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고 : 장진 통신원] 뽀로로, 타요 PD와 함께한 판교고 진로콘서트

11월 7일 수요일, 아이코닉스 사에 재직 중인 이우진 PD가 판교고등학교 시청각실을 찾았다. 판교 두드림 진로콘서트의 일환으로 PD가 소개하는 애니메이션 기획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였다. 이우진 PD의 대표작으로는 전 연령대의 팬층을 보유한, 특히 어린아이들이 열광하는 애니메이션인 <뽀롱뽀롱 뽀로로>, <꼬마버스 타요> 등이 있다. 강연 내용을 인터뷰 형식으로 요약하여 재구성했다.


Q. 학력에 성균관대학교 러시아문학과 졸업이라고 쓰여있는데, PD와는 거리가 다소 있어 보이는 러시아문학과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A. (웃음)그 이야기를 하려면 제 어릴적 이야기부터 해야 하겠네요. 저는 어릴 때부터 여러분 또래 아이들이 그러했듯 만화영화를 참 즐겨 봤습니다. 요즘은 오타쿠라고도 하지요? 네, 그 정도였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그 사랑과 열정은 바뀌지 않아, 대학 입학은 뒷전이고 당대 인기 만화가 허영만 씨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만화 그리기를 배울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이해가 가지 않지만 당시 어른들은 만화도 대학 나온 만화가가 그린 만화여야 사람들이 본다며 대학만 입학하고 나면 제가 뭘 하든 상관하지 않으시겠다고 하셨었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당시 전망이 좋다고 평가된 러시아어나 중국어 중 하나를 배우려고 했는데 결국은 러시아어를 택했습니다. 그런데 제 흥미와 전혀 맞지 않다 보니 1~2학년 때는 학교를 어찌나 안 갔던지, 교수로 재직 중인 지금보다도 학교에 안 갔었어요 (웃음). 그래서 군 제대 후 복수전공으로 영상학과를 선택하게 되었는데 너무 재밌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든 졸업작이 해외 시상식에 초청을 받았는데 지금의 아내를 그곳에서 만나게 됐죠.


Q.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시게 된 동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제가 대학생 시절 교수님은 당시 최고의 게임회사들 중 한 곳에 추천서를 써 주시겠다며 저에게 게임계로 진출할 것을 권유하셨지만, 당시의 저에게는 애니메이션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작하게 된 애니메이션이 <트라이킹덤>인데, 흥행에는 완벽히 실패했습니다. 개발사가 이 작품을 만들고 바로 와해될 정도로, 심각하게 망했죠. 그렇게 내적, 외적으로 궁지에 몰린 저는 결국 유아용 애니메이션 제작에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참 만들기 싫었어요, 당연히 흥행에 실패할 거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그때 만든 <뽀롱뽀롱 뽀로로>가 대박을 터트리게 되며 제 인생이 바뀌게 됩니다.


제 첫 월급이 얼마였는지 아세요? 사실상 60만원이었어요. 그래서 주변에서 저를 6백만 달러의 사나이를 패러디해서 60만원의 사나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웃음). 직원도 10명 내외인 회사였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다 보니 지금은 연매출 700억에 직원이 300명인 큰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Q.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나, 혹은 그렇지 않은 학생에게도 꼭 해주고 싶으신 조언이 있으신가요?


A. 자기 관심사와 흥미가 무엇이든,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기 분야의 '오타쿠'가 되어 보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요즘 100세 시대라고들 하죠? 인생의 소중한 시간들을 방황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좋아하는 일을 빨리 선택하여 집중해 보라고 조언해 주고 싶습니다. 맞지 않는다 싶으면 다시 해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경험마저도 자기 자신에의 투자이니까요. 실패가 두려워하기 싫은 일을 하다가 늦게 출발하기엔 시간이 부족할지도 모릅니다. 젊을 때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나이가 들어 돈은 있을지라도 어느샌가 시간도, 열정과 에너지는 없어져 있을 거에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한 가지 일을 정해서, 남들의 기준에 맞추려 하지 말고, 열정을 쏟아 몰두할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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