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서의 시사/언어 칼럼9] 유토리 교육의 실패

일본에서 실시된 교육방침으로서 '여유 있는 교육'을 뜻한다. 2002년부터 공교육에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 과도한 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창의성과 자율성 존중을 표방하며 학교 수업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기초학력 저하현상 등 부작용이 심화됨으로써 2007년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학력강화 교육방침으로 선회하였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입시 경쟁이 치열하여 학생들을 '공부하는 기계'로 전락시키는 과도한 주입식 교육에 대한 폐단이 지적되어왔다. 유토리교육은 이러한 교육풍토에 대한 반성으로서 제기되었다. 구체적으로는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여유 있는 교육을 추구하며, 이를 통하여 사고력과 표현력, 남을 위한 배려 등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덕목을 육성하는 것을 교육목표로 삼는다.

이를 위한 실천으로써 교과목 영역을 뛰어넘어 교육하는 종합학습시간을 제정하는 한편, 초등학교와 중등학교의 수업내용을 30% 감소하고, 전체 수업시간을 10% 감소하는 등 수업시간을 차츰 줄여나갔다. 2003년 통계에 따르면 선진국과 대비하여 100시간가량 수업량이 줄어들었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평균인 804시간보다 99시간 적었다.


 
그러나 유토리교육 실시 이후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저하되었으며, 이는 수업시간 감소 때문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또 자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교사가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하지 못하고, 학생들의 학습의욕에도 개인차가 심화되었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결국, 일본의 중앙교육심의회는 유토리교육의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수업시간을 늘림으로써 학력을 강화하는 교육방침으로 선회하였다.

 

과도한 주입식 교육을 지양하는 유토리 교육을 실패한 일본의 실패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유토리 교육과 비슷한 교육 방침을 사용하고 있는 호주나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실패하지 않고 잘 유지해 오고 있다. 수업시간을 줄인다면 다른 방법으로 아이들의 학습능력을 향상시켜야 하는데 그저 수업시간을 줄이고 자율성을 강화시키는 것에만 주요하다 보니 아이들의 학습능력은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2003년 실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학력조사(PISA)에서 일본 학생들은 1991년에 비해 수학이 1위에서 6위,독해력은 8위에서 14위로 떨어졌다. 1년 만에 이런 결과를 가져온 이상 일본의 아이들에겐 유토리 교육이 잘 맞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2007년 바로 유토리 교육 탈피를 선언한 것이 일본의 발전에 도움이 된 것일 수도 있다. 무작정 아이들이 스트레스 받는다고 그저 아이들의 자율성만 중시하고 학업에 매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이렇게 하다보면 학업 경쟁이 심한 나라에서 아이들의 경쟁력만 떨어트릴 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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