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진의 스포츠칼럼 4] 디펜딩 챔피언 레스터 시티, 무엇이 잘못됐을까

                

지난 2015-2016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는 그 어떤 시즌보다 많은 이변이 발생했다. AFC 본머스의 구단 사상 최초 EPL 진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아스톤 빌라의 강등, 디펜딩 챔피언 첼시FC의 추락 등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 중 최고의 이변을 꼽으라면 그것은 바로 '여우군단' 레스터 시티의 우승이다. 2014-2015 시즌까지만 해도 아슬아슬하게 리그 강등 위기를 모면했던 레스터 시티는 지난 시즌 리그 2위 아스날보다 무려 10점 앞선 승점 81점을 기록하면서 한 편의 드라마같은 우승을 이뤄냈다.

하위권 팀이 급부상하면 '제2의 레스터 시티'라고 불릴 정도로 지난 시즌 신드롬을 불어 일으킨 그들은 2017년 현재, 리그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주고 있을까?

그들은 현재 리그  승점 21점으로, 강등권에 있는 리그 18위 헐시티와는 승점 1점, 최하위권에 위치한 선덜랜드 AFC와는 승점 단 2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지난 시즌과 반대로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어쩌면 EPL 역사상 최초로 디펜딩 챔피언의 강등이라는 비극적인 상황까지 일으킬 수 있는 그들에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힘없이 무너지고 있는 수비라인



끊임없는 부진속 결국 리그 5연패에 빠진 레스터 시티다. 지난 대회 우승팀을 의미하는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성적이다. 그들은 현재 리그 5경기 연속으로 단 1득점도 기록하지 못했으며 5경기 동안 무려 12점이나 실점하였다. 최근 10경기 중 단 한 경기만 승리, 무려 일곱 경기나 승리를 내주면서 역대 디펜딩 챔피언들 중 최악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그들의 부진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지난 시즌만 해도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었던 대니 심슨-웨스 모건-로베르트 후트-크리스티안 푸스의 포백 라인이 힘없이 무너진 것이다.

지난 2015-2016 EPL에서는 38경기에서 68득점을 기록하고 36점만을 실점하며 우승한 그들이었지만 이번 시즌은 25경기를 치른 현재까지 실점수가 득점수와 무려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43실점을 기록 중이다. 단 3경기만을 패배한 지난 시즌과 달리 현재는 단 5승만을 기록하면서 지난 시즌 패배 경기수와 현재 승리수가 단 2경기밖에 차이 나지 않는 굴욕을 경험하고 있다.

25라운드가 끝난 현재, 5승 6무 14패로 남은 13경기를 모두 승리한다고 하여도 지난 시즌의 승점을 따라잡기에는 한 없이 부족한 레스터 시티다. 의도치 않게 목표가 되어버린 강등 탈출을 위해 반드시 수비수들의 부활이 필요하다.   


은골로 캉테의 공백

                       첼시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보이고있는 은골로 캉테 ⓒ첼시FC


골키퍼 카스퍼 슈마이켈부터 시작하여 공격수 제이미 바디까지, 지난 시즌 0.02%의 확률을 깨고 구단 역사 최초로 우승을 일궈낸 레스터의 베스트 라인업에는 프랑스 출신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가 있었다. 

지난 시즌 여우군단의 우승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받는 리야드 마레즈, 제이미 바디에 이어 그 역시 큰 문제 없이 재계약에 성공하는 듯 하였으나 그 다음 해인 2016-2017 시즌, 그는 레스터 시티의 푸른 유니폼이 아닌 첼시의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캉테는 레스터 시티에 이어 첼시에서도 역시 중원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면서 현재까지 팀을 리그 선두로 이끌고 있으며,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EPL 우승을 이룰 수 있을지 많은 팬들이 지켜보고 있다.

지난시즌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맹활약하면서 팀을 이끈 그의 공백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레스터 시티 팬들이다. 캉테의 역할을 대신해줄 것으로 예상된 남팔리스 멘디마저 부진하면서 아직까지도 캉테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는 레스터 시티의 팬들은 날이 갈수록 그의 빈자리를 그리워하고 있다.



여름 이적 시장 실패


                       

지난 시즌 한 편의 동화와도 같은 우승을 이뤄내면서 구단 사상 최다 이적료(약 435억원)를 기록하며 영입한 공격수 이슬람 슬리마니와 아메드 무사, 남팔리스 멘디는 팬들의 많은 기대를 받으며 입단하였으나 현재까지 별 다른 활약 없이 지난 시즌의 영광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은골로 캉테의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된 미드필더 남팔리스 멘디는 레스터 입단 이후 현재까지도 부상과의 사투를 벌이면서 팬들에게 큰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다. 아메드 무사와 바르토즈 카푸스카 역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면서 팀에 큰 힘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레스터 시티 팬들은 신입생 중 그나마 가장 안정적인 활약을 보여주는 이슬람 슬리마니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예상외로 부진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그들에게, 신입생들의 활약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의 전술적 실패

                  

1973년 이탈리아의 AS로마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하면서 스페인의 FC 발렌시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거쳐 잉글랜드의 첼시 FC, 이탈리아의 유벤투스 FC, AS 로마, 인터밀란 그리고 AS 모나코 등에서 감독으로 활약한 화려한 커리어를 보유하고있는 '명장'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 역시 이번 시즌 부진을 피해갈 수 없었다.

지난 시즌 레스터 시티를 리그 정상으로 올려놓으면서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라니에리 감독이다. 이번 시즌, 타 팀들이 레스터 시티의 전술에 대한 대비책을 들고 나오자 지난 시즌 레스터 시티가 보여준 4-4-2 전술과 다른 4-2-3-1 전술 등을 새롭게 선보였다. 하지만 제이미 바디 등 핵심 선수들의 경기력이 떨어지는 등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오히려 나쁜 결과만 보여주고 있다.

선수들과의 불화 역시 그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AS 로마 감독 시절에도 주장 토티와의 불화설이 있었던 라니에리 감독은 위기상황에서 특유의 동기부여를 이끌어내는 좋은 감독으로 평가받지만 이번 시즌은 조금 달랐다.

최근 레오나르도 우조아의 태업 발언으로 큰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또한 주전 골키퍼 카스퍼 슈마이켈이 인터뷰에서 "분위기가 좋지 않다" 라고 발언했다. 현재 팀내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승격과 강등 위기를 잘 극복하기로 유명한 라니에리 감독의 리더십이 최악의 상황에 빠져있는 레스터 시티를 끌어 올릴 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부진 속에서도 팬들에게 레스터 시티 선수단은 여전히 영웅 그 자체라는 것이다. 지난 시즌, 그들이 만들어낸 드라마는 팬들의 마음 속에서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이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팀을 믿어주는 팬들의 믿음에 보답하는 레스터 시티일지 오는 28일, 리버풀 FC와 쉽지않은 리그 홈경기를 가진다. 리그 5연패 탈출과 동시에 7경기 연속 무득점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많은 팬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칼럼소개]

저는 스포츠 칼럼니스트를 꿈꾸고 있는 17살 청소년 류호진 이라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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