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의 인권 칼럼 4] 생각해 봤나요? 디지털 시대의 아동권리

2017 유니세프 세계아동현황보고서 <디지털 시대의 어린이>

아침마다 학교에 가는 아이들 손에는 스마트폰이 빠짐없이 들려 있다. 초등학생 10명 중 7명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고 하니, 놀랍지 않은 풍경이다. 2018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디지털 원주민 세대다. 그런데 왠 인권이냐고? 오늘은 디지털 기술의 진보가 아동권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디지털 기술로 우리가 누리는 혜택이 많아진 만큼,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협하는 폭력, 착취, 정보 악용 등의 위험도 커졌기 때문. 지난해, 유니세프는 디지털 시대의 어린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해, 디지털 시대에 아동들이 직면한 다양한 위험을 경고했다. 이 칼럼에서는 보고서에 담긴 핵심적인 내용을 짚어 본다.

 

 

 

 

 

 

 

*아래 내용은 2017년도 유니세프 세계아동현황보고서 디지털 시대의 어린이’ 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Digital Opportunity: The promise of connectivity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의 3분의 1이 어린이와 청소년이라니, 새삼 놀랍다. 그만큼 수많은 아동들이 디지털 기술의 긍정적인 혜택을 누리고 있다. 조던에 있는 자타리 난민 캠프에서는 소녀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데 태블릿 pc를 이용한다. 콩고민주공화국에 사는 글로디는 온라인 학생 기자로 활동하며, 자신이 직접 쓴 기사를 블로그에 기고한다. 뇌성마비 때문에 말을 잘할 수 없는 러시아의 이반은 온라인 채팅앱을 통해 대화하며 새친구들을 사귄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분쟁을 피해 난민 캠프로 온 어우다는 고향에 남은 가족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안부를 묻는다. 또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취약계층 아동이나 집안 형편으로 정규 교육과정을 밟지 못하는 아동을 위한 온라인 교육 툴이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사회적 압력 때문에 학교에 갈 수 없는 아프가니스탄 소녀들에게 SMS를 기반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 사례 등이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통해 아이들은 더 많은 교육기회를 얻게 되었고, SNS를 통해 캠페인을 펼치거나 직접 쓴 글을 올리는 등 더욱 주체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은 아동권리에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게 사실이다.

 

 

 

 Digital Divides: Missed opportunities

 

그러나 모든 아동이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두 번째 장에서는 디지털 기술로부터 소외된 아동들을 다룬다. 아프리카 지역의 많은 어린이는 여전히 디지털 기술에 접근하기 어려우며, 전 세계 약 3 4,600만 명의 어린이들이 디지털 시대로부터 고립되어 있다특히 방글라데시나 짐바브웨와 같은 빈곤국에서는 15세 이하 아동 중 오직 5%만이 인터넷을 이용한다.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접근성은 그 사회의 전반적인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 게 흥미롭다. 가난할수록,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남자보다는 여자가, 도시보다는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아동이 디지털 기술에 접근하기 더 어렵다는 말이다. 성차별적인 관행이 뿌리 깊은 지역에 사는 소녀들은 성별을 이유로 디지털 기술 이용을 제한당하기도 한다. 인도 라자스탄의 한 농촌 마을에서 마을 지도자들이 소녀들이 핸드폰을 갖거나 SNS를 하는 것을 금지했다고 한다. 인도 인터넷 이용자의 오직 29%만이 여성인 데는 성차별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디지털 기술로부터 소외된 아동들은 여러모로 불리하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풍부한 자료를 이용하거나, 세계 소식을 빠르게 접하기 어렵다. 먼 곳에 사는 새로운 친구와 소통하거나, 온라인 공간에서 자신을 표현할 기회도 얻지 못한다.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누리며 자란 아동은 어른이 된 후 더 나은 경제생활을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디지털 기술 접근성의 격차가 한 사회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도 있는 셈이다.

 

Digital Dangers: The harms of life online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환경에서 어린이들은 새로운 위험과 유해 요소에 쉽게 노출되고 있지만, 정부의 규제나 관련 교육은 턱없이 부족하다. 인터넷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 및 오용, 유해 컨텐츠, 혐오표현, 인터넷 중독 등 다양한 문제가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사이버 폭력은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캐나다에 사는 열세 살 아만다는 채팅을 하다가 알게 된 남자의 요구에 의해 가슴 노출 영상을 찍었다. 남자는 영상을 캡처한 후 유포할 거라며 아만다를 위협했고, 아만다가 무시하자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폭행했다. 이사를 가고 전학을 갔음에도, 반 친구들과 가해자의 괴롭힘은 계속되었으며, 아만다는 극심한 우울증 끝에 자살했다. 극단적인 사례이기는 하나, 아동을 보호할 안전장치가 없는 인터넷 환경이 얼마나 위험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온라인을 통한 아동 성(性)착취와 성(性)학대도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문제다. 핸드폰과 인터넷이 더 많이 보급될수록, 어린이들은 SNS나 온라인 게임 채팅방에서 손쉽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아동 성범죄자들은 대개 온라인 상에서 아동과 대화하며 신뢰를 쌓다가, 사진을 보내라거나 오프라인 상에서 만나자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인터넷을 통해 아동의 사진을 유포 및 공유하는 것이 매우 쉬워졌고, 아동 인신매매 등 범죄를 계획하는 일도 훨씬 간단해졌다. 아동들이 성범죄로부터 더욱 취약한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이다.

 

 

Digital Childhoods: Living online

 

전자 기기를 사용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동들의 삶의 질은 어떨까? 네번째 장에서는 디지털 기술이 아동들에게 미치는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영향을 살펴본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어린이들이 신체적 활동을 하는 시간은 비교적 줄어들었다. 부모들은 바로 이 점을 우려한다. 유니세프가 진행한 인터뷰 결과, 스웨덴에서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부모들은 공통적으로 아이들의 지나치게 긴 인터넷 사용 시간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사회학자나 심리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문제다. 어떤 학자들은 요즘 아동들이 상대방과 직접 얼굴을 보고 소통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경험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아동들은 이전과 비슷한 양과 질의 상호작용을 하며, 그저 그 공간이 온라인으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외에, SNS가 아동의 사회적 정체성과 친구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내용도 무척 날카롭고 흥미롭다.

 

Digital Priorities: Harness the good, limit the harm

 

앞에서 언급한 디지털 기술의 위험성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고서의 마지막 장에서는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디지털 기술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아이들은 디지털 기술의 장단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아동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는지 여부 뿐만 아니라 왜,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게 막는 요소는 무엇인지, 또 사용 가능하게 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보다 촘촘한 데이터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정보 없이는 아동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 인터넷은 어른들을 위해 개발됐지만, 이용이 급격히 늘어난 연령층은 어린이와 청소년이다. 디지털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아동의 요구와 관점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하는 이유다. 보고서에서는 국제 협약이나 가이드라인 외에도, 아동을 중심에 둔 국가 정책이 수립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즉, 각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디지털 기술과 인권. 단어만 놓고 보자면 아무런 관련 없어 보이지만, 이제는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가! 인권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확장되는 개념이다. 새로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시대. 그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아동의 권리를 지키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어 다행이다. '디지털 시대의 어린이' 보고서 원문은 유니세프 홈페이지에 업로드되어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직접 읽어봐도 좋겠다.

(https://www.unicef.org/sowc2017/)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