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우의 시사칼럼 4] 공시족, 열풍인가 역풍인가?

공시족의 증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공시족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요즘 흔히 쓰이는 신조어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뉴스에 따르면 올해 9급 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에 17만 명의 공시생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선발 인원이 늘어 경쟁률은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한 학급 인원 중 1명을 뽑는 수준이다.


실제로 9급 공무원은 공무원 가장 낮은 직위이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7급, 9급 정도의 하위급 공무원을 원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유를 찾기 위해 필자가 가상으로 만들어본 공시족 A 씨, B 씨, C 씨의 인생을 살펴보자. 우선 A 씨. 서울 소재 평범한 대학을 나온 그는 스펙 때문에 대기업 입사는 엄두도 못 냈고 곧바로 수도권 한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1년 인턴 과정을 거쳐 정규직으로 발령이 난 기쁨도 잠시, 그는 입사한 지 2년도 안 돼서 사표를 제출했다. 높은 연봉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기업보다 복지와 같은 혜택이 턱없이 부족했고 무엇보다 그가 퇴사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중소기업의 불투명한 미래였다. 중소기업의 열악한 환경 및 정부의 지원도 점점 줄고 있었고, 주변 중소기업이 때마침 줄줄이 도산한 터라 불안감이 현실로 다가왔다. 그는 그래서 지금 미래가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기로 하고 현재 공시족에 합류했다. 


B 씨는 상대적으로 넉넉한 가정에서 태어난 명문대 출신의 엄친아다. 그는 대학교 내에서도 최고 학점을 유지했을뿐더러 미국으로 유학도 다녀왔고 3개 국어가 가능한 고스펙 소유자다. 그는 고민도 없이 친구들이 갈망하는 대기업에 취업했다. 다들 부러워했지만 입사 5년 차인 그는 퇴사한 후 공무원 시험 준비를 고민하고 있다. 이유는 다름 아닌 경쟁적인 기업 구조와 과도한 업무량으로 야근은 물론 주말까지 다 갖다 바치는 하루하루에 정신, 육체적으로 지쳤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대기업 생활보다 봉급은 많이 적을지라도 출퇴근 시간이 분명하고 휴직이 보장되는 공무원 생활이 더 그에게 맞다고 판단했다. 


C 씨는 넉넉지 못한 가정에서 태어나 학자금 대출 및 아르바이트를 병행하여 겨우 대학을 다니고 있는 대학생이다. 학비 및 생활비 때문에 몇 차례 휴학도 해야 했고 휴학하는 동안 여러 일자리를 자주 경험했다. 그런 그가 택한 직업은 '공무원'이다. 학점관리를 잘하지  못했고, 제대로 된 배경도 없는 그에게 그래도 현실적으로 공평한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은 공무원 시험밖에 없다는 판단하에서다. 게다가 계약직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해보면서 그가 느낀 건 정규직과의 대우의 차이가 너무 심하기에 비정규직만큼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공무원 시험은 그런 면에서 시험에 합격만 하면 곧바로 정규직으로 근무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그도 어린 나이에 공시족이 되었다.


가상 인물 A, B, C 씨의 사례가 공시족이 된 이유를 상당 부분 설명한다. 실제로 공무원을 준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기업에 취업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의 취업난 수준은 과거 IMF 시절과 맞먹는다고 한다. 청년 실업률은 9.8%로 2000년 이후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체 실업자 수도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취직자리도 줄어들었지만 급격한 경제성장과 함께 따라온 우리나라 청년들의 취직 조건도 더 까다롭게 만들었다. 스펙이 중요해졌다는 말이다.


둘째, 공무원이 너무 매력적인 직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취업할 때, 고용이 투명하게 이루어진다. 공무원들은 해고될 위험이 적고 승진에 대한 압박감도 매우 적은 편이다. 월급도 대체로 안정적인 편이며 설날, 추석과 같은 명절이 되면 보너스도 지급된다. 출퇴근 시간이 보장되어 평일에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게다가 공무원 연금이 있어서 노후생활도 상당 부분 보장된다. 공무원에 가장 매력을 느끼는 부분인 고용 투명성, 안정성, 노후보장은 우리나라 어느 기업에서도 볼 수 없는 특징들이다. 


이런 이유로 미루어볼 때 공무원은 굉장히 매력적인 직업이긴 하다. 그러나 공시족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공시족들은 생산활동에 참여하지 않아서 생기는 기회비용과 취업 후의 예상되는 지출 금액을 더해 17조 원에 달하는 사회적 손실을 입힌다고 한다. 뛰어난 인재들도 연구원이 되기보다는 공무원을 선호하다 보니까 국가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공시족을 줄이는 것은 현재로써 굉장히 시급한 사안이다. 그렇다면 공시족들을 줄이려는 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고용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기업의 올해 신규채용 규모는 작년보다 6.6%나 줄어들 것으로 경총은 예측하였다. 채용 시기도 불규칙적일뿐더러 채용 규모 까지 축소되면서 취준생들에게 너무나 큰 경제적 부담감,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또한, 악화한 경제 상황에 따라 불가피하게 행해지는 기업의 구조조정도 취업을 준비하던 사람 중 상당수가 공무원으로 마음을 바꾸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이러한 폐단은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기업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고 취업의 기회를 확대해 주면 해결될 것으로 본다. 

다음으로 정년보장 및 연금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눈부시게 발전한 과학 기술 덕에 인간의 수명은 끊임없이 연장되고 있다. 그만큼 노인으로서의 삶이 길어졌다는 의미이다. 그 기간은 소득이 없으므로 저축한 돈이나 연금으로 생활해야만 한다. 일반인들이 저축해 놓은 돈으로 30년을 버티는 것은 아마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므로 연금에 필사적으로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 기초연금액은 약 20만 원 정도이다. 국민연금을 받는다고 해도 총 연금 수령액은 때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80만 원 정도를 웃돈다. 그러나 공무원은 훨씬 상황이 나은 편이다. 9급 공무원도 공무원 연금으로 137만 원을 매달 정기적으로 받을 것이며 5급 공무원은 200만 원이 넘는 연금액을 받는다. 장기적으로 생각해보았을 때 공무원이 되어 공무원연금을 받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이득이다. 그러므로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노후 생활이 보장돼야 공시족을 줄일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정년이 보장되고 연금 수령액 증액, 연금 대상자 확대 등 연금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또한, 노동자를 위한 복지제도나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가상 사례에서도 살펴보았듯이 대기업은 경쟁적 구조로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들이 고통받는다. 시간적 여유도 부족하고 승진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초과근무를 피할 수 없고 열악한 근무 환경은 더더욱 근로자들을 힘들게 한다. 공무원은 반면 출퇴근 시간이 보장되고 근무 환경도 잘 조성되어 있다. 기업들에도 초과근무 보상제도나 주 40시간 근무 제도,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가 적용된다면 공시족 수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해본다. 


마지막으로 현재까지의 교육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올바른 교육이야말로 미래 공시족 수를 줄이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필자는 믿는다. 혹시 도전정신을 길러주는 과목이 시간표에 있는가? 없을 것이다. 현 교육은 아직 지식전달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용기 있게 도전하고, 창의력을 길러주고, 자신의 재능을 펼치게 하는 것이 교육의 궁극적 목표여야 하는데 말이다. 이런 교육을 받아보지 못한 현시대의 청년들은 취업이 어려워지니까 안정적인 직업인 공무원을 선택한다. 부딪쳐보고, 도전해보는 능력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주장한 공시족을 줄이기 위한 여러 방안도 모두 적절하지 않은 교육 방법에서 기인한다. 그러한 이유에서 교육방법을 바꾸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것이다.


안정만 추구하는 사회, 도전 없는 사회,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지 못하는 교육.


이것이 바로 공시족을 탄생한 배경이다. 어쩌면 공시족은 사회가 낳은 당연한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필자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2000년대 초 하나의 유행으로 끝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칼럼소개 : 안녕하세요. 보평중학교 칼럼니스트 권영우입니다. 청소년의 눈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 세상이야기를 진솔하지만 날카롭게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제 칼럼 많이 읽어주시고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고 싶습니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