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같은 곳에 떨어지는 물방울이 돌을 뚫듯이

5월, 수내고등학교 남기휘 선생님 인터뷰

 

 

5월의 스승의 날을 맞아, 수내고등학교 문학 담당 남기휘 선생님을 인터뷰하게 되었다.

 

1. 교사라는 직업을, 특히 국어 교사라는 직업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소망하게 된 계기는 운이 좋게도 학창시절에 인격적으로, 또 학문적으로 배우고 본받을 점이 너무나도 많은 선생님들을 만난 것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학문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성장을 진심으로 바라는 선생님들의 모습, 많은 학생들이 말썽을 피움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태도로 제자들에게 사랑과 믿음을 보내주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동경과 존경심이 제가 교사라는 직업을 택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중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교사는 돈이나 명예를 추구하는 직업이 아니라 학생들을 바라보고 하는 직업이다.’ 자신의 영달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성장에서 기쁨을 느끼고, 누군가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소명을 가진다는 것이 교사라는 직업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교사, 그 중에서 ‘국어’ 교사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제가 정말 존경하는 선생님 중에서 위의 말씀을 해주신 분이 국어 선생님이신 것도 있었고, 그동안 뵙게 된 국어 선생님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신 박학다식함이 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국어를 잘 하시는 분들은 다른 모든 교과에도 능통하고 아는 것이 정말 많으셨거든요 ^^;

사실 이것은 ‘국어 교과’가 가지는 성격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어 교과’의 존재 목적 중 하나는 ‘의사소통 능력의 신장’입니다. ‘국어 교과’는 어떤 특정한 내용을 배우고 익힘에 있어 이를 수월하게 수용할 수 있도록 그 방법에 대해서 학습하게 하며, 자신이 알고 있고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안에 대해서 배우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어 교과’는 다른 모든 교과를 더 깊게, 더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하는 ‘도구 교과’의 성격을 가지게 됩니다. 즉, ‘국어’를 잘 하게 되면 다른 공부 또한 잘하게 된다는 것이죠.

 

이렇듯 학생들이 어떠한 공부를 하든, 어떠한 진로를 희망하든지 ‘국어’와 관련된 능력에 높은 성취가 있다면 어떠한 분야에서든 큰 성장을 할 수 있게 되는 발판을 마련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국어’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고 이런 이유로 ‘국어’ 교사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2. 교사로서 지내면서 이것은 지켜야 한다는 교육 철학은 무엇인가요?

A:

교사로 지내면서 꼭 이것만큼은 지켜야 한다. 많은 시간이 지나도 이것만큼은 변하지 않고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제 소신은 ‘교사는 학생들을 믿고 기다려주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선생님들은 학생들과 가까운 곳에서 지내면서 학생들이 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많은 관심과 기대, 조언과 사랑을 베풀어 주시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위해서 말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기대에 엇나가는 행동을 하거나 믿음을 저버리는 행동을 계속 보이게 되면 선생님들도 사람인지라 이에 대해 실망하고 지칠 수도 있습니다. 계속해서 믿음을 주지만 이에 대한 반응이나 변화가 없으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겠죠. 이는 어떻게 보면 인간관계라는 큰 틀에서 볼 때, 당연한 일이라고도 생각됩니다. 분명 며칠 전에 ‘열심히 하겠다. 잘하겠다. 믿음을 배신하지 않겠다. 거짓말 하지 않겠다.’라고 했는데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면 신뢰를 유지하기가 힘들겠죠.

 

그렇지만 ‘교사’라면 이러한 상황에서 힘들고 상처를 받겠지만 끝까지 학생들이 좋은 쪽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믿고, 기다리고, 학생들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생들은 어리기 때문에 아직 미숙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며, 변화의 속도가 느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같은 곳에 떨어지는 물방울이 돌을 뚫듯이, 계속해서 보살핌을 받은 묘목이 꽃을 피우듯 학생들을 끝까지 믿고 기다려준다면, 그 속도가 학생들마다 다를 수는 있겠지만 언젠가는 학생들이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교직에 임하는 기간 동안 제가 학생들에게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지도를 했을 때 학생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도 이에 대해서 실망하거나 지치지 않고 끝까지 믿어줄 수 있는 그런 교사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3. 교사로 지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매 순간 순간이 기억에 남기 때문에 특정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네요. 새 학기 첫 날 처음 교실에 들어갔을 때 담임 반 아이들이 저를 바라보던 모습, 스승의 날 때 노래를 불러주던 모습, 학생들의 영상 편지, 같이 울고 웃던 수많은 순간들이 모두 기억에 남습니다. 모든 날, 모든 순간이 잊히기에는 너무 아까운 날들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일을 꼽자면 체육대회 때를 선정하고 싶습니다. 우리 반 학생들 전원이 반티에 새기는 문구를 제 이름을 따서 ‘남기휘릿’으로 통일해서 마킹을 했더군요. 아마 이런 일은 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티는 안냈지만 사실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4.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기 전 ‘이 소양은 꼭 갖추면 좋겠다.’ 하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A:

학생들이 오랜 배움의 기간을 거치고 드디어 사회에 나갈 때에는 ‘인성’, ‘전문성’ 이 두 가지를 갖추고 있으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에 나간다는 것은 한 명의 ‘성인’으로 인정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사회에서 사람들과의 교류는 인간으로서 어느 정도 성숙된 사람들 간의 교류라고 할 수 있겠죠. 따라서 한 명의 인간으로서 학생들이 존중받고, 또 그러한 과정에서 더 멋진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성숙한 ‘인성’을 갖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는 ‘전문성’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배움을 통해서 개인이 가지게 되는 ‘전문성’은 그 사람의 시간을 보다 가치 있게 하며, 이는 그 사람의 가치를 높여줍니다.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기 전까지 그 시간을 가치 있게 사용하여, 사회에 나갔을 때 그 시간이 보다 높은 가치, 대우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5. 교사라는 일이 가장 가치 있다고 느껴질 때는 언제인가요?

A:

역시 학생들과 함께 있을 때가 아닌가 싶네요. 학생들이 제 수업 시간을 기다려줬다고 말했을 때. 제 수업이 즐겁다고 말해줄 때. 평소에 제게 배웠던 내용을 활용하여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가 가장 즐겁고 보람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문학 수업 이후에 ‘위 증즐가 샌드위치’, ‘아으 동동다리’ 등 드립을 치며 노는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너무나 귀엽다고 느껴집니다.

 

6. 교사라는 일을 하면서 가장 지칠 때는 언제인가요?

A:

지칠 때도 있긴 하지만 학생들이 제게 주는 에너지가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그렇게 지친다고 느낀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그렇습니다. ^^

 

7. 국어라는 과목이 학생들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갔으면 하나요?

A:

많은 학생들이 지루하고 어려운 과목이라고 생각하는데, 본인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라고 여겨줬으면 좋겠습니다.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국어는 단순한 교과가 아니라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자기 자신을 성장시키는 바탕이 될 수 있는 도구 교과입니다. 국어는 학생들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다 쉽게 받아들이게 하고, 자신이 뜻하는 바를 보다 효과적으로 세상에 표현하게 하도록 도와주는 틀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수업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선생님의 가치관과 생각들을 들어 볼 수 있어, 학생에게 또한 의미있는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바쁜 와중에도 성실하게 인터뷰에 임해 주신 남기휘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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