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의 과학칼럼1]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본 동물실험의 필요성

동물을 이용하는 실험 계속 해야 할까?

최근 들어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어느 때보다도 동물실험에 관한 논란이 깊어지고 있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동물실험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화학물질이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됨으로써 영·유아 36명을 포함한 78명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사망한 사건이다. 만약 사전에 동물실험이 충분히 있었다면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같은 불행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동물실험이란 과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아닌 동물을 실험대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동물실험이 이루어지는 목적은 다양하다. 우선 인간과 동물의 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기 위해 인간 대신 동물을 이용하는 예를 들 수 있다


새로운 백신이나 약품의 부작용이 없는지 실험하거나 가축병을 치료하기 위해 연구를 할 때도 동물을 이용한다. 장기이식 같은 새로운 수술 방법을 개발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 밖에도 농업용 살충제에서부터 화장품과 가정용품에 이르기까지 온갖 제품의 안전도를 검사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동물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동물실험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고 그 덕분에 수많은 인류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생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 동물실험을 토대로 밝혀낸 사실이다. 20세기 들어 제조 약품의 수요와 판매가 급증하면서 제품안전검사가 미흡해 사망하는 사람들이 자주 발생했다. 의약품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각국은 치료에 사용하기 전에 약품의 안전성을 미리 입증하도록 하는 법안을 도입하였는데, 그 결과 동물을 이용하는 독성 실험이 일반적인 절차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의학 연구를 위해서라면 동물 실험은 불가피하다. 20세기에 이루어진 의학적 발견 대부분은 동물실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무리 정교한 컴퓨터나 프로그램으로도 분자, 세포, 생체조직, 장기 사이의 상호작용, 그리고 유기체와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을 정확히 재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동물에게 약품 안정성을 시험하는 과정은 임상실험에 참가하는 인간지원자와 환자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신체 각 부분의 상호작용과 조절 능력을 밝혀내려면 동물실험이 있어야 한다동물실험을 통해서 신약개발과정에서 그 새로운 약이 유용한 효과를 발휘할 거라는 확신을 가질 때만이 사람에게 임상실험을 할 수 있는 단계가 될 것이다.

 

독소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측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동물 실험이며, 암이나 장애아 출산 같이 인간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거나 환경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는 제품을 가려내려면 동물실험을 통한 안정성 실험이 꼭 필요하다. 또한, 사람뿐만이 아닌 동물의 질병을 연구하는 데도 동물실험은 이용된다.

 

그렇다면 동물실험은 과연 긍정적인 면만이 존재할까? 대부분의 과학자는 지난 20년간 실험동물의 환경이 꾸준히 개선되어 왔으므로 과학연구와 실험에 동물을 사용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영국에서는 동물 학대 방지법에 따라 적절한 동물수용시설과 수의학 설비를 갖춘 연구기관과 기업에서만 동물실험을 시행하도록 규정하는 법률이 제정되었다. 실험기관에서는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이 겪는 상해 또는 고통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기록하고 측정해 두어야 한다.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있을 때는 가급적 동물을 사용하지 않도록 제약하면서 불필요한 실험동물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을 거라 말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화장품이나 샴푸 등의 생필품을 만들 때도 LD50이나 드레이즈테스트(raize test) 등의 실험을 하여 실험동물에게 필요 이상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LD50이란 실험대상 동물 수의 50%를 죽이는 데 필요한 분량을 말하며, 드레이즈테스트는 실험물질을 주로 설치류나 토끼 같은 동물의 눈이나 피부에 바른 다음 몸통을 고정해 긁거나 문지르지 못하게 한 뒤 결과를 기록하는 실험이다. 이러한 실험을 통해 화장품 등의 미용제품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미용제품, 특히 화장품 같은 경우 동물실험을 금지하자는 의견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실제 동물실험을 한 화장품을 불매운동 하자는 캠페인들이 동물실험 반대자에게서 나오고 있다. 꼭 필요한 동물실험이나 실험동물들도 존중 받아야 할 하나의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 동물실험은 필요하나 불필요한 동물실험을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실험을 할 경우 대체하고(Replace), 줄이고(Reduce), 개선하는(Refine) 3R 원칙을 지켜야 한다. 특히 과학이 발전하면서 실험동물 대신에 다른 실험방법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오가노이드(Organoid)나 생체칩에 대한 내용은 동물실험을 줄일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이다. 줄기세포나 장기기원세포로부터 분리한 세포를 3D 배양법으로 다시 응집, 재조합해 만든 장기 특이적 세포집합체인 오가노이드를 이용할 경우 장기의 특이적 세포를 포함해 장기가 지닌 특정 기능을 재현할 수 있다. 


실제 장기와 유사한 형태로 조직화하여 장기이식을 할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서 장기이식 파트에 있어서 동물실험을 대체해 나갈 수 있다. 또한, 생체칩을 이용하여 작은 크기의 칩 안에 사람의 장기를 모방해 몸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반응을 더 자세히 살펴볼 수도 있다. 이를 이용한다면 실험동물의 불필요한 희생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과학과 의학의 발전에 동물실험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실험동물의 불필요한 희생을 줄이고 실험동물의 복지를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칼럼 소개 : 과학은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문화에 과학을 접목해, 청소년 누구나 재미있게 과학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가 저의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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