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이의 시사칼럼 6]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페미니즘 저서로 꼽힌다. 제목인 <제2의 성>은 ‘제1의 성’이 되지 못하고, 남성과 차별된 대우를 받는 여성을 상징한다. 책 속에서 작가는 여성과 남성의 관계는 모든 분야에서 비대칭적이며, 여성은 자유롭지 못한 종속 되어 있는 존재라고 주장한다. 또 매사에 남성은 여성에게 ‘신비함’이라는 거짓된 아우라를 주입해 여성을 사회적 ‘타자’로 만들었다고 이야기한다.


<제2의 성>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문제점은 당시 사회가 여성적인 것을 ‘다른 것’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여성적인 것은 정상을 벗어나는 것이었으며, 주체가 아닌 객체였던 여성은 스스로를 정의할 수 없었다. 이렇듯 작가는 남성이 지배하는 모든 분야의 문화가 여성들의 가혹한 현실을 당연한 것으로 만들어버렸고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선택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과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박지원의 <열녀함양박씨전>에서는 과거 ‘열녀’, 또는 ‘과부’에 대한 문제점을 처음으로 지적하며 기존의 열녀전과는 달리 과부의 절개를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나침을 풍자했다. 당시 ‘열녀’에 대해 사람들이 갖던 의식의 문제점은 과부들이 남편을 따라 저승길을 걷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던 남성들의 그릇된 생각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사람들은 과부가 몸을 지키며 늙어 가는 것만으로는 절개를 지키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남성들은 여성이 자신의 삶을 희생해야 함을 당연시했다.


하지만 저자는 박 씨가 죽음을 택한 이유가 수절의 고귀함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의 시선이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며, 당시 여성에게 강요되던 희생을 풍자했다. 또 옳지 못한 관습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여성의 희생이 요구되었는지 언급하며 당시 인습의 어리석음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 그리고 박지원의 <열녀함양박씨전>을 읽고 난 후 평소 나조차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사회적 관습들이 성차별의 근원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2의 성>이 높이 평가받은 이유는 이 책이 단순히 남성들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학, 철학, 심리학 등의 폭넓은 분야를 바탕으로 여성 권리 주장의 당위성을 밝혔기 때문이다.


아울러 박지원의 <열녀함양박씨전>은 당시 모든 열녀전이 취하던 기본 형식을 완벽히 무시하고, 그릇된 과거 관습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소설 속 타인의 눈이 두려워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박 씨와는 다르게 저자는 남들의 시선과 고정관념에 휘둘리지 않는 평등한 성 의식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제2의 성>의 프롤로그에 작가는 “남녀동등권에 대한 논쟁들은 쓰일 만큼 쓰여서 이제는 사실상 끝이 났다. 따라서 거기에 대해 더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텐데도 이 문제는 여전히 화제에 오르내린다”라고 적었다. 현대사회에서도 작가 보부아르의 주장은 여전히 충분한 당위성과 설득력을 지닌다.


여성에게 참정권을 주고, 여성 사회 진출이 점차 발전하고 있다고 해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성의 억압된 삶은 여성과 남성을 모두 포함한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구조화 된 불평등을 없애고 실질적인 남녀동등권 실현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사회 정책적 투자가 지속하여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투자가 효과를 얻고 체계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남녀 가릴 것 없이 모두가 평등하다는 인식이 강하게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칼럼소개 : 반갑습니다. 청심국제고등학교 2학년 조윤이입니다. 저는 어릴 적 다양한 문화권 경험을 통해 국제 외교 및 여성, 아동의 인권 등의 사례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는 제게 동아시아와 서양권 국가의 소통을 통한 사회문화적 협력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포부를 갖게 하였습니다. 앞으로 미디어 경청 시사부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국내외에서 집중하고 있는 여러 시사 이슈들의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유용하게 전하고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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