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진의 스포츠칼럼 3] EPL 최장수클럽 에버턴이 풀어야할 과제

스포츠 팬 이라면 언젠가 한 번쯤 '다크호스' 라는 단어를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다크호스라는 단어는 원래 경마에서 쓰이던 말이었으나, 1831년, 디즈레일리가 자신의 소설에서 '경마에서 우승한 알려지지 않은 말' 이라는 의미로 사용하면서 선거 ·경기 등에서 예상 외로 힘을 가진 후보자나 선수를 말하게 되었다고 한다.(두산백과 참조)

세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축구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에서도 '다크호스'가 있다. 바로, 이번 시즌 7위를 달리며 꾸준히 빅클럽들을 괴롭히고 있는 리버풀의 에버턴FC 이다.


잉글랜드 최장수 클럽, 그 시작을 알리다


                              

1878년, 에버턴의 역사는 세인트 도밍고스 교회 학생들로 부터 만들어진 세인트 도밍고스 풋볼 클럽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1년 만에 시민들의 참여로 에버턴FC로 구단명칭을 바꾸고 1888년부터 시작된 잉글랜드의 풋볼리그에 참여하면서 현재까지 잉글랜드 1부리그에서 활동하는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클럽이 되었다.

1890-1891 시즌 처음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한 에버턴FC는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최고의 시즌을 보냈고 무려 4차례나 FA컵 결승 무대를 밟았다. 특히 1905-1906 시즌에는 뉴캐슬FC를 상대로 FA컵 우승을 차지하는 등의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후 세계대전으로 잠시 위기를 겪은 에버턴이었으나 1961년, 에버턴의 공격수 출신인 해리 캐터릭 감독의 부임으로 FA컵 우승, 리그 5시즌 연속 유럽 대항전 진출 등의 과거의 영광을 되찿았다. 1981년, 캐터릭의 제자라고 할 수 있는 하워드 켄달의 부임으로 리그와 FA컵 우승 등 최고의 상승세를 이어나갔지만 그가 팀을 떠난이후 90년대 말까지 기복을 보이며 심지어는 재정난까지 겪으면서 추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2002년 3월, 에버턴은 다시 한번 팀이 부활 할 수 있게 만들어준 감독과의 역사적인 만남을 한다. 바로 당시 3부 리그의 프레스턴 노스 엔드의 감독이었던 데이비드 모예스를 영입한 것이었다. 그는 넉넉치 않은 팀의 재정상태에도 불구하고 부임 첫 시즌만에 리그 7위라는 좋은 성과를 거두며 팀을 점점 성장시켰다.

2004-2005 시즌에는 같은 연고지 때문에 오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리버풀FC를 꺾고 리그 4위에 오르면서 34년 만에 챔피언스 리그 진출 티켓을 확보하였다. 현재에는 현 벨기에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로베르토 마르티네즈에 이어 FC바르셀로나 출신 스타 플레이어 로날드 쿠만이 에버턴의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다.



에버턴의 영원한 레전드, 딕시 딘



14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에버턴을 거친 선수들 중 과연 누가 최고였는가라는 주제를 논한다면 망설일 필요없이 딕시 딘을 말할 것 이다.

유년시절 부터 에버턴FC의  열렬한 팬 이었던 그는 트랜미어 로버스를 거쳐 에버턴에 입단했는데, 클럽 역사상 최초로 등번호 9번을 단 선수가 되었다. 사실상 첫 번째 시즌인 1925-1926 시즌에 그는 38경기에서 32득점을 기록하며 모두에게 주목을 받았고 그 다음 시즌에는 27경기 21득점을 기록하며 에버턴 최고의 선수로 성장 하였다.

하지만 그 어떤 시즌 보다 주목해야 할 기록은 그 다음 해인 1927-1928 시즌에 나왔다. 39경기 60득점. 이는 당시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1부리그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으로 남아있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에버턴은 그와 함께 리그 우승 2회, FA컵 1회, 커뮤니티실드 2회 우승이라는 위대한 역사를 썼다.

이후에도 무려 8시즌 동안이나 20점대 중반, 심지어는 45득점 등으로 꾸준히 고득점 기록을 유지한 그는 에버턴을 넘어 잉글랜드 축구 역사에도 큰 영향을 미친 선수로 남아있다. 1980년 리버풀과의 머지사이드 홈경기에서 심장마비로 작고한 그는 현재 구디슨 파크 앞 동상으로 세워져 있으며 에버턴 팬들의 가슴 속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끊임없는 불운의 연속, 악화되는 리버풀FC와의 관계


EPL 에서 최고로 치열한 더비 매치 중 하나인 '머지사이드 더비'는 리버풀을 연고로 한
에버턴FC와 리버풀FC의 숨막히는 대결이다. 이 두 팀 사이에는 가까워질래야 가까워질 수 없는, 에버턴에게는 가슴아픈 역사가 존재한다. 또한 에버턴FC는 잉글랜드 클럽 중 가장 운이 없는 클럽 일 것이다.

사실 에버턴FC의 홈구장은 현재 리버풀FC의 홈구장으로 잘 알려진 '안필드'였다. 하지만 안필드의 소유권이 존 홀딩에게 넘어갔고, 그가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자 이를 거부하며 에버턴은 현재의 홈구장인 구디슨 파크로 홈구장을 옮기게 된다. 그렇게 되면서 안필드에 새롭게 탄생한 구단이 바로 리버풀FC 이다. 이때부터 이 둘의 끝없는 악연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에버턴의 황금기는 항상 큰 사건에 의해서 시작도 못하고 막히게 되었는데 첫 번째는 바로 제1차 세계대전 이었다. 1914-1915 시즌 리그 우승을 기록하면서 다음시즌 역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었던 에버턴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하여 리그가 중단되면서 질주를 멈추게 된다. 이후 1939-1940 시즌 역시 우승을 거두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하여 리그가 중단됐다. 정말 '불운' 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클럽 이었다.

그렇게 불운이 끝나는 듯 하였으나 클럽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1980년대 불운은 다시 시작되었다. 더 큰 아픔은, 바로 그 불운을 라이벌인 리버풀FC가 가져왔다는 사실이다. 그 원인은 헤이젤 참사다. 헤이젤 참사란 리버풀의 팬들이 유벤투스의 팬들에게 쇠파이프 등으로 무차별적 폭행을 가하면서 일반인 관중을 포함한 많은 관중들이 도망가는 끝에 경기장의 벽이 무너지면서 39명이 사망하고 454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유럽 축구연합(UEFA)는 리버풀에게는 7년 국제대회 출전금지, 다른 잉글랜드 클럽들에게는 5년 국제대회 출전 금지라는 징계를 내렸다. 징계 기간 동안 에버턴은 사건과 전혀 무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3번의 국제대회 출전기회를 날릴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두 팀 간의 사이는 더더욱 악화되었다.



2017년 현재의 에버턴FC


다행스럽게도, 에버턴은 더 이상 불운 이라는 단어와는 만나지 않았다. 세계최고의 리그 중 하나인 EPL이 출범한 21세기, 그들은 오히려 '다크호스' 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팀으로 거듭났다.

데이비드 모예스 부터 시작된 21세기 에버턴의 활약은 토피스(에버턴의 팬들을 의미하는 단어)들을 매료 시키기에 충분했다. 빅클럽의 재정에 비해 부족한 재정상태 였지만 꾸준히 빅클럽들을 괴롭혔고 때로는 그들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 또한 지난 1월 15일,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인 맨체스터 시티를(이하 맨시티) 상대로 4-0 대승을 거두는 등 7위를 달리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맨시티전의 승리 원인으로는 가장 많은 팬들이 '쿠만의 전술 승리' 를 답하였다. 이번시즌 새롭게 부임된 로날드 쿠만은 4-2-3-1 포메이션 또는 3-2-4-1를 활용하였는데 맨시티전에서 활용한 3-2-4-1 포메이션의 전방 압박과 빠른 패스 플레이가 맨시티의 발목을 완벽하게 붙잡았던 것이다. 또한 유망주의 적절한 기용도 큰 몫을 하였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이번 시즌 에버턴 팬들에게는 역사적인 날로 남을 이번 경기를 통해 거두어 들인 가장 큰 수확은 바로 '톰 데이비스' 였다. 맨시티전 맹활약을 보인 잉글랜드 미드필더 톰 데이비스 한국나이로 만18세 밖에 되지 않은 유망주이다. 하지만 빠른 스피드와 재치있는 플레이는 스타플레이어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수준급 이었다. 어쩌면 그는 에버턴의 희망이다. 과연 앞으로 그가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 많은 팬들이 그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또한 로멜로 루카쿠, 로스 바클리등의 선수들의 활약으로 현재 에버턴은 리그 중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과거의 불운을 떨치고,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에버턴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새로운 사령탑, 로날드 쿠만



이번시즌 에버턴은 3년간 팀에 몸담았던 로베르토 마르티네즈 감독과의 가슴아픈 이별을
뒤로한 채 과거 네덜란드의 아약스와 아인트호벤을 거쳐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인 FC바르셀로나에서 미드필더와 수비수로 활약하며 이름을 알렸던 스타 플레이어 출신 감독인 로날드 쿠만을 새롭개 부임시켰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답게 많은 선수들에게 존경을 받는 그는, 과거 마르티네즈가 선수들을
옹호하기 위해 패배 원인으로 '불운'을 자주 언급했다면 그 반대로 선수들을 강하게 비판하며 문제점들을 받아드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감독이다.

또한 적절한 시기의 유망주 기용과 전술의 유연성에 있어서 뛰어나다는 평가 받고있는 그는 이번시즌 초반 팀의 4연승을 이끌어내면서 아스날을 재치고 2위를 기록하는 등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현재에는  중상위권을 달리며 과거의 영광을 되찿기 위해 선수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물론 이번시즌이 그가 부임한 첫 시즌이기에 아직 더 지켜봐야할 부분이 많겠지만 현재 팬들은 그에게 만족하고 있은 편이다. 아주 조심스럽게 조만간의 유로파리그 진출을 예상해보는 에버턴 팬들의 바램을 이루어 줄 수 있을지 이 모든것이 그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팀, 에버턴FC


이번 시즌 그들에게는 감독, 단장, 구단주, 선수, 유망주 등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정확하게 말해서, 어쩌면 에버턴은 남은 시즌보다 다음 시즌, 그리고 그 다음 시즌 등 앞으로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팀 일 수도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에버턴 팬들은 조만간 유로파리그 진출 이라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서는 에버턴이 풀어야 할 숙제 역시 만만치 않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에버턴은 꾸준함을 유지하는 팀이다. 그렇기에 일정 수준이하로 잘 떨어지지도, 잘 올라가지도 못하는 최근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그들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면 이길 수 있는 팀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즉 경기력의 기복을 줄여야 한다. 또한 유럽 대항 대회 출전권을 획득하여 이제는 더 이상 중간 수준의 선수들만 뛰는 클럽, 또는 수준급 유망주를 발굴하여 빅클럽들에게 파는 셀링 클럽으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리그 최고의 선수들이 뛰고 싶어하는 클럽으로 거듭나는 것이 큰 과제다. 

키에런 도웰, 아데몰라 루크만, 톰 데이비스 등 많은 유망주들을 보유하고 있는 에버턴,
과연 이들을 팀의 주축으로 성장 시킬 수 있을지 아니면 셀링 클럽에서 벗어나지 못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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