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연의 사회 칼럼: 언어의 힘] 02. 언어는 사회를 말한다.

 

‘우리’라는 말속에는 공동체 의식이 있어요.

 

‘우리’라는 말에는 우리나라만의 공동체 정신이 숨어 있어요. 다른 나라들은 ‘나의 집’, ‘나의 나라’라고 하지만, 우리는 ‘우리 집’, ‘우리나라’라고 하잖아요.

 

 영화 ‘말모이’ 대사의 일부이다. 영화 '말모이'는 가혹했던 일제강점기 속 우리말과 우리글을 지키려 발버둥 쳤던 사람들을 담아내고 있다. '말모이'는 조선어학회사람들이 무리말을지키고자 했던 이유를, 우리가 우리말과 우리글을 아끼고 보듬어야하는 이유를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다.

 

 '말'속에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사회가, 한 나라의 문화가, 그 나라 사람들의 고유한 정서가 담겨있다. 

 

- 언어, 사회를 말하다.

 

 사회는 시대에 따라 변한다. 언어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말'속에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모습이 녹아있다.

 

 우리가 역사 교과서에서 ‘광주 민주화 운동’을 마주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만 하더라도 그분들은 ‘광주 사태’에 대해 배웠다. ‘광주 사태’와 ‘광주 민주화 운동’,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광주 사태’와 ‘광주 민주화 운동’은 우리가 1980년 5월 18일의 광주를 기억하는 방식의 차이를 말하고 있다.

 

독재정권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을 때에는 5.18 운동은 광주 사태라고 불리며 금기시된 주제였다. 광주 사태는 폭도들이 일으킨 ‘테러’였다. 독재 정권이 물러나며 광주 사태는 광주 민주화 운동이 되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은 학생들과 일반 시민들이 군부 정권의 독재에 맞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이 되었다.

 

광주 사태로부터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의 발자취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의 성장을 보여준다.

광주 사태는 폭도들이 일으킨 테러지만, 광주 민주화 운동은 운동이라는 행위의 정당성과 역사성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의 성장을 말한다.

 

 

2. 언어, 문화를 지키다.


문화는 언어를 통해 유지되고, 또한 언어는 그 자체로 문화이며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는 다시 말해 고유한 언어가 없다면 고유한 문화도 존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실제로 식민지배를 받는 동안 언어를 빼앗긴 민족들은 독립 이후에도 여전히 그들이 서구 열강들에 종속되어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는 한다.  제국주의 열강들은 정책적으로 학교를 세워 자신들의 언어를 원주민들에게 보급하는 데 신경을 기울였다. 이는 단순한 언어 학습을 넘어 자연스럽게 식민지인들이 서구의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이게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었다.  원주민들에게 서양인이 세운 학교에서 서구 문화를 배우며 서구 체제의 우월성을 깨닫게 하고, 이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자신들의 언어를 전파하는 목적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우월한 서양인들이 온 세계를 다스리는 것이 당연하며, 자신들은 '2등 민족'에 불과하다는 인종적 열등감을 은연중에 심어주기 위함이었다. 이런 '언어교육'을 빙자한 서양식 이데올로기 교육을 통해 서양인들은 원주민들을 단지 힘으로 제압했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지배하려 노력했고, 이는 실제로도 당시 원주민들의 열등감에도 영향을 끼쳐 서양 지배자들에 대한 반항을 억누르는 데 역할을 했다.

 

만약 우리가 일제강점기에 우리의 말을, 우리의 글을 빼앗겼다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과는 많이 다른 한국에서 살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정체성을 빼앗긴 채로.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한류', K-beauty, K-pop은 물론이고 일본 불매운동은 꿈도 못 꾸는 그런 대한민국에 살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우리'를 말한다. 조선어학회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것은 '우리의 정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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