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연의 시사/과학 칼럼 1] 붙은 학생도 놀라고 떨어진 학생도 놀란다?

학생부 종합전형을 둘러싼 입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불공정한 요소들

대학 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바람이 불고 있다. 학종은 수능 중심의 줄 세우기 대입제도의 대안으로 떠올랐으며, 지난 2019학년도 대입에서의 수시모집 선발 비율 76.2% 중 학종의 모집 비율은 24.4%였다. 매해 입시에서 확대 방침을 발표하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의 주요 10개 대학만 살펴보면, 학종 모집인원 비율은 60%가 넘고, 서울대의 경우에는 수시모집 전체를 학종으로 모집하고 있다.

 

현재 시행되는 입시제도가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의 다양성을 내걸고 있지만, 학종은 가장 중요한 가치인 공정성이 결여된 채 오히려 비교육적 환경을 조성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숙명여고 쌍둥이 시험지 유출 사건과 광주 고3 시험지 유출 사건 등 수차례의 시험지 유출 사건에 신뢰도를 잃은 것도 사실이다.

 

학종은 학생생활기록부에 내신 성적 뿐 아니라 교과 활동, 동아리 활동, 수상 경력 등 전반적인 학교생활을 기재할 수 있다. 학생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사소한 것 하나가 끼친 영향이 학생의 학생부와 대학 입시 결과에까지 지장을 줄 수 있어 문제다. 필자는 학종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3가지로 나눠 보았다.

 

- 학교 및 선생님이 미치는 영향

 

학생부에는 교내 활동 내용만을 기록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특색 있고 우수한 프로그램을 운영할수록 학종에서 유리하다. 그런데 일반고에서는 영상자료 시청이나 진로 업체의 강연이 주로 이뤄지나, 특목/자사고에서는 대학교수, 외교관 등의 현직자들과의 만남과 외국으로의 문화 탐방이나 자매결연 학교와의 교류 등 국제 교류 활동의 기회가 많다. 교사가 작성한 학생부 내용도 중요한데, 학생의 세부적인 발달사항과 가능성을 꼼꼼히 기재하는 교사가 있는 반면, 학생이 알아서 써오면 그대로 기재하는 교사도 있다. 그렇다보니 학생부의 질이 학교의 프로그램과 교사의 능력에 의해 큰 차이가 생긴다. 학생 개인의 능력과 별개로 어떤 학교와 어떤 선생님이냐에 따라 학생이 갈 수 있는 대학이 달라지는 것이다.

 

- 지역이 미치는 영향

 

근본적으로 학종을 비롯한 대학입시에 관한 정보를 얻는 데서부터 지역 간 차이가 있다. 지방 소재 학교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기반 시설이 부족해 학생들 뿐 아니라 선생님들도 정보와 관련 역량이 뒤쳐지는 경우가 생긴다. 실제로 학생들이 상담 및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대학입시지원관은 현재 전국에 단 2곳, 강원과 제주에만 있다. 그마저도 없는 지역은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EBS 대학입시의 진실 제작팀의 일반고 학생 105명의 학교생활기록부 분석 결과, 수도권과 특별/광역시 소재 학교일수록 활동 및 대회가 더 다채로웠고 동아리도 더 활발했다. 이로 인해 학생의 의지와 무관하게 사는 지역에 따라 학생부의 질의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미치는 영향

 

교육부에서 2007년~2017년 사이 발표된 논문을 조사한 결과, 교수가 자신의 미성년 자녀를 공동 저자로 등록한 사건이 이공계열에서만 80건이 적발됐다. 논문 게재 당시 대부분 자녀의 학년은 고3과 고2였다. 교육부에서 2014년부터 학생생활기록부에 논문 기재를 금지했지만, 카이스트 등의 과학기술원은 이를 허용하기 때문에 부모의 지위를 이용해 자녀의 입학을 도왔을 가능성 존재하는 것이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논문대회에서 교수인 부모가 논문을 대신 써주거나, 프로젝트 대회에서 학생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프로젝트를 부모가 대신 해서 제출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심증은 있어도 물증이 없어 전수조사를 해도 발견하기어려워 더욱 문제다.

 

학종은 대입 체계를 표준화하는 과정에서 학교생활기록부를 기본으로 교사 추천서, 개인 활동 보고서 등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던 입학 사정관제에서 학생 개별적 정보를 약화시켜 공정성에 힘쓴 제도로 도입되었다. 하지만 국민들은 학종을 신뢰하지 않는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은 학종을 깜깜이 전형이라고 평가했다. 

 

취지는 좋았다. 이름은 다르지만 미국과 유럽 국가 등 선진국에선 학종과 같은 입시 방식이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성적으로만 학생을 평가하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으로 평가하는 효과에 기대를 걸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에 사업비만 던져놓고 입학사정관으로 뽑는 학생들만 늘리려 했던 정부, 정형화된 평가 기준을 발표하지 않는 대다수의 대학, 각종 비리, 위의 3가지를 비롯한 입시에 영향을 끼치는 불공정한 요소 등으로 인해 깜깜이 전형으로 불리며 본래 취지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붙은 학생도 놀라고 떨어진 학생도 놀란다'는 우스갯소리도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최근에는 교사 추천서 폐지와 자기소개서의 분량 감소, 학생생활기록의 비교과 영역 항목의 통합 및 간소화된 2022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방안이 발표되었고, 몇몇 대학들은 구체적인 평가 기준을 공개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여 공정성과 신뢰성을 극복하는 것이 누명을 쓴 학종에게 시급해 보인다. 학생이 가는 대학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중요한 만큼 불공정한 요소가 있다면 외면해서는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 붙은 학생도 떨어진 학생도 놀라지 않도록, 이제는 정말 우스갯소리로 끝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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