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송의 영화칼럼 5] 흑인 인종 차별을 다룬 '헬프', '히든 피겨스'

두 흑인 영화, 따스함 그리고 용기

2011 11월에 개봉한 <헬프> 2017 3월에 개봉한 <히든 피겨스>. 이 두 영화는 흑인의 인종 차별이라는 같은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다른 감동을 준다<헬프>는 용기와 따스함을 전해준다면 <히든 피겨스>는 도전 정신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였다.

먼저, <헬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의 주된 내용은 흑인 차별이다. 흑인이 노예인 시대는 지났지만, 흑인들은 백인의 집에서 각종 일을 하며 백인의 아이를 키우는 그들은 태풍이 몰아치는 날, 집 안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했다고 내쫓겨지는 대우를 받는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내내 가슴 아프기만 한 것은 아니다. 종종 웃음을 주기도 하고, 화도 나게 하며, 눈물 나게 만들기도 한다. 

또, 이 영화의 흑인 가사도우미 ‘에이블린’이 자신이 돌보는 백인 아이에게 하는 “넌 친절하고, 똑똑하고, 소중한 사람이야.” 같은 대사들은 예고 없이 마음속으로 훅 들어와 가슴 깊이 남게 한다. 자신의 아이가 아님에도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그 마음을 알아주는 아이의 모습은 필자를 애잔하게 만들었다.

이 영화에서 돋보이는 것은 차별, 따스함보다는 용기라고 할 수도 있는데, ‘스키터’의 책 제작 제의에 망설이던 ‘에이블린’의 마음을 움직인 흑인 목사의 두 마디는 “용기는 그저 용감한 것과는 다른 것입니다. 용기란 육신이 약해도 옳은 일을 해내는 것입니다.”였다. 또, ‘스키터의 어머니’는 자신과 달리 용기 있게 나서서 흑인의 차별을 알리려고 노력하는 ‘스키터’에게 “용기의 유전자는 가끔 세대를 건너 뛰나봐. 고맙다. 내가 잃은 걸 되찾아 줘서…….”라고도 한다. 이 외에도 차별에 대한, 사랑에 대한, 용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좋은 대사들이 있었고, 필자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꼭 한 번 보고 그 대사를 들었으면 좋겠다.

필자가 가장 감동한 대사는 역시 용기에 관한 대사였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책을 출판하고 난 후 ‘에이블린’의 “하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다. 그게 쉽진 않지만, 진실을 말하는 게 그 첫걸음이 될 순 있다. 내 삶이 어떤지 그전엔 아무도 물어본 적이 없었다. 진실을 말한 후에 난 자유로워졌다.”라는 대사였는데 필자는 이 대사가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이나 느꼈던 모든 것들을 정리해준다고 생각한다. 이 대사를 들었을 때, 느낀 건 그저 홀가분한 느낌과 애잔한 느낌이었다.


다음으로, <히든 피겨스>는 다른 감동들 덕분에 차별에 대해 생각해볼 겨를이 다소 부족했던 <헬프> 비해 오로지 차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다.

차별에 맞서 자신의 재능을 뽐내고 도전하고 극복해나가는 모습은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떠올리게 하며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을 극대화시킨다.

이 영화의 세 주인공 모두 차별받지만, 그에 물러서지 않으며 혼자 살아남으려 하지 않는 모습은 ‘과연 우리가 그들을 차별할 만한 인물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했고 좋은 인재를 찾는다면서 ‘유색인종’이라는 타이틀만 보고 그들을 무시하는 모습에 반성하게 했다.

“우리가 앞서갈 기회가 오면 항상 결승선을 옮겨버리더라.”라는 말과 ‘캐서린’이 차별에 화가나 ‘해리슨’에게 소리치는 모습은 차별받는 이의 심정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을 받은 장면은 ‘비비안’이 ‘도로시’에게 “도로시, 나는 당시 너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었어.”라고 하자 ‘도로시’가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시겠죠.”라고 한 장면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타인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건 필자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차별받는 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않는 이상, 그 생각은 단지 우리의 생각일 뿐일지도 모른다. 


두 흑인 영화는 다른 듯 같다. 같은 차별의 아픔을 담고 있고 그것을 극복해내려 한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극복하려 해도 우리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것이다. 흔히 이러한 차별에서 벗어나려는 사람을 보면 그들을 응원해주려 한다. 이제는 그들을 응원해주기보다 우리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해보는 건 어떨까?

마지막으로 <히든 피겨스>해리슨이 한 말을 소개해보려 한다.

“Here at NASA we all pee the same color.”

나사에서 모든 사람의 오줌 색깔은 똑같아.”



칼럼소개: 영화는 우리의 모습을 담습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우리의 모습, 영화가 들려주는 우리의 모습, 영화로 되돌아봐야 할 우리의 모습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단지 제 생각을 말하고 소개해 드릴 뿐, 이 모든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그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 그것이 제가 이 칼럼을 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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