시 감독님이셨던 송용억 감독님께서 늘 해주시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축구 선수는 오른발(왼발)만 사용할 줄 알면 안 된다'라고 그러셨죠. 지금 제가 하는 축구의 기술과 플레이 스타일의 대부분은 그 당시 감독님께 배웠던 축구인 것 같습니다."  


- 유독 팬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아무래도 어린 시절부터 해외에서 혼자 지내다 보니 한국인들과의 관계의 소중함, 그런 사소한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국내 팬분들과 최대한 많이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웃음)"

- 선수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극복법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브라질 유학 시절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조급함이 엄청나게 컸었죠. 지금 와서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스트레스들, 경기장 밖에서 받는 스트레스나 잡념들이 생길 때면 바로 옷을 갈아입고 혼자 개인 훈련을 하러 나갔었습니다. 축구만 하면 다른 걱정이 떠오르지 않았거든요. 그 생각으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지 않았나 라고 생각합니다."


.11년만에 처음으로 서게 한국 무대ⓒ 정우근 제공


- 이번 해에 새롭게 합류하신 수원FC는 어떤가요?
"사실 처음에는 한국 특유의 선후배 문화라던가 여러 부분에서 강압적인 것들이 있을까 조금 걱정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구단 내에서 다들 정말 편하게 적응할 수 있게 배려를 많이 해주신 것 같습니다. 분위기는 태국에서도 그랬듯이 굉장히 자유롭고 정말 좋습니다. (웃음)" 

- 선수로서의 최종 목표는?
"첫 번째 목표는 태국에서처럼 두 자릿수 득점입니다. 그다음은 수원FC의 승격, 더 나아가서는 팀이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에 올라가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 이번 시즌 각오를 듣고 싶습니다.
"팀의 승격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득점을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지금 팀의 분위기에 잘 적응하여 여러 선수와 승격 그리고 승격을 위해서 뛰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응원해주시는 팬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진짜 이번 시즌 열심히 준비했으니 보여드릴 수 있는 최고의 축구, 정말 말로만이 아닌 보여드리는 축구, 그리고 빠른 축구, 공격 축구, 이기는 축구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끝까지, 열심히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선수와 팬들 간의 소통은 리그의 인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조금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팬이 없는 프로 리그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그는 팬들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조금은 힘들어도, 팬들 앞에서는 늘 밝은 모습을 보여주며 태국 현지 팬들 사이에서도 좋은 성품으로 이름을 알렸던 그이다. 과연 다가오는 개막전에서 성적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국내 축구 팬이라면 그를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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