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재찬의시선- 대체복무제 논란에 관하여

대체복무제 헌재판결의 의미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입영 또는 집총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병역거부자 처벌 규정 자체는 합헌으로 결정하면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처벌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뜻을 밝혔다. 이 판결로 인해 지금 대한민국은 찬반 논란으로 뜨겁다. 오늘은 이 문제에 관련한 주요쟁점들을 통해 이 판결의 의미를 알아보도록 하자.

쟁점1. 필터링, 및 사회적 합의

물론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손쉽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병역의무 이행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정도의 ‘합리적인’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첫째, 병역거부의 사유가 명확해야 한다. 종교적인 이유인지 아니면 개인적 양심상의 이유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른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거부감, 모든 형태의 전쟁에 대한 거부의 의사가 명확해야 한다. 즉, 정당방위의 상황에서 도 살인은 할 수 없다고 할 정도의 소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대체복무의 부담이 일반 병역보다 가볍지 않아야 한다. 기간 뿐 아니라 실질적인 부담이 군복무 이상으로 크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전쟁 등의 특수상황에서는 집총을 대신하여 다른 방위관련 업무를 담당해야 할 것이다.

쟁점2. 대한민국의 특수성- 우리는 휴전국가

수십년간 크고 작은 전투가 끊이질 않고 있는 이스라엘같은 나라에서도 인정하는 것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이다.심지어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에서도 종교적 이유로 집총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처벌하진 않았다. 전 세계 200여개 국가 가운데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국가는 30여개 정도지만 지금 대한민국과 같이 무조건적인 처벌을 이토록 가혹하게 하고 있는 국가는 없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자처하는 대한민국에서 보여주는 지금과 같은 행태는 너무도 후진적이고   비민주적이다.

쟁점3. 형평성문제

대한민국에서 남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면제자, 공익 무시 풍조에 대해서는 아마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군대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징병제하에서 강제적으로 군대에 가야만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우는 보잘 것 없다보니 한국 남성들은 크든 작든 군대와 관해서 피해의식과 보상심리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런 구조 때문에 군가산점 같은 것이 엄청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다.

속된 말로 나는 현역가서 뺑이치고 왔는데 누구는 면제다, 공익이다 하면서 편하게 산 것 같아 보이고.. 그러다보니 억울하고 배알이 뒤틀릴 수 밖에 없다. 이런걸 심리적으로라도 보상받고 싶어서 나온 풍조가 "군대갔다 와야 사람된다", "남자라면 군대는 갔다와야지" 같은 거다.



사실 내 억울함은 면제자나 공익, 때문이 아님에도 분노가 잘못된 방향으로 승화된 것이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것 처럼. 이와 같은 풍조 때문에 남자들은 현역을 싫어하면서도 선호하는 이율배반적인 심리를 가지게 되는 것 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대체복무제 도입이 청년들의 병역 기피를 부를 확률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국방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 역시 적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매년 600명에 달하는 청년들이 감옥에 가고 있다. 600명의 병력이 감소해 국방력이 약해지는 수준이라면 그런 국방력은 애초에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대체복무제 도입을 반대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어쩌면 대체복무제 반대 여론은 오랜 군부정권으로 인해 만들어진 '병영국가화'로 인해 어른들의 뇌에 새겨진 환상인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대체복무제는 '집총'을 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할 뿐, 병역거부자들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곳에서 국민의 의무를 다할 수 있게하는 제도이다. 그것도 현역병들보다 더 오랜 기간을 말이다. 국민이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할 책무가 있다면, 국가는 국민의 '권리'를 지켜줘야 할 책무가 있다. 대체복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하면서 국민으로서의 권리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제도인데 굳이 비난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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