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탈 허도령 전설

탈에 입과 턱이 왜 없을까?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1964년 국보 제121호로 지정되기도 한 하회탈. 주로 전통역할극인 별신굿놀이에서 사용되어 온 하회탈은 탈의 역할과 생김새에 따라 종류가 다르며 각시, 중, 양반, 선비, 초랭이, 부네(첩 또는 기녀), 백정, 할미, 이매(하인) 등 14종류로 나뉩니다. 그 중 유일하게 입과 턱이 존재하지 않는 탈이 있다고 하는데요. 그것은 바로 '이매탈'입니다. 


하회탈은 우리 민족의 각기 계층의 특징을 따내 생생하게 표현했습니다. 대부분은 웃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역할극 도중 감정에 따라 미묘하게 그 표정이 변하는 등 신령스러운 탈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신비로운 탈의 모습들이 나오게 된 것일까요. 이번시간 많은 종류 하회탈 중 입과 턱이 존재하지 않는 이매탈에 얽힌 '허도령'의 기묘한 사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멀고 먼 옛날, 약 800년 전. 한 마을에 재앙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마을에 살던 손재주가 뛰어난 허도령의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아무도 모르게 14개의 탈을 만들고 춤을 추어 노여움을 풀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잠에서 깬 허도령은 산신령의 말에 따라 다른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집에 금줄을 치고 사람의 출입을 철저하게 금하며 14개의 탈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허도령의 의지는 확고하고 대단해 매일 목욕재계를 하고 정성을 다해 탈을 만들었습니다. 재앙을 막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탈을 하나하나 만들어나가고 어느덧 14개째 마지막 탈 '이매탈' 제작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한편, 그 마을에는 허도령을 몹시 사모하는 여인이 있었는데요. 매일 같이 집에서 꿈쩍하지 않는 허도령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만 갔죠. 그러다 허도령을 너무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던 여인은 결국 허도령의 경고를 어긴 채! 그의 집에 들어가 허도령이 탈을 만드는 모습을 훔쳐보게 됩니다. 그 때는 바로 허도령이 14번째 탈인 '이매탈'의 완성을 앞 두고 있던 순간이었죠.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 같은 허도령의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던 여인. 그리고 문제는 바로 이때 발생하게 됩니다.그에게 말을 건 것이죠. 마지막 탈의 턱을 다듬고 있던 허도령은, 여인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게 되고, 그때! 갑자기 마른하늘에서 번개가 번쩍하면서 천둥이 치더니 허도령은 피를 토하고 그 자리에서 쓰러져 죽고 말았습니다. 여인 역시 너무 놀라 달아나다 벼랑에 굴러 떨어져 죽고 맙니다. 이 때문에 마지막의 이매탈은 턱이 완성되지 못했고 턱없는 이매탈이 지금도 놀이에 쓰이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항상 웃고있는 양반탈에서 우락부락한 모습을 보여주는 백정탈까지 하회탈은 우리민족의 각기 계층의 특징을 따내 생생하게 가면이라는 도화지에 표현하였다. 때문에 어느 사람이 보더라도 매우 친숙하고, 오히려 바보같이 보이기도 할만큼 생생하다. 하지만 이건 탈을 정면에서 보았을 때이다. 혹시 집에 양반탈이 있는 사람은 앞에서 양반탈을 보고 밑에서 양반탈을 봐보자.

정면에서 보았을때는 바보같이 웃는 얼굴이지만 밑에서 보았을 때에는 무척 무섭게 보이고 한편으로는 깔보는 것 같기도 하고 겁주는 것 같기도 한 그 표정은 방금 전에 보았던 바보같은 얼굴을 당신 뇌리에서 말끔하게 없애줄 것이다.

하회탈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비록 남성 탈 한정이지만, 턱 부분이 분리되어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이 특징 덕분에 제한적인 표정 변화가 가능했는데, 얼굴을 위로 들어 올리면 턱이 아래로 내려가고 입이 벌어지면서 크게 웃는 모습이 되며, 아래로 숙이면 턱이 윗입술과 붙어 성난 표정으로 변한다. 이러한 표정 변화는 관객들이 극중 등장인물들에게 더 잘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하회탈만의 장점이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