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예진의 인권 칼럼] 영화 <걸캅스>를 통해 본 여성 인권

라미란, 이성경 주연의 ‘걸캅스’가 개봉 후 6일 만에 ‘어벤져스’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걸캅스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여경들의 활약을 다룬 영화이다. 기존의 영화들 중 대부분이 남성 중심 서사였다면, 이 영화는 여성 서사라는 점에서, 그리고 최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성범죄 문제를 다루어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영화는 흔히 말하는 물뽕(물이나 술 등에 타서 마시는 무색무취의 신종 마약-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매직퍼퓸 등 강간 약물을 이용하여 여성을 기절시킨 후 강간하고 이를 불법 촬영하여 인터넷 커뮤니티에 업로드하는 디지털 성범죄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잘 보여주었다.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자살이라는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여성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사건에 여경들이 분노하여 수사를 위해 소속 부서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모두가 그들을 외면했다. 심각한 사건임에도 경찰들은 피해자의 편에 서기보다 자신들의 실적 올리기에 급급했다. 영화에서는 결국 가해자들이 체포되고 불법 촬영 동영상이 유포되지 않아 최악의 사태는 막았지만 우리는 현실의 문제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여성을 대상으로 '강간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강간 문화’는 여성들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고 여성의 성을 상품화 및 도구화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자면 강간 약물 사용이 있다. MSN 뉴스에서 인용한 약학회지 제 59권에 실린 통계에 따르면 약물 관련 성범죄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버닝썬 사건’이 큰 주목을 받고 있음에도 인터넷 사이트에서 물뽕을 검색하면 강간약물 거래글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MSN 뉴스에서 강간 판매업자에게 접근해본 결과, 이러한 약물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또한 강간 약물인 GHB를 물뽕으로, 여성을 골뱅이, 강간에 성공하다를 ‘홈런치다’ 등으로 희화화하는 언어의 사용은 범죄가 유머로 소비되고 있는 참담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또한 여성들이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할 이유도 없지만 주의한다고 이러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공장소, 화장실, 숙박시설 등 정말 많은 곳에 숨어 있는 몰래카메라로부터 언제 어떻게 찍힐지 모르는데 나를 지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한 합석한 사람이 술에 약물을 탔는지 여성들은 알 수 없다.  여성들에게 '네가 옷을 짧게 입어서 그래.', '그러니까 밤 늦게 돌아다니지 말아야지.' 등의 말들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여성 대상 성범죄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다. 첫째,  올바른 성 의식 확립하기. 음란물 등을 통해 습득된 왜곡된 성 의식은 성 범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둘째,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지 말야아 한다. 여성도 성적인 대상이 아닌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성범죄 및 여성 인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개인의 노력이 모이면 다수의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진정으로 안전한 사회는 여성이 위험 요소를 제거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안전할 때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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