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요리칼럼 2] 우리가 먹는 고기는 맛있는 고기일까?

한국이 기름 많은 고기를 좋아하게된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인들은 보통 고기를 먹으러 갈 때 오늘 배에 기름칠 한 번 해보자라는 말을 많이들 쓴다. 우리는 고기를 먹을 때 기름을 먹고 몸보신을 한다는 생각을 주로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한국에서 주로 소비되는 부위는 소고기의 경우 등심을 선호하고 돼지고기의 경우 삼겹살을 가장 즐기며 소의 차돌박이나 돼지고기의 항정살과 같이 기름이 많은 부위를 최상급으로 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과연 서양의 경우는 어떨까?

 

사실 우리나라(51.3kg)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평균 육류 소비량을 보이는 서양(EU:63kg, 미국:89.7kg)의 상황을 보자면 그렇게 기름 많은 부위를 선호하지 않는다미국 같은 경우 닭 가슴살을 상당히 선호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유럽의 경우 기름이 적은 소 안심을 선호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유럽인들의 안심 사랑은 안심을 세분화 하여 비프텍(Bifteck), 샤토브리앙(chateaubriand), 필렛(Filet), 투르네도(Tournedos), 필레미뇽(Filet mignon) 으로 또 한 번 나눌 정도다.



거기다가 돼지고기도 안심을 제일로 치고 우리가 가장 선호하는 부위인 삼겹살도 예전에는 베이컨용으로나 조금 쓰고 버려지는 부위 취급을 받았다니,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노릇인데 이러한 동서양의 고기 취향 차이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사실 우리나라의 고기 취향, 특히나 소고기에 대한 관념은 일본의 고기 취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고기 내에 있는 근간 지방인 마블링을 굉장히 좋아하며 아예 소고기의 등급을 나눌 때 그 기준을 이 마블링에 두고 있는데 이러한 마블링 선호 사상 자체가 일본에서 비롯된 것이란 얘기다.


일본의 경우는 육식의 역사가 깊지 않다. 불교 사상의 영향으로 인해 오랜 기간 육식을 멀리하다가 메이지 유신의 영향으로 육식을 시작한 일본은 고기의 맛에 대해 미각이 무뎠고 기름이 많은 부위에 대해서만 기름 맛에 의해 맛있다라고 느껴 기름이 많은 부위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기름을 극한까지 채운 일본의 브랜드 소고기 와규이다.



 

그렇다면 정말 기름이 많은 고기가 맛이 있고 좋은 부위고 더 맛있는 부위 인걸까?

사실 딱히 그렇지만도 않다. 국내시장의 75%정도를 점유 하고 있는 1+등급의 소고기보다 마블링이 상대적으로 적은 2등급의 소고기가 질길 것이라는 편견과는 달리 더 좋은 육향과 씹는 맛을 가지고 있다. 마블링이 높은 고기는 구웠을 때 강렬한 향을 낸다. 하지만 이는 기름이 구워지며 나는 향이지 육향이 아니고 입안에 넣었을 때 고기의 기름이 혀를 둘러싸기 때문에 고기 살에서 나는 단백질의 맛을 느끼기 힘들게 한다. 고기 본연의 맛을 즐기고자 한다면 오히려 등급이 낮은 저지방의 고기가 맛있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육식을 오랜 기간 해 온 서양에서는 안심과 같은 부위를 즐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주를 이루자 1993년 등급제가 시작된 이래 농립축산식품위원회에서도 마블링 위주 등급제를 개선하겠다라는 모습을 보이고 벽제갈비 등의 육류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벽제그룹에서도 저지방 특미육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방 고기를 보이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글을 읽고 나서 고기를 먹을 때는 한 번 더 생각을 해보았으면 한다. 단순히 지방이 자르르하다고 해서 새하얀 고기만 맛있겠다고 사먹지 말고 담백하고 육향이 매력적인 안심과 같은 부위를 즐겨 보는 건 어떨까? 비싼 소고기가 아니라 돼지고기라도 좋다. 한 번쯤 고기에 대한 새로운 영역에 발을 내딛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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