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칼럼

[남연우의 문화 칼럼 7] 작가와의 만남: 특별판 -청소년 작가들을 만나다

이번 인터뷰는 기성작가분들이 아닌 작가를 꿈꾸는 청소년들과 함께 진행해보았다. 정아린, 이상준, 박민경 청소년 작가가 한자리에 모여 우리 인생에서 창작의 의미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대담은 생각보다 훨씬 더 길게 이어졌다.  그 대담의 일부를 담는다.

 

 

남연우 : 안녕하세요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신 점 정말 감사합니다. 다들 바쁘실 텐데..(웃음) 그러면 일단 제가 미리 드린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해 볼까요? 내가 왜 글을 쓰는가, 그리고 어떤 종류의 글을 쓰는가, 글을 쓰면서 흥미로운 점은 무엇인가. 그런 것들요.

 

1. 글을 쓰는 이유
정아린: 글을 쓰는 데에 큰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아 이거 쓰고 싶어! 안 쓰면 안된다! 같은 느낌일까요. 본인이 가장 보고 싶은 이야기는 본인이 쓰는 수밖에..목 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거랑 똑같아요. 주로 쓰는 종류는 대부분 판타지 종류네요. 아예 드래곤이나 마법이 슝슝 날아다니는 세계도 좋고, 초능력이 나오는 것도 재미있고, 아니면 저희의 일상 속에서 꿈처럼 스며드는 미묘한 괴이 같은 것도 좋아요. 판타지야말로 끝없이 상상할 거리가 무궁무진하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림이나 글이나 반짝거리고 화려한 걸 좋아해서, 무언가 묘사하는 데에도 판타지 요소가 들어가면 훨씬 더 쓸 때 재미있거든요. 

 

이상준 : 처음에는 자기 위안으로 시작한 것 같아요. 내면의 고민,생각등을밖으로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쓰다보니 재미있고 묘한 충족감이 있었습니다. 글은 주로 시, 조각글 등을 씁니다. 소설도 쓰고 싶었지만 능력도 시간도....하하

 

정아린 : 아하하 그렇죠..소설 쓰기가 확실히 신경이 많이 쓰이는 작업이죠. 저는 그래도 꾸준히 쓰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박민경 : 제가 원래 소설을 읽는 걸 좋아했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을 쓰게 된 것 같아요. 글을 쓰면서 즐겁고 행복한 기분이고요. 내가 상상한 걸 내가 직접 쓸 수 있으니까. 마음속으로만 두는 게 아니라. 저도 이제 주로 애정에 대해 많이 쓰는 편이예요. 어... 서로에 대한 애정이나, 집착같은 것도 표현하고 막 서로 아니면 못 살 것 같은 감정? 이런 거.애정표현 이런 걸 좀 더 잘 표현하고 싶어요. 아무래도 현실에서는 드라마에 나오는 극적인 사랑이 없잖아요. 그리고 제가 또 그런 타입이 아니라, 아..적어도 제 인생에는 없을 이야기니까요. 

 

이상준 : 그래도 혹시 모르죠 있을지...포기하긴 일러요..(전원 웃음바다) 

 

2. 글을 쓰면서 느끼는 점

정아린 : 글을 쓰면서 느끼는 건..잘 모르겠어요. 그냥 와 내 글 구려! 이런 기분 밖에 안 들어서요. 그래도 나중에 한참 시간 지나서 읽어보면 그래도 내가 이때보단 잘 쓰는군..하는 발전도 느낄 수 있고, 이때 아이디어 괜찮네! 같은 느낌으로 발굴해내는 것도 있어서. 쓸 때에는 자괴감뿐이지만 후에는 나름 쏠쏠한 즐거움이 있는 것 같아요. 어디에 올리면 반응이 달리는 것도 기분 좋고

 

박민경  아 맞아요. 다른 사람들이 내 글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해줄 때, 기분이 진짜 좋은 것 같아요. 내 세상을 다른 사람하고 공유하는 느낌? 이해받는 느낌? 그런 기분도 들고요.

 

이상준 :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현실에서 오는 허무감?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공허감을 채워주는 게 글이죠.

 

3. 글을 쓰면서 흥미로운 점?

정아린 : 흥미로운 점은 역시 제 상상을 글로 끄집어내서, 현실로 이끌어낸다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한 상상이 어떠한 존재감을 가져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고, 또 그 글을 읽는 사람도 제 글을 읽으며 또다른 상상을 할 테니까요. 그런 반복되는 연결고리가 '글'의 무엇보다 좋은 점이자 흥미로운 부분이라 생각해요. 

 

글 쓰면서 어려운 점은 역시 위에서도 말했듯이.. 쓸 때마다 제 글이 너무 구려 보인단 점이 있겠네요. 잘 쓴다고 해주는 사람은 몇몇 있지만, 아니 그래도요. 역시 제 눈에는 제 글이 제일 구려보이거든요..근데 또 상상할 땐 나름 재밌어서..

 

이상준 : 흥미로운 점은 글은쓰면쓸수록 묘하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그 부분이 제일 흥미롭죠. 또, 글이 가진 치유력이라는 게 엄청난 것 같아요. 무언가 답답하거나 속상한 일이 있을 때 찾을 수 있는 성소, 그런 느낌이죠. 글을 쓰다 보면 내 세상 안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강해지는 느낌도 들고요. 

 

박민경 : 어려운 점은 아무래도 등장인물 대사가 잘 안 쓰여질 때 인 것 같아요. 조금 오글? 거리는 파트를 쓸 때 특히 그래요. 너무 오그라들면 안되는데, 또 적당한 달콤한? 낭만적인 대사여야 하니까요. 그 정도를 맞추는 게 어렵더라고요.


4. 글을 쓰면서 주로 이용하는 캐릭터나 쓰기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나요?

이상준 : 소설을 안 쓰고 주로 조각글을 써서....아무래도 화자가 제 자신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딱히 모르겠어요. 하지만 대체로 로맨틱한 어조를 구사하는 화자를 선호합니다! 비유나 몽환적인 느낌의 주인공이요.

 

박민경 : 주로 저는 2차 창작물을 많이 써요. 드라마나 소설의 2차 창작물이요. 그런데서 영감을 받기도 하고요. 캐릭터들은 주로 험난한 상황에서 서로를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 서로를 위해 기꺼이 목숨도 바칠 수 있는 사람들로 설정해요. 전에 말씀드렸듯이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관계를 구상하는거죠.

 

정아린 : 와! 제일 하고 싶은 부분이었어요! 와! 그런데 솔직히 이걸..말하면..진짜 길어질 텐데 괜찮나요??

 

이상준 : 네 괜찮아요(웃음) 

 

정아린 : 제가 제일 좋아하는 키워드는 역시 사랑인 것 같아요. 모든 인간은 사랑이 없으면 살아가지 못하니까요. 굳이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사랑이 아니라, 어떠한 사상을 사랑할 수도 있고, 아니면 본인을 사랑할 수도 있고, 자신의 작품을 사랑하거나, 재능을 사랑하거나, 동물을 사랑할 수도 있죠. 사랑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솔직한 욕망의 형태라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은 사랑이 없으면 살 수 없는 거라 생각하고요. 욕망이 없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느 누구가 되었건, '욕망'이라 부를만큼 거창한 형태가 아니더라도, 이 세상에서 숨을 쉬며 살아가는 한 우리에게 무언가 바라는 것 하나쯤은 존재하니까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는 '사랑을 할 줄 아는' 캐릭터에요. 본인의 사랑에 솔직하고, 망설임이 없는 그런 타입이요. 인간 관계에 있어서도 흔히들 오지랖 넓다 말하는 애들이 좋아요. 악한 모습을 가진 악역들도 물론 매력적인 아이들이 많지만, 선한 사람에 조금 더 이끌리는 건 어쩔 수가 없나봐요. 애초에 그런 사람이 있을 때 세상은 더 살기 편해질테니 당연한 걸지도요. 


민경씨가 말한 것처럼 희생 서사도 상당히 좋아해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최대한의 오만이자, 또 최악이자 최고인 사랑이라 생각하거든요. 희생은 어떠한 것을 위해 본인의 모든 걸 내던지는 행위잖아요. 이만큼 주위 사람을 효과적으로 상처 입힐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거라 생각해요. 결국 희생으로 이루어진 결과는 누군가의 배드엔딩 위에 쌓아 올려진 해피엔딩이니, 그걸 과연 해피엔딩이라 부를 수 있을 지도 의문이고요. 찝찝함이 남죠. 또 약간 허전함도 남고. 누구보다도 가장 사랑에 솔직했던 사람이, 오지랖 넓다 불리는 사람이, 아니면 그냥 평범한 사람일지라도 어느 한 존재가 사라졌다는 건 그만큼의 빈 공간이 생겼단 뜻이니까요. 사람들은 닮았지만 전부 달라서, 그 빈 공간을 완벽히 메울 방법은 존재하지 않을테고, 누군가는 그 사람의 희생을 영원토록 생각하며 빈 자리를 곱씹겠죠. 

 

자신의 모든 걸 바쳐서 어떠한 결과를 이뤄낸다는게,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신보다도 더요. 신은 말 그대로 전지전능하지만, 인간은 전지전능하지 않고 약하고 무르기 때문에 주변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면서, 본인의 몸을 내던지면서, 이 세상에 채워지지 않을 빈 자리를 남겨두면서 겨우 이뤄내는 거니까요.


희생은 무언가를 사랑해서 할 수 있는 엄청나고, 또 인간의 본능을 완전히 배제시킨 미친 선택이라 생각해요. 진짜 미쳤다는 말로밖에 표현이 안되죠. 근데 뭐 미친놈이 좀 매력 있잖아요.

 

박민경 : 그렇죠. 아무래도 좀 똘끼(?)가 있고 광적인 면이 존재하는 캐릭터에 끌리죠. 작가의 입장에서. 
 

정아린 : 그런데 제가 그것보다 더 사랑하는 건 결국 희생하지 않아도 되는 거에요! 희생을 결심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는 것! 말했듯이 본질적으로 인간은 약하고 무르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약하기에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강함에 맞서기 위해서 약자들은 자연스레 뭉치는 걸 택할 테니까요. 그래서, 어느 누군가의 희생으로 쌓아 올려지는 해피엔딩이 아니라, 그런 선택 없이 모두가 노력하며 해피엔딩으로 나아가는 게 좋아요. '내가 희생할게!' '안돼 여기 와서 같이 해' 라고 해주는 전개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남연우 : 네 그럼 이것으로 인터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이야기 들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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