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로 인해 위기 이전부터 있었던 문제가 더 부각된다." 마이클 샌델의 말처럼 코로나 19를 겪는 우리는 환경부터 사회, 구조적 등 여러 방면에서 떠오르는 문제에 직면한다. 이와 관련해서 2005년에 처음 등장한 ESG라는 개념이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ESG란 무엇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대비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필자는 ESG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려 한다. 사실 코로나 19전부터 ESG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언급되어왔다. ESG란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 구조(Governance)의 앞글자를 딴 약자로 기업이 좋은 일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제공하고 있다.1 기업의 재무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 3가지 요소는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발돋움이 되는 일종의 투자철학이다. ESG 경영을 통해 기업의 각종 위기에 대비할 수 있고 지속가능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시각이 생기면서 수면 위로 떠 오르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기업이 얼마나 돈을 벌었는지가 관심을 받았더라면 ESG는 기업이 어떤 방법으로 돈을 벌었는지에도 관심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이 ESG를 도입한
'운명이란 무엇일까?' 너무나도 철학적이고 낯 간지러워지는 질문 아닌가? 조금은 구닥다리 질문이기도 하다. 우습게도 이만희의 <돼지와 오토바이>는 그러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질문에 대한 답과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 오토바이에 탄 돼지와 낙상매(落傷鷹)가 등장하여 필자를 혼란스럽게 하기도 했다. 오토바이에 탄 돼지는 성관계하는 장소로 가기 위해 오토바이에 탄 씨돼지를 뜻한다. 낙상매란 둥지에서 떨어져 살아남은 매로 어미는 끈질긴 조상의 얼을 물려받았다 하여 낙상매를 더 사랑한다. 당신은 낙상매가 되고 싶은가, 아니면 오토바이에 탄 돼지가 되고 싶은가? 이 두 생명이 운명과는 대체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오래 생각했다. 필자는 이 둘의 공통점에서 ‘운명’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 있었다. 끈질기게 비상하려는 날개 달린 이와 쾌락을 기대하며 한껏 흥분한 기분을 느끼는 이 둘의 공통점은 바로 자신의 운명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관한 얘기는 뒤로 미뤄두고 지극히 운명에만 집중해보자. 이만희는 운명을 "예고도 없이 슬며시 왔다가는, 가버리지도 않고 오랫동안 눌러 붙어 있으면서 조이고 틀고 패고 밟고. (중략) 그 거대한 폭력 앞에 우린 결국 무릎 꿇고
필자에게 인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 물어본다면 카스트 제도라고 답할 것이다. 카스트 제도란 인도 사람들의 삶과 인생을 결정하는 계급제도로,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 불가촉천민 순이고, 과거에는 법으로 여겨질 만큼 불평등이 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카스트 제도는 어디에도 법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단지 사람들의 사고 속에 존재하는 관습이다. 그러한 관습법이 인도 사람들의 평생의 삶을 결정한다는 점이 조금 모순적이다. 그러나 이런 불평등을 좀 더 들여다보면 카스트가 전부는 아니다. 인도 정부는 작년 6월 '농산물 무역 및 상업법', '가격보장 및 서비스 협의법', '필수식품법' 등을 포함한 농업개혁 법안을 발표했으나, 농민들은 심하게 반대했다. 핵심은 농산물 유통과 판매 대부분을 민간영역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그동안 정부 기관인 농산물시장의원회 관리하에 모든 거래가 이뤄져 왔다. 이는 농산물 가격의 하락을 방지하고 농민들의 최소 수입을 보장해주었다. 그러나 그나마 최저로 살던 농민들의 삶이 새 농업개혁 법안으로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1 농민들은 SNS에 농민 시위 관련 글을 올리기도 하고, 트랙터를 끌
비행 수치, 이 단어를 보고 무엇이 떠오르는가? 단어에 대해 추론할 수 있는 작은 힌트를 제공하자면 Flight Shaming, 오늘 필자가 소개할 단어는 ‘수치스러운 비행’이다. 수치스러운 비행이란 지구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삭감할 필요가 있는 시점에서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에게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항공 여행 반대 운동이다. 이 운동은 2018년 스웨덴에서 플뤼그스캄(Flygskam)이라는 단어로 시작되었다.1 갑자기 이 운동이 다시 언급되는 이유는 바로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기후 위기에 대한 사람들의 경각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유럽과 북미 지역 항공사들을 중심으로 수치스러운 비행 운동에 탑승객들을 동참시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대표적인 예로는 컴팬세이드가 있다. 컴팬세이드는 세계 최대의 항공사인 독일 루프트한자가 구축한 디지털 이산화탄소 보상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승객들에게 해당 비행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제시하고 나무 심기 등 기후 보호 프로젝트나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 사용 같은 상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법을 알려주며 추가 비용을 지불하여 수치스러운 비행이 아니라는 것을 인증할 수 있는 인증서를 발급해주는 등의 기능을 운영한다. 항
나무 위에 있는 소년이 위태로워 보인다. 이 소년이 왜 나무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지, 단순히 그것이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분리된 평화>는 2차 세계대전이라는 상황을 배경으로, 미국의 명문 기숙 학교에 재학 중인 16살 소년들의 이야기이다. 표면적으로는 전쟁이 가하는 폭력을 전달하지만, 이면에서는 경쟁을 강요받아야 하는 학생들의 아픔을 나타낸다. 주인공은 좋은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하는 게 목표인 평범한 모범생 진과 만능 스포츠맨으로 많은 사람에게 존경의 대상으로 불리는 피니어스이다. 둘은 미국의 명문 기숙 학교에서 만나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지만, 진은 모든 것에서 자신을 앞서는 피니어스를 질투하게 되고, 반대로 진의 마음을 모르는 피니어스는 그에게 순수한 마음을 내어준다. 진과 피니어스의 성장은 시기와 질투를 동반한 우정의 시간이 회오리가 휘몰아치듯 지나간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모든 것을 가진 친구에 대해 철없는 소년의 질투는 순간적인 사고를 일으킨다. 진이 속한 학년에는 일명 ‘여름 학기를 위한 특별 자살 클럽’이라는 비밀 조직이 결성되고,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데번 강의 높은 나무 위에서 뛰어내려야 하는 과제를 통과해야
시대가 지남에 따라 우리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과 기회는 날이 갈수록 진화해왔다. 최근에는 SNS나 포털 사이트를 통한 다양한 콘텐츠들도 빠르게 공유되면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뉴스의 분야도 넓어지고, 그만큼 셀 수 없는 정보를얻는 우리는 이보다 편리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수많은 정보를 과연 모두 믿어도 되는 걸까? 미디어 정보의 다양함과 쉽고 빠른 콘텐츠 접근을 얻은 우리는 '가짜 뉴스'의 보편화도 함께 접하게 되었다. '가짜 뉴스', 한 번쯤은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가짜 뉴스란 언론 보도의 형식을 띠고 마치 사실인 것처럼 유포되는 거짓 뉴스로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 특정 세력이 정치·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 퍼뜨리는 경우가 많다.1특히 여러 분야의 정보를 얻음으로써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코로나 19사태에서 가짜 뉴스는 더 성행했다. 사실과는 전혀 달라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가짜 뉴스들이 무분별하게 퍼지면서 사회적 혼란이 커지고 있다. 심각하게 말하면 내가 정확하게 알고 있지도 않은 정보가 곧 사실이 되고, 권력이 될 수 있단 말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5G망을 타고 번진다. 메탄올이 섞인 물을 뿌리면 소독 효과를
코로나 19를 맞이하면서 우리는 많은 자유를 박탈당해야만 했다. 불편한 마스크를 써야 했고,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하고 싶은 활동들을 모두 할 수는 없었다. 이는 공동의 이익을 가장 중요시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공익을 추구하는 것이 항상 옳은 일은 아니다. 당연히 개인의 자유도 중요하다. 코로나 19에 대입해보았을 때,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는 행동은 불편한 마스크를 쓰지 않는 행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지 않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맥락에서 공동선을 추구하는 행동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가치를 선택해야 할까? 필자가 소개할 달과 6펜스의 주인공인 찰스 스트릭랜드는 영국의 증권 중개인으로서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스트릭랜드는 화가가 되기 위해 갑자기 아내에게 이별을 고하고 파리로 잠적한다. 이 소설의 화자인 ‘나’는 스트릭랜드 부인의 요청으로 스트릭랜드를 찾아 나선다. 5년 후에 화자는 화가로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스트릭랜드의 소식을 친구인 스트로브로부터 듣게 된다. 어느 날 그가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안 스트로브는 아내인 블란치의
2020년 10월 8일, 이번 노벨문학상의 수상자가 미국 시인 루이스 글릭으로 발탁되면서 한국 문학계의 꿈이 또 한 번 무너졌다. 한류 열풍 속에서 자연스럽게 싹튼 문화에 대한 관심이 문학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K-문학에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나는 추세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가 단 한 명도 없다. 한국은 무슨 이유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지 못하는 것일까? 필자는 그 원인과 우리들의 노력을 하나씩 알아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번역 문제이다. 푸르스름한, 푸르른, 퍼런 등 파란색을 표현하는 색채어도 이렇게 다양한데 우리의 고유어는 어떻게 효과적으로 번역할지 말 그대로 어떻게 살아있는 문장으로 번역할지에 대한 번역가들의 고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해외의 관심이 잠시 줄었다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게다가 재작년 출판·번역 지원 역시 2008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문학이 언어의 벽을 넘어 해외로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는 작품 선정이다. 한국은 긴 시간 동안 우리의 문학을 해외에 소개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투자해왔으나, 정작 현
“어쩌면 세상에서 진실로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눈이 있어도 아름다운 걸 볼 줄 모르고, 귀가 있어도 음악을 듣지 않고, 또 마음이 있어도 참된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감동하지 못하며 더구나 가슴속의 열정을 불사르지도 못하는 그런 사람들이 아닐까.” 필자는 ‘창가의 토토’라는 책을 통해 대안학교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책의 주인공 ’토토‘는 또래 아이들과는 조금 다르다. 순수하지만 복잡한 생각을 가진 그 아이는 대안학교에 입학하고, 자신과 비슷한 친구들과 이런 학생들을 이해하고 따라주는 선생님들을 만나 행복한 학교생활을 보낸다. 토토가 일반 학교에 갔다면 토토만의 맑지만 심오한 생각을 마음껏 펼치지 못했을 것이다. 책 속 토토와 친구들의 대화와 선생님의 말씀을 읽으면 대안학교 학생들은 참 순수하고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큼을 알 수 있다. 현실에서도 이들은 맑고 열정적이다. 대안학교 졸업생들 기존에 존재하는 것을 거부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들은 대부분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욕망이 커 다양한 직업 종에 속한다. 대부분이 예술이나 사회 분야에 속하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성향에 맞게 기획자나 창작자 또한 많이 배출한다.게다가 그
우리는 모두 희망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다시 말해 각자의 희망을 삶의 목표로 설정함으로써 하루하루 그 희망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고 있다. 오정희 작가의 <유년의 뜰>에서는‘아버지의 귀환(歸還)’이 노랑눈이 가족의 희망이지 삶의 목표이다. 노랑눈이 가족의 현실을 살펴보자. 생계를 위해 밤일을 나가다가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나버린 어머니,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을 자처하지만, 억압과 부담감으로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장남, 가족 몰래 밤에 나가는 둘째, 태어날 때부터 약하게 태어나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약한 막내, 그리고 말을 하지 않은 채로 식탐으로 가득 찬 노랑눈이까지. 노랑눈이의 가족은 우리의 눈으로 봐도 망가지고 처참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이들에게 한 가지 희망은 ‘아버지의 귀환’이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오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다. 바람난 어머니도, 폭력적인 첫째도, 불쌍한 둘째와 막내도, 그리고 노랑눈이까지도 아버지가 돌아오시면 모두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은 채 살아가고 있다. 아버지가 돌아오기 직전까지도 그들은 아버지가 돌아올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믿었다. 맹목적인 희망, 비현실적인 낙관, 그것의
살면서 소외감을 느낀 적 있는가? 있다면 언제 소외감을 느껴봤는가? 우리 청소년들을 예로 들자면, 소위 말하는 ‘왕따’ 같은 문제가 예가 될 것이고 조금 더 넓은 사회로 나아가면 직장 내 따돌림 정도로 소외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외는 단순히 따돌림의 문제만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소외라는 것은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고, 정체성을 잃어버려서 자신이 마치 어떤 물건이나 수단이 되었다고 생각할 때 또한 느끼게 된다. 때문에,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외의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사람들은 자신이 돈 버는 도구나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 아닌지 생각하고 깊은 소외감에 빠지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1962년부터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수립한 후로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었다. 농촌 공동체는 파괴되고 서울은 거대도시로 변해 갔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모두에게 심지어 자신에게마저 익명적인 존재가 되어갔다. 김승옥 작가의 작품인 「서울, 1964년 겨울」은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 공동체 붕괴를 잘 나타내고 있는 소설 중 하나이다. 작품의 배경부터 살펴보자면, 제목에 나와 있듯이 1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일본 문학 도입부의 정수라고도 불리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 이 소설에는 부모의 유산으로 무위도식하며 여행을 다니는 시마무라가 눈의 지방에 도착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는 애처로울 정도로 열심히 시마무라를 사랑하는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게이샤 고마코와 사랑하는 일에 자신을 희생하는 아름답고 순수한 소녀 요코에게 동시에 끌린다. 그저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일까. 「설국」은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미에 대한 기준을 잘 드러낸 작품으로 꼽힌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작가가 생각했던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그 아름다움을 작품에서 어떻게 표현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설국」이라는 작품에서 절대미(絶對美)’를 추구했다. 절대미(絶對美)란 완전한 조화를 가진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국어사전에 정의되어 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겨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눈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면서 작품은 시작한다. 흰 눈이 쌓인 설국에 붉은빛을 내뿜으며 활활 타오르
2015년 1월 1일, 많은 사람을 충격 속에 몰아넣은 현대 미술 작가 모르텐 비스컴(Morten viskum)은 한 커뮤니티에 그의 작품들과 그림 그리는 광경을 담아 넣은 사진을 올렸다. 그림의 제목은 ‘손(Hand)’이다. 손으로 그린 그림이다. 문제는 그 손이 자신의 손이 아니라 누군가의 잘린 손이라는 것이다. “작품을 위해 죽은 사람의 신체 조각을 얻어내는 일은 쉽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황당한 답은 “그것은 이 프로젝트의 비밀 중 하나입니다.”였다. 죽은 사람의 잘린 손을 이용하여 작품을 창작한 행위와 또 그 작품에 대한 수많은 비판이 있었음에도 그는 시체의 손이 자신의 제3의 손이라며 그것을 통해 새로운 작품이 태어난다는 뻔뻔한 반응을 보였다.1 김동인의 <광염소나타>는 천재적인 예술성과 광기를 지닌, 걸작을 만들어내기 위해 여러 범법 행위-방화, 살인, 시간, 방화 등-를 저지르는 음악가 백성수가 등장한다. 백성수의 이야기에 대해 친구 사이인 자선가 모씨와 작곡가 K씨의 대화, 백성수의 수기와 편지로 이루어진 액자식 구성의 소설이다. 백성수에게 예술은 어떤 의미였을까. 자기만족? 인정받기 위한 몸부림? 자신의 부도덕적 행위
콩쥐 팥쥐의 중에서 착한 콩쥐가 결국은 원님과 결혼한다든가, 흥부와 놀부 중에서 결국에는 착한 흥부가 부자가 된다는 흔하디흔한 전래동화들은 우리의 동심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이렇게 대부분의 고전 문학 작품에는 약자가 강자에 승리하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의 구조가 매우 잘 드러난다. 권선징악은 오래전부터 고전 문학에 사용된 구조이기에 유치하고 지지부진한 인상을 주기도 했으나 이런 선명한 주제 의식은 독자에게 일련의 교훈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잠시 문학의 관점에서 벗어나 사회·과학 관점에 빠져보도록 하자.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란 사람들이 약자라고 믿는 주체를 응원하게 되는 현상, 또는 약자로 연출된 주체에게 부여하는 심리적 애착을 의미한다. 스포츠 경기, 영화, 드라마 등에서 질 것으로 예상되는 주체 즉, 약자를 ‘언더독(Underdog)’, 이길 것으로 예상되는 주체 즉, 강자를 ‘탑독(Top dog)’이라고 한다.1 이러한 장르에서 언더독의 승리는 예상을 벗어날수록 극적인 효과를 더한다. 문학 작품 속이 아닌 우리의 삶에서 예시를 들자면, 스포츠 경기에서 유력한 1위 후보에게도 찬사가 쏠리지만, 악조건을
2014년 1월, 아직 찬 바람이 쌩쌩 불 무렵에 엄마와 서점에 갔다.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제목을 보는 순간 엄마에게 저 책을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저 책 ‘별에서 온 그대’에서 도민준이 보던 책이란 말이야.” 그 당시 배우 김수현이 나오는 드라마에 푹 빠져 있던 저자는 작품 중 인물인 도민준이 읽던 책을 샀다. 저자와 같이 관심을 가진 사람이 많았는지 2009년에 출간돼 2013년까지 10,000부가량 판매되었던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은 드라마에 노출된 이후 2014년 6월까지 약 25만 부가 팔렸다고 한다. 이처럼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과 같은 미디어에 노출된 이후 홍보 효과를 얻어 주목을 받으면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을 ‘미디어셀러’라고 한다. 저자는 미디어셀러로 등극한 도서와 그의 장단점을 알아보려 한다. 2018년 11월 JTBC에서 방영된 드라마 <SKY 캐슬>, 탄탄한 스토리와 매회 반전을 거듭하면서 시청자들의 몰입력을 끌어냈다. 입시 논술을 위해 결성된 스카이캐슬 입주민들의 독서 모임 ‘옴파로스’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프리드리히 니체의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