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환의 의료칼럼 4] 인천 초등학교 10대 살인사건, 조현병과 사이코패스 그리고 아스퍼거 증후군?

'묻지마 살인'의 예방법은 없을까?

인천 초등학생 10대 살인사건의 전말

 

지난 3월 29일 인천 여아 초등생 살인 사건은 가히 내가 아는 사건 중에 최고의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라 생각된다. 사건을 정리하면, 살인범 A양은 지난 3월 29일 낮 12시 47분쯤 인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놀고 있는 8살 된 B양을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아파트 옥상 물탱크 위에 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단독범행이라 보았지만, 또 다른 10대 공범이 있었던 것이 확인되었다. A양은 같은 날 오후 5시 44분쯤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평소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고교 졸업생 C양에게 훼손한 B양의 시신 일부를 전달하기도 하였다.


경찰이 병원 진료 기록을 조사한 결과, A양은 지난 2015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되고 처음에는 A양이 정신분열증세인 조현병으로 알려졌으나 정신감정 결과, 자폐성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양이 체포 당시 줄곧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을 회피하다가 “고양이를 괴롭혀서 화가 나 죽였다”는 등 횡설수설하고 불리한 부분은 “모른다”며 부인했지만, 계획적인 범행으로 보고 인천 지검 형사3부는 특정범죄가중 처벌법과 사체손괴유기 혐의로 A양을 5월 19일 구속기소 했다.


A양은 부적응을 이유로 고등학교를 자퇴하였고 7년 전부터 정신질환 치료를 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A양이 ‘조현병’이냐 ‘사이코패스’냐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한때 논란이 일었지만 최근 뉴스에서는 10대 소녀 A양이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현병과 사이코패스 그리고 아스퍼거 증후군이란?

 

‘조현병(調絃病)’이란 것은 생소한 병명인데 정신분열병(정신분열증)이 사회적인 이질감과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2011년 개명된 것으로 망상, 환청, 와해된 언어, 정서적 둔감 등의 증상과 더불어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는 정신과 질환을 말한다. 그리고 아스퍼거 증후군은 의학용어로 ‘아스퍼거 장애(asperger disorder)’라 하는데 자폐성 장애의 일종으로 인지 능력이나 지능은 정상 수준이지만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이 모자라 특정 분야에만 관심을 두고 집착하는 정신과 질환이다.


반면, ‘사이코패스(Psychopath)’는 범죄 심리 측면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용어이고 의학적 용어로는 ‘반사회적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라 불리며 타인의 권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침해하며, 반복적인 범법행위나 거짓말, 사기성, 공격성, 무책임함을 보이는 인격장애이다. 평상시는 멀쩡하면서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반사회적 성격 장애인으로 사이코패스의 정신병질이 내부에 잠재되어 있다가 범행을 통해서만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 또한, 인격장애는 인격이 형성되면서 꾸준하게 그 사람이 반응하는 행동 양식을 뜻한다는 점에서 일차적으로는 치료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정신질환이 아닌 계획적인 범죄일 가능성

 

A양이 정신질환이 아닌 것으로 판단되는 이유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A양은 지난달 29일 연수구 동춘동의 한 공원에서 B(8)양이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하자 "배터리가 떨어졌다"며 집 전화를 사용하게 해준다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고 하였지만, 당시 A양의 휴대전화 전원이 켜져 있었으며, A양이 B양을 만나기 전 공원 화장실에서 휴대전화로 B양 학교의 하교 시간과 주간학습안내서 등을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이것으로 대상을 정하고 사전에 계획을 세운 범행임을 알 수 있다.


둘째, 경찰이 A양 범행 당일 오후 1시부터 3시 30분 사이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는데 B양을 살해하고 아파트 옥상에 유기하며 집안을 깨끗하게 정리한 데까지 소요된 시간이 겨우 3시간 안팎 정도로 짧은 점 등이다. 우발적인 범행이었다면 범행 이후의 뒤처리에 대한 방법을 고민하느라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을 것이다.


셋째, A양의 범행 이전, 컴퓨터 검색기록에 '살인'과 '엽기'라는 단어가 확인되었고 A양이 본 드라마나 소설책에는 시신을 훼손하거나 현장을 치우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2월 중순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공범자 C양과 서로 자주 전화통화를 하고 3∼4차례 만나기도 했다. 트위터에서 잔혹한 영상인 '고어물'이나 살인 범죄와 관련해 대화도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은 영화의 한 장면에서처럼 살인을 실현하기 위해 계획을 짜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넷째, A양은 범행 당시 CCTV를 피하고자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이용하는 등 범행 과정에서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사체 유기과정에서도 공범으로 체포된 C양에게 시체 일부를 건네었고 음식을 사 먹으며 쇼핑을 즐기고 돌아다니는 등 이처럼 태연한 태도는 우발적인 살인 범행이 아님을 증명해주고 있다.

 

A양의 정서적인 이상 징후

 

A양의 정서적인 이상 조짐은 그 이전부터 일찍이 나타났고 주변에서 관찰되기도 했다. 학창시절 그녀와 함께 생활했던 동창들의 증언에 따르면 A양이 정상적인 생활을 한 것 같지 않아 보인다.


A양 중학교 동창은 "초등학교 때부터 고양이 같은 동물을 죽여서 해부하고…. 애들이랑 간혹 시비가 붙으면 칼 들고 그런 적도 있다"고 말했다. 수업과 상관없는 해부학책을 학교에 가져오기도 했으며 "맨날 급식 먹으면서 해부학책을 들고 와서 보고 그랬었다"고 기억했다.


A양은 지난 2015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은 것으로 미루어보아 집안에서도 이상 조짐을 알고 치료를 시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조현병이나 아스퍼거 증후군, 사이코패스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힘든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르기 전 누군가를 사이코패스라고 진단하고 예방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사이코패스는 보통 범행이 발각되고 나서야 진단받은 경우가 많다. 연쇄살인범 유영철이나 강호순도 범행이 밝혀지기 전에는 아무도 인식하지 못했다. 사이코패스의 특별한 예방법은 달리 없으며 양육 과정에서 폭력이나 착취, 학대를 경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런 아이들은 반사회적 성격장애의 성향을 가질 확률이 높고 사춘기를 겪으면서, 소위 ‘문제아’로 품행 장애 성향을 보일 수 있다고 한다. 이 시기 부모와 교사의 관심과 전문 상담이 이루어진다면, 극단적인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즉, 반사회적 성격장애의 예방은 조기의 품행 장애 치료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해야 할 역할

 

우리가 건강한 삶을 얘기할 때 보통 신체적 건강만을 생각하지만, 어찌 보면 건강한 삶의 중요한 부분은 정신적인 건강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을 위해 어릴 때부터 사회가 책임을 지고 관리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정신과 치료는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되는 경우가 많고 상당히 치료비가 비싸며 장기간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비용이 비싼 만큼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가정에서는 문제를 알고도 손쉽게 치료에 나서기 힘들다. 또한, 정신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좋지 않다. 소위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고 하면 ‘미친 사람’ 취급을 하며 좋지 않은 편견을 가지고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우리가 감기에 걸렸을 때 병원을 쉽게 방문하듯이 마음이 아플 때도 정신과를 가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사회가 노력해야 할 것은 정신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앨 수 있는 캠페인을 벌이고 정신과 치료의 의료보험적용 범위를 넓혀 비용을 최소화하여 정신과 치료의 문턱을 낮추어야만 할 것이다. 즉, 감기 치료하듯 치료가 쉬워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해결된다면 잠재된 정신질환자를 관리하고 돌볼 수 있을 것이며 사이코패스적 ‘묻지마 살인’같은 범행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칼럼 소개 : 인류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의학자를 꿈꾸는 청심국제중학교 2학년 의료 칼럼니스트 신승환입니다. 지금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인간의 면역체계와 감염병에 대한 것이고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꿈은 희귀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및 불치 암 환자를 위한 항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의학자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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