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종백의 축구 르네상스] 누구를 위한 원정 개최? 졸전 끝 베트남 U-22팀에 0:1敗

세레머니도 못한 올스타전, 축제 아닌 굴욕으로 마무리

2017년 K리그 올스타전이 축제로 기억되기는 어려울 듯하다. 베트남으로 건너간 K리그 올스타 선수들은 단 한 번의 세레머니도 하지 못한 채 '한 여름밤의 축제'를 마쳐야 했다. 심지어 선수선발을 위한 팬 투표도 없었다.

리그 정상급 선수들로 구성된 이번 K리그 올스타팀은 한국시각으로 29일 오후 10시, 베트남 하노이 미딩 국립경기장에서 베트남 동남아시안게임 대표팀(U-22)과의 경기에서 K리그 올스타팀은 후반 25분경 응우옌 반 퇀에게 내준 실점을 만회하지 못하고 0:1로 무너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한국과 베트남의 공식 수교 25주년을 기념해 베트남에서 올스타전을 기획했다. K리그의 상품 가치를 높여 중계권 판매 등 장기적인 수익을 내다보고 베트남의 뜨거운 축구 열기를 활용해 동남아시아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이타적인 의미도 내포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 다음 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동남 아시안게임에 나설 베트남 U-22 팀은 자국 A대표팀에 맞먹는 적극적이고 성실한 플레이로 K리그 올스타팀을 당황스럽게 하였다. 어린 선수들이 주를 이뤘지만 오랜 기간 호흡을 맞췄던 만큼 조직력은 그 어떤 팀보다 탄탄했다. 더군다나 당장 나흘 뒤 리그 주중 경기에 나서야 하는 선수들이 모든 힘을 올스타전에 쏟길 기대하는 것이 애초에 무리였다.


이번 올스타팀 감독을 맡은 황선홍(서울)감독은 이근호(강원)와 김신욱(전북)을 최전방에 내세운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전반 6분, 김신욱의 터닝슛으로 상대를 위협한 K리그 올스타팀은 이후 일방적으로 베트남 U-22 팀에게 당했다.


베트남 U-22 팀은 탄탄한 수비에 이은 빠른 역습으로 K리그 올스타팀을 괴롭혔다. 전반 중반에는 하득찡이 위협적인 움직임으로 기회를 엿봤고 함께 발을 맞출 시간이 하루에 불과했던 K리그 올스타팀의 수비진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K리그 올스타팀은 전반 내내 베트남 U-22 팀의 공세에 시달렸다. 기록 면에서도 10개의 유효슈팅을 허용하였지만, 막상 K리그 올스타팀이 성공시킨 유효슈팅은 2개에 불과했다. 이어 후반 시작과 함께 양동현(포항), 곽태휘(서울), 김민혁(광주) 등 포지션별로 대폭적인 선수교체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였지만 한 번 넘어간 분위기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베트남 U-22 팀은 후반전에도 계속해서 K리그 올스타팀을 압도했다.


후반 교체 투입된 조현우(대구) 골키퍼의 선방 쇼로 간신히 0:0 스코어를 유지해나가던 K리그 올스타팀은 결국 후반 25분에 응우옌 반 퇀의 강슛이 조현우의 다리 사이를 지나 K리그 올스타팀의 골망을 찢어놓았다.


지난 시즌 리그 우승팀 감독 직책으로 이번 올스타전 감독을 맞게 된 황선홍(서울)감독은 "올스타전의 관점을 어디에 둬야 할지가 중요한 것 같다. 결과를 얻기 위해 경기를 하는 것인지, 무엇을 위해 경기하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축제의 장으로서 각 팀에서 소집된 선수들이 난데없이 승부의 무대에 던져진 것에 대한 당혹감도 동시에 드러낸 것이다. 더불어 "올스타전의 취지는 이해한다. 계속해서 추진해나가야 한다."라며 지지하는 코멘트와 동시에 "올스타전의 초점이 승부인지 아닌지를 명확하게 선을 그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무엇을 위해 경기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며 올스타전의 두 얼굴을 지적하였다.

베트남 U-22 팀에 대해서는 "쯔엉과 응우엔 콩 푸엉이 상당히 뛰어났다. 하지만 특정 선수를 거론하기보다 팀 전체적으로 오랫동안 준비한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라고 덕담을 건넸다. 반면 응우옌 흐우 탕 베트남 U-22 팀 감독은 "K리그 올스타팀에 승리한 것을 두고 이것이 한국과 실력 차를 완전히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며 경기에서 승리하였지만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후 "다만 K리그 일정 때문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같다. 반면 베트남은 한국 축구가 강하다는 걸 알고 최선을 다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며 일정상의 아쉬움을 지적하였다.


이날 경기를 생중계한 송종국 MBC SPORTS+ 해설위원은 "한국 축구의 분위기가 더 가라앉을 수도 있다. 선수들이 뛸 생각이 없다."며 쓴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이번 경기의 처참한 경기력은 시즌 중 소집, 2일 전 소집, 동남아 원정, 날씨, 이벤트성 경기라는 핑계를 대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예상대로 베트남의 축구 열기만큼은 뜨거웠다. 경기장엔 약 2만 5천여 명의 베트남 현지 관중이 입장하였다.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라고 한다면 아무리 시즌 중이지만 자국 리그를 대표해서 왼쪽 가슴에 리그 엠블럼을, 오른쪽 팔뚝의 태극기를 새기고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의 투지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연 이날 경기를 본 베트남 축구 애호가들은 K리그의 매력을 느꼈을지가 의문이다. 아마 베트남 축구가 한국 축구를 따라잡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 [류종백의 축구 르네상스]는 경기와 관련된 내용은 물론 축구계의 트렌드를 알기 쉽게 읽어주는 축구 전문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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