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독립영화 '좋은 밤 되세요'에 대하여



좋은 밤 되세요.

영화는 '잠을 안 자는 시간은 금이지만 잠을 자는 시간은 다아어몬드다'라는 대사를 던진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온종일 수업만 듣고 공부에 목숨 거는 이유 중 하나는 성공 때문이다. 성공을 위해 명문대에 진학하고 좋은 직장이라 불리는 대기업에 입사하기를 꿈꾼다. 이를 위해 잠자는 시간은 사치라고 여겨진다.

영화는 사람의 머리만 잘라가는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도진의 이야기이다.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결국 사회구조 때문이라는 점을 전달하고 있다. 영화는 모순적인 사회구조들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로우앵글로 촬영된 피사체는 우진의 성적표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우진의 엄마, 우진에게 잠을 자는 법을 알려주는 의사, 그리고 고갈된 잠을 얻는 법을 제시하는 박사이다. 이것들은 모두 우진이 사회구조속의로 말려 들게 된 원인을 제시한다. 따라서 로우앵글이 주는 효과로 영화가 만들어진 작의를 부각해준다.

영화의 첫 컷은 유리잔에 따르는 파란색 칵테일이 타이틀로 트렌지션된다. 여기서 파란색 액체의 역할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파란 액체는 수술 씬, 도진이 잠을 주입하는 씬 등 잠이 등장할 때마다 클로즈업된다. 첫 컷은 영화의 앞으로 전개될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혼자 바에 온 도진은 바텐더에게 자신은 잠을 자본 적이 없다며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는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완전한 액자식 구성이 아닌 도진의 과거와 현재를 평행편집하기도 한다. 도진이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는 것에 관객들이 이입할 수 있게 만든 장치인 셈이다. 살인을 하면서 모순적 사회구조에 휘말린 도진의 옷은 검은 계열이다. 하지만 전반부 도진은 어두운 계열의 옷을 입었다. 잠수술을 해준 박사라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흰색의 순수한 이미지와 검은 계열의 타락한 이미지를 대립해 보인 것이다.

영화에서 좋은 밤의 의미는 변한다. 처음에 도진에게 좋은 밤이란 잠을 안 자는 시간이다. 하지만 사건이 전개될수록 그 반대인 잠을 자는 시간으로 변하게 된다.

영화 중간에 박사는 잠을 잃은 도진에게 '좋은 밤 되세요'라는 말을 던진다. 이는 관객들에게 자신의 좋은 밤을 가지고 꿋꿋이 살아가라는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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