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종백의 축구 르네상스] 축구 사용 설명서① - 어웨이 골(Away Goal Rule)

어웨이 골(Away Goal Rule) - 원정 경기에서 넣은 1골은 1.1골 정도로 계산하라 !

오랜 공백기가 있었습니다. 이 칼럼을 처음 시작할 때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경기와 관련된 내용 또는 축구계의 트렌드를 누구나 알기 쉽게 읽어주자는 야망을 품고 시작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아쉽기도 하고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축구 사용 설명서'라는 칼럼 속 새로운 주제도 정했습니다. 작년 말부터 대한축구협회 축구 심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규칙서 공부도 할 겸 정확한 제도와 룰도 알릴 겸 시작하게 된 코너입니다.

 

다시 돌아온 류축르, 이번 주제는 바로 '어웨이 골(Away Goal Rule)'입니다. 홈 앤드 어웨이(Home and Away) 방식을 채택하는 대회의 미디어 코멘트(Media Comment)를 듣다 보면 '원정 다득점'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많이 듣곤 하죠? 바로 '원정 다득점'이 규칙서 상의 '어웨이 골'입니다. 

 

네 개의 영국축구협회(The FA, Scottish FA, FA of Wales, Irish FA)가 설립하고 FIFA가 참여한 국제축구평의회 (The IFAB, 이하 IFAB)는 경기 규칙서(Laws of the Game) 제10조를 통해 '경기 결과의 결정'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득점을 한 팀이 승리 팀이다. 양 팀이 무득점 또는 같은 수의 득점이라면, 경기는 무승부이다.
 

대회 규정상 무승부의 경기 또는 홈 앤드 어웨이 동점 이후, 승리 팀을 결정하는 유일하게 승인된 절차는 다음과 같다 : 
 

- 어웨이 골 규칙

- 연장전의 동일한 두 주기는 각각 15분을 초과할 수 없다. 

- 승부차기


위의 절차는 결합하여 사용할 수 있다.

 

긴 글 읽기 싫어하시는 분들의 위해 요약하자면 경기 결과가 무승부일 경우 위의 세 절차 중 하나를 선택 혹은 혼합해서 사용하는 것이 공식적이라는 것입니다.

 

 

# 어웨이 골 (Away Goal Rule)을 왜 적용하는가?

어웨이 골은 앞에서도 언급하였듯,  축구에서 두 팀이 홈 앤 어웨이로 번갈아 경기를 하여 두 경기의 점수 합계로 승자를 가릴 때 흔히 적용되는 규칙입니다.

 

 그렇다면 왜 어웨이 골 규정을 적용하는 것일까요? 그냥 1,2차전의 스코어를 합산해 그 합산 값이 큰 팀이 승리한 것으로 처리하면 계산도 훨씬 단순하고 편할 텐데 말이죠. 

 

자, 여기에 바로 어웨이 골 제도를 도입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1) 원정 팀이 원정 경기에서 득점하게 되면 그에 추가적인 긍정적 유인을 부여함으로써 원정 팀으로 하여금 1차전 원정 경기에서 더 적극적인 경기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죠. 게다가 원정은 통상적으로 거리도 멀고 환경도 익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응원도 적게 받으니 원정 팀 입장에서 본다면 어웨이 골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1) 비등한 실력의 A팀과 B팀이 홈 앤드 어웨이 토너먼트 경기에서 맞붙는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해당 경기에서 패하게 되면 만회할 방법이 없는 토너먼트 경기 특성상 양 팀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을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1차전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양상으로 경기가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원정 팀은 전체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인 만큼 수비에 무게를 두면서 단 한 번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릴 것이고 홈 팀은 이러한 원정 팀에게 득점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서 무겁고 안정적인 공격을 전개할 것입니다. 물론 승리가 주 목적인 양 팀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만 팬들에게는 이러한 경기가 결코 흥미진진하게 와닿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어웨이 골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과거에 비해 원정에 대한 부담이 현저히 줄어들었고(교통 등의 발달) 미시적인 입장에서 선수들도 경험이라는 것이 축적되며 원정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오는 경우는 줄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어웨이 골 반대론자들은 또한 역으로 실점하는 홈 팀의 부담이 어웨이 팀에게 주어지는 긍정적 요인보다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그냥 어디서든 한 골은 그냥 한 골로 계산하는 것이 더 깔끔하고 공평하다는 입장인 거죠. 

 

 

# 어웨이 골의 계산

어웨이 골의 정의를 아무리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적용해 계산하는 과정을 꽤나 어려워하는 축구팬들이 많을 것입니다. 저도 한때는 '어차피 MEDIA에서 정리해 알려줄 텐데 내가 해야 해?'라는 생각을 가졌으니 말이죠. 부끄럽지만 사실 지금도 완벽히 알고 있다고 말하지는 못합니다. 

 

일각에서는 '원정에서 넣은 골을 두 배로 계산해주면 된다'라는 식에 계산법도 떠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칼럼을 쓰는 이유는 류축르를 통해 흥미로우면서도 정확한 축구 정보를 얻어 갔으면 좋겠다는 것 하나이기에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KBS에서 축구 해설을 하고 계시는 한준희 해설 위원님께 질문을 드려봤습니다. 사실 바쁘신 위원님께서 제게 답변을 해주실까도 의문스러웠지만 '축구박사'답게 너무나도 멋진 답변을 보내주셨습니다.

 

위원님은 정리해주신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원정에서 기록한 1골을 1.1골정도로 간주하면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혼란스럽지 않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떠도는 계산법처럼 원정에서 넣은 골을 2골로 계산하여 준다면 원정에서 2골은 4골이 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홈에서 3골을 넣은 팀을 이긴다는 말이 되어버립니다. 그냥 산수적으로 말이 되지 않습니다.

 

원정에서 2골을 넣으면 4골을 넣은 것이고 3골을 넣으면 6골을 넣은 것과 같다? 이것은 결코 아닙니다. 2골은 그냥 2골일 뿐이죠. 하지만 어웨이 골에서는 원정에서 득점한 팀에게 이득을 조금이라도 부여하고자 홈에서 넣은 2골보다는 좋게 대해주게 됩니다. 이는 결국 홈에서의 골보다는 0.00000001이라도 좋은 어웨이에서의 골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 어웨이 골이 승자를 결정한다

어웨이 골이 도입된 주된 이유 중 하나가 경기의 템포를 더 끌어올리고 박진감 넘치는 진행을 위함이라고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팬들에게 어웨이 골은 그야말로 꿀잼보장 흥행 요소입니다. 

 

지금부터 예시 경기를 통해 어웨이 골의 감동을 텍스트로나마 전달해보겠습니다. 

 

*  201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FC서울(KOR) vs. 우리와 레드(JAP)

당시 프로 축구 서울은 이전에 치러진 日 원정 경기에서 0-1로 패하며 다소 불리한 위치에서 2차전을 맞이했습니다. 

 

원정을 먼저 떠나 어웨이 골이라는 이점을 등에 업고 있었음에도 득점 없이 패하며 2차전에서 다득점 승리가 절실했던 2차전 경기에서 서울은 전반전을 1-0으로 앞선 채 후반전에 돌입했습니다. 하지만 별다른 득점 없이 결국 전후반 90분을 마무리했야만 했죠. 합산 스코어가 동률을 이뤘고 이에 양 팀은 연장전에 돌입, 이제 그야말로 진검승부를 펼치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서울과 우라와는 총 4골을 주고받으며 3-2로 서울이 앞서는 스코어가 되었고 서울은 원정에서 기록한 골이 없으므로 1점 앞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승부차기까지 치러야했습니다. 만약 서울이 1차전 우라와 원정에서 한 골이라도 기록하면서 1점자 패배를 했으면 2차전에서 그 아무리 합산 스코어가 동률을 이뤘다고 하더라도 어웨이 골 룰에 의해 연장전 없이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 2017/18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FC 바르셀로나(ESP) vs. 파리 생제르맹FC(FRA)

전통 강호 바르샤가 1차전에서 0-4로 패하며 축구팬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입힌 바로 그 경기입니다. 원정 경기에서 대패를 한 탓에 그 충격은 배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바르샤는 다음 라운드 진출을 위해 2차전 5-0 승리가 필요했습니다. 심지어 이 경우도 파리가 단 한 골도 득점하지 못한다는 가정에서 나온 결론이었고 만약 파리가 n골 (n≥1)을 기록하게 된다면 바르샤는 5+n골 차로 승리해야만 했습니다. 최악도 이런 최악이 없었습니다. 

 

바르샤는 이 경기 후반 초반 합산 스코어 3-4를 만드는 데까지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후반 17분 파리의 간판 공격수 카바니가 골을 성공시키며 합산 스코어는 3-5가 되어버렸고 경기가 파리 쪽으로 완전히 기우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때 유난히 절실해 보이던 네이마르가 후반 42분과 44분 멀티골을 기록하며 합산 스코어 동률을 만들었고 이윽고 90+4분에는 네이마르가 올린 크로스를 세르지 로베르토가 골망을 가르며 기적적인 역전극을 만들어내며 바르샤는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파리가 2차전에서 n골(n≥1)을 기록하면 바르샤는 5+n골을 기록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웨이 골 적용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어웨이 골을 채택하고 있는 주요 사례

많은 대회에서 홈 앤드 어웨이 경기에서 승부가 나지 않을 경우 '어웨이 골 - 연장전 - 승부차기'로 승리 팀을 가리고 있습니다.

 

어웨이 골은 그 제도 안에서도 그게 3가지로 나뉘곤 합니다.

'어웨이 골을 정규 시간에만 적용하느냐 연장전을 치른 이후에야 적용하느냐 아니면 정규 시간과 연장전에서 모두 적용하는가?'로 구별이 되는 것입니다.

 

가장 먼저 대한민국의 프로 팀들이 참가하는 AFC Champions League는 정규 시간에만 채택하는 방식만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1,2차전의 정규 시간이 종료되었는데도 양 팀의 승점과 득실이 같다면 어웨이 골을 적용, 이에도 동률을 이루면 연장전에 돌입하게 되는 것이죠. 반면 UEFA Champions League는 정규 시간과 연장전 모두에 어웨이 골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ACL과 달리 연장전에서도 어웨이 골을 적용하기 때문에 연장전에서 서로 같은 수의 골을 주고 받은 경우 원정팀이 승리하게 되는것이죠.

 

여담이지만 친구와 어웨이 골 세부사항을 가지고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나름의 열띤 토론을 펼쳤는데 결과적으로 저는 ACL 룰을 친구는 UCL 룰을 가지고 서로 주장하니 결론이 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역대급으로 양이 많기는 했지만 어웨이 골을 복합적으로 설명하고자 나름대로 노력한 오늘의 류축르는 여기까지입니다.

 

사실 항상 칼럼을 쓰며 느끼는 것인데 읽어주시는 분들께 제 칼럼이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딱히 잘난 것도 없고 오히려 부족함 투성이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항상 저자세로 배워나가려 합니다. 지적해주실 부분이 있다면 댓글이나 아래의 이메일로 의견 보내주시고 혹시라도 의문점이 드는 대목이 있으시다면 이 역시도 위 두 수단으로 남겨주시면 확실히 아는 선에서 정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류종백의 축구 르네상스]는 경기와 관련된 내용은 물론 축구계의 트렌드를 알기 쉽게 읽어주는 축구 전문 칼럼입니다.

 

글솜씨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센스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발전하기 위해 저자세로 배워나가고자 합니다. 읽으면서 불편하셨던 부분이나 잘못된 내용, 다음 주제 추천 등을 메일(vamos_2002@daum.net)로 주시면 적극적으로 반영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바쁘신 와중에도 어웨이 골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주신 KBS 한준희 해설위원님께 지면을 빌려서나마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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