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연우의 문화 칼럼 6] 작가와의 만남 : 이나영 작가편

<붉은 실>의 작가를 만났다.
 
<붉은 실>
저자:이나영
출판사: 시공주니어
 
줄거리: 친엄마처럼 여기던 새엄마가 아이를 가져 싱숭생숭한 은별, 친구 은별과 서먹해지고 고민이 많은 민서, 부모님의 강압적인 모습에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는 강우. 각자 나름대로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세 아이는 은별 엄마의 뜨개방에서 만나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나간다. 
 
작가소개
 
1973년 서울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대학에서 생물학과 문예창작을, 대학원과 어린이책작가교실에서 아동문학과 동화 창작을 공부했습니다. 장편동화 『시간 가게』로 제1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시간 가게』, 『붉은 실』, 『발자국 아이』,『열두 살, 사랑하는 나』가 있습니다.
 
6번째 작가와의 만남은 동화 <붉은 실>의 작가이신 이나영 작가님과 진행하였다. <붉은 실>은 털실이 주는 느낌을 온전히 담은 책이다. 읽는 것만으로도 푸근한 뜨개질 선물을 받은 것만 같은 책.  읽는 동안 진심으로 행복했다.
 
뜨개질이라는 소재는 우리나라 동화에서 잘 쓰이지 않는 소재인데요, 왜 뜨개질을 주소재로 사용하셨나요? 평소에도 뜨개질을 즐겨 하시나요?
 
: 드문 소재이기도 하지만, 뜨개질이나 바느질은 여자아이들의 전유물처럼 그려지곤 했어요. 그래서 예전부터 뜨개질하는 남자아이를 꼭 그리고 싶었어요. (제 경우에는 소재가 이렇게 막연하게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이 씨앗이 점점 싹을 틔우는 거고요.)
 
뜨개 옷을 좋아하지만 뜨개질은 잘 못해요. 즐겨하지도 않았고요. 그러다보니 작품 구상 단계에서 자료 조사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솜씨는 없지만 실제로 목도리를 뜨기도 했고요.
 
이 책에는 세 명의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참고로 하신 인물이 있나요?
 
: 특별히 한 사람만을 지목해서 참고하진 않았어요. 은별, 민서, 강우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이들이니까요. 그런만큼 내 주변의 아이들, 버스나 지하철에서 스쳐 지나가는 아이들의 모습까지 두루 관심을 갖고 있는데요, 그런 조각조각의 모습들이 어우러져 캐릭터가 완성되지요. 물론 제 어릴 적 모습도 투영이 되어 있고요.
 
은별이의 엄마는 아이들을 위로하고 보듬어주는 존재입니다. 저에게는 정말 좋은 어른, 이상적인 어른으로 느껴졌는데요, 은별이 엄마의 캐릭터는 어떻게 구축하셨나요?
 
: 글을 쓰는 이유 중에는 편견을 깨고 싶은 마음도 담겨있는 것 같아요. 작품 속에서도 언급이 되었지요. 새엄마가 무조건 나쁜 게 아니라 사람 됨됨이의 문제라고요. 은별이 엄마는 바로 그 됨됨이가 바른 어른이지요. 실제로도 그렇게 좋은 어른, 이상적인 어른이 친구들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은별이 엄마 캐릭터 구축은 어렵지 않았어요. 쉽게 볼 수 있는 어른들의 모습을 정 반대로 그리면 되었거든요. 어쭙잖은 훈계나 질책이 아닌 위로와 관심을 가져주는 어른으로 말이지요.
 
사람들은 사람마다 각자의 문제나 고민이 있습니다.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전해주고픈 말씀이 있나요?
: 저도 고3 아들이 있는데요. 청소년들이 참 살기 어려운 시대예요.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주변을 돌아볼 틈도 없이 무조건 전력질주하고 있잖아요. 어른으로서 참 미안한 마음이에요.
 
우선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고민들이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요. 아! 물론 그러니까 꾹 참고 견디라는 뜻이 아니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말을 해 주고 싶은 거예요. 자신의 고민을 외면하지 말고 친구, 가족, 선생님과 꼭 이야기 나누길 바라요. (내 곁에 방황하는 청소년이 있다면 꼭 안아주고 싶어요. 그리고 내가 무슨 말을 하기보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답니다.)
 
붉은 실은 인연을 의미하는데요, 살면서 이 붉은 실을 느껴보신 적이 있나요?
 
: 『붉은 실』을 구상하기 전이었어요. ‘관계’에서 오는 피로함에 참 마음이 힘들었던 때가 있었었어요. 그때 친한 동생이 어떤 카페와 특별한 메뉴를 소개해 주더라고요. ‘허그인 터치’라는 메뉴를 시키면 앞사람이 주문하고 간 음료와 응원의 문구가 적인 카드를 받는 거였어요. 힘든 일은 곧 지나갈 거라는 문구에 큰 위로를 받았던 적이 있어요. 그날 이후로 거짓말처럼 이야기가 떠올랐고 책으로 완성할 수 있었답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보통 인연이 아니었던 거지요.
 
 
공통질문
1. 평소 캐릭터나 소재를 어떻게 구성하고 구체화하시나요? 떠오른 캐릭터/소재를 어떻게 보관하시나요?
 
: 소재는 우연히 다가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뉴스를 보다가 영화를 보다가 음악을 듣다가 책을 읽다가 여행을 하다가 밥을 먹다가 잠을 자다가……. 결국 생활의 대부분이 크고 작게 내가 쓰려는 글과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게 떠오르는 것들을 연습장과 수첩 또는 핸드폰 메모장에 마구잡이로 마치 낙서처럼 적어놓아요. 그러고는 틈이 날 때마다 들여다보지요. 그러다가 좀 더 구체화 시키고 싶은 소재가 있으면 컴퓨터로 작업을 해서 폴더에 저장을 해놓아요. 이때부터는 그 이야기에 전적으로 몰입을 해요. 어떻게 이야기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이 시작되는 거지요.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평소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는 거예요. 주변 사람들부터 길에서 스치는 수많은 사람들까지 눈여겨보는 거지요.
 
2. 작업과정이 보통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 소재가 떠올랐다고 해서 바로 글이 써지는 건 아니에요. 머릿속에 실타래가 커질 때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요. 어쩌면 가장 신이 나면서도 힘든 과정이기도 하지요. 그 단계가 지나면 이야기의 얼개를 만들어요. ‘세 아이가 함께 뜨개질을 하며 각자의 상처를 회복하는 이야기’  이렇게 한 줄로 시작된 얼개는 다섯 줄, 열 줄, 스무 줄로 점점 구체화되는 거지요. 저는 상세한 얼개가 준비된 후 글을 쓰기 시작해요. 계획한 결말대로 글이 써질까 궁금해 하면서 글쓰기에 속도를 올리지요. (물론 쓰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경우가 더 많지만요.)
 
초고가 완성된 후에는 최대한 거리를 두고 객관적인 눈으로 보려고 해요. 이 단계에서 친한 글벗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구하기도 하고요. 끊임없는 수정을 거쳐 완성하지요.
 
3. 작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한마디!
 
: 이야기를 쓴다는 건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자연스럽게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그 이유만으로도 작가는 참 멋진 직업이에요. 게다가 내가 만든 세상을 책을 통해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잖아요. 그만큼 사람과 세상에 대한 관심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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