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언 교육 칼럼] 학교, 학생을 위한 공간

학교 만들 때 규격이 엄격히 정해져 있던 때가 있었다.  1962년 '학교 시설 표준 설계도'라는 것이 정부에서 내려왔고 1967년에는 '학교 시설 설비 기준령'이 내려와 폐지된 1997년까지 모든 학교의 구조를 똑같이 만들어 놓았다(책 '학교의 품격' 참고). 그러나 그 시기에 지어진 학교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학교는 비슷한 모습이다. 긴 복도에 줄지어 있는 교실들, 또 안으로 들어가면 어느 곳이든 항상 비슷한 교실 구조. 이런 학교 공간이 학생들에게 최적화라도 되어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학교나 교실의 모습은 학생에게 최적화된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학생을 통제하기에 적합한 공간이다. 수업 시간 선생님께서 '교탁 위에서는 너희들이 뭐 하는지 다 보인다.'라는 말씀을 괜히 하시는 게 아닐 테다. 위에 언급했듯 복도에 교실이 쭉 줄지어 있는 모양의 학교 구조도를 보면 교도소와 거의 일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건물 바로 앞 운동장이 있는 모습도 마찬가지이다.

 

공간은 분위기나 감정, 집중력 등의 요소들을 좌우하는 큰 요소가 될 수 있다. 학생들이 하루의 절반 정도를 보내는 학교도 마찬가지로 '공간'이다. 그럼 학교 공간은 어때야 할까?

'학교의 품격'이라는 책을 보면 학교 공간은 교문이든, 복도든, 화장실이든, 교실이든, 교무실이든 모두 학생을 위한, 또한 선생님들을 위한 곳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교문은 학생들의 복장을 검사하는 곳이 아닌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으로, 복도는 침묵해야 하는 공간이 아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교실은 삭막한 공간이 아닌 안락하고 편안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곳으로 말이다.

 

최근 지어지거나 리모델링되는 학교들의 사례를 보면 학교 건물이 굽어있든지, 복도의 공간을 활용해 학생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든지의 색다름이 느껴진다. 그러나 학교 건물이 다 지어진 이상 무언가를 변화시키기 어려울 수도 있다. 다만 복도의 색을 바꾼다든지, 곳곳에 식물을 기른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변화시켜본다면 어떨까. 작은 관심이 합쳐진다면 분명 변화는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일상에 더 관심을 가지고 나은 공간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사례가 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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