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건축과 수학

우리의 전통건축에 쓰인 수학원리

건축에는 수학이 필수적이다. 수학을 통해서 더욱 정확하고 아름답고 견고한 건축물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건축은 단연 수학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현대 건축물에 적용된 수학에 대해서 알아보던 중, 문득 수학이 현재처럼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에 만들어진 우리의 오래된 전통건축물 속에서도 수학을 볼 수 있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조사를 시작해 보았다. 전통건축 속에서 발견한 수학은 여러 가지였지만 여기서는 3가지의 수학원리와 그 원리가 적용된 전통건축물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우선 첫 번째로 구고현의 정리를 볼 수 있다. 구고현의 정리란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동양에서는 ‘구고현의 정리’라고 한다. 직각삼각형에서는 밑변이 ‘구’, 높이가 ‘고’, 빗변이 ‘현’이 된다. 중국의 수학책인 <주비산경>은 서양보다 500년이나 앞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한 장의 그림으로 증명했는데, 이는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대한 수많은 증명 중 가장 간결하고 우아한 증명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불국사의 백운교에서 구고현의 정리를 볼 수 있다.

 

 

불국사 대웅전을 향하는 자하문으로 올라가는 33개의 계단은 2단으로 되어 있는데, 아래를 백운교, 위를 청운교라 한다. 지상에서 불국토로 인도한다는 의미의 청운교와 백운교는 불국사의 대표적인 상징 가운데 하나이다. 백운교를 옆에서 보면 직각삼각형 모양이다. 백운교의 높이는 3.82m, 너비는 5.11m이다. 백운교의 높이와 폭과 계단의 길이를 간단한 비로 나타내면 약 3 : 4 : 5가 된다. 피타고라스 정리에 따르면, 직각삼각형에서 직각을 낀 두 변을 a 와 b, 빗변을 c라 할 때 a2+b2=c2이다. 백운교의 비 3 : 4 : 5에서도 32+42=52 인 관계가 성립한다.

 

 

첨성대에서도 구고현의 정리를 볼 수 있다. 첨성대는 경상북도 경주시 인왕동에 있는 신라시대 천문을 관측하던 건물로 국보 제31호이다. 첨성대의 천장석 대각선 길이와 기단석의 대각선 길이, 첨성대의 높이 비는 3:4:5이다. 그 결과, 32+42=52 의 관계가 성립한다. 따라서 백운교과 첨성대는 구고현의 원리가 적용되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원리는 균제비례이다. 균제비례는 기원전 25년 헬레니즘 사상가인 비트루비우스가 “건축미는 건물 각 부의 치수관계가 올바른 균제비례를 이룰 때 얻어진다.”라고 주창했다. 균제비례는 인체에서 얻어진 것이며 인체에서 가장 아름다움과 안정감을 주는 비율이다. 우리는 석굴암의 본존 석가여래좌상에서 균제비례를 볼 수 있다.

 

                    

석굴암은 통일 신라시대에 경주 토함산에 세워진 한국의 대표적인 석굴사찰이다. 신라인들의 신앙과 염원, 뛰어난 건축미, 성숙한 조각기법 등을 보여주는 역사 유적으로 국보 제24호로 지정되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되었다. 본존불상은 불국사에서 3Km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으며 국보 21호이다. 석굴암 본존불상의 얼굴너비는 2.2자, 가슴 폭은 4.4자, 어깨 폭은 6.6자, 양 무릎의 너비는 8.8자로 얼굴 : 가슴 : 어깨 : 무릎의 비는 1 : 2 : 3 : 4 로 나타난다. 본존불상은1.1자가 기준이 되는데 1.1자는 본존 불상 높이의 10분의 1로 이 10분의 1이라는 비율은 균제비례와 같다.

 

세 번째 원리는 사이클로이드이다. 사이클로이드란 어떠한 한 원이 일직선 위를 회전하며 돌아갈 때 그 원주 위의 한 점이 그리는 궤적이다. 사이클로이드는 특성상 가장 빠르게 떨어지는 자취가 된다.

 

 

얼핏 생각하면 직선이 거리가 짧으므로 더 빠르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사이클로이드를 따라 떨어지는 것이 가장 빠르다.

 

 

우리는 이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한옥에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여름의 집중호우 때문에 지붕 위에 내리는 빗물을 빠르게 흘려보내지 못하면 빗물이 고여 물이 새게 된다. 더구나 빗물이 스며들면 목조 건물인 한옥이 썩기 때문에 빗물을 빨리 흘려보내야 한다. 따라서 집을 지을 때 지붕을 사이클로이드가 되도록 올려져있어 빗물을  빨리 흘려보낼 수 있다.

 

이처럼 우리의 전통 건축물 속에서 학문적으로도 아름답고 예술적으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흔히 '우리는 한국 전통건축물에 무슨 수학이 있어?' 라고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만약에 다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 기사를 보고 그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으면 한다. 이 조사를 통해서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기술력이 우리의 전통건축물을 더욱 아름답고 완벽하게 만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수학이 담긴 우리의 건축물을 더욱 많이, 그리고 깊이 조사할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우수성을 알도록, 또, 전통건축의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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