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나의 시사 칼럼 4] 존경하는 재판장님

 

<악마의 증명> #4.제가 하지 않았습니다.

 

 

"모두 일어서 주시기 바랍니다."

    

이 말을 보자마자 우리는 모두 같은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법정에 판사가 들어올 때, 법원 경위의 말에 따라 법정 내 모든 사람은 기립한다. 그리고 판사가 자리에 앉아야만 자리에 앉을 수 있다.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은 그저 관례일 뿐이다. 대부분 많은 사람들은 재판장이 들어오고 나갈 때 일어서는 것이 재판장에 대한 존경과 존중의 의미라고 생각하고 또 재판장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법정은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법정 내 재판부가 앉아 있는 연단을 법대라고 부른다. 지금에야 예전보다 높이가 상당히 낮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법정 내에서 재판부와 방청객들의 높낮이가 구분된다. 게다가 법정에서는 모자를 쓰거나 껌 씹기는 물론 불량한 자세로 앉는 것마저 용납되지 않는다. 사실 법적 근거는 전혀 없는 권위적인 관행일 뿐이다.

 

익숙해지긴 하였지만 해할 수 없는 이런 관례에 대해 한 판사는 "판사에 대한 예의, 재판부에 대한 권위의 표현"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렇게 한다고 권위가 세워지겠냐"는 물음에는 멋쩍게 웃었다.

 

우리가 재판장에서 항상 일어나는 이유는 존경과 존중 때문은 맞다. 그러나 그 대상은 절대 재판부가 아니다. 본래 우리는 법에게 존경과 존중을 표하는 것이다. 암묵적으로 이 재판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동의하는 거나 마찬가지 인 셈이다. 요즘에야 가벼운 목례정도를 해주는 재판부도 생겨났지만 아직도 지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양해를 구하기는커녕 오히려 방청객을 세워두는 재판부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판사에 대한 선망과 부러움을 갖고 있다. 법하면 판사가, 판사하면 법봉이 떠오른다. 태어나서 처음 맞는 생일, 판사봉을 잡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 때문일까. 돌잡이 용품들도 사회 분위기와 부모의 취향에 따라 바뀌지만 돌잡이가 시작된 이래 절대 빠지지 않는 게 법봉(판사봉)과 연필이다. 한 연예인은 딸이 돌잡이를 하면서 법봉을 잡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대한민국 법원에는 법봉이 없다. 국회에, 국회의장의 손에 들려 있다. 그렇지만 이 봉을 법봉이나 판사봉으로 먼저 부르지 의사봉이라고 하진 않는다. 법봉, 즉 판사는 우리 사회의 존경과 부러움의 대상이다.

 

국민들이 군소리 없이 따르는 데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법원에게 기대하고 존경하는 재판장님을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국민들의 기대를 사법부는 충족시켜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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